생명과 평화를 일궈가는 젊은 열정을 위하여(딤후1:3-5)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말씀.JPG

한국YMCA운동과 나의 인연


  뜻깊고 아름다운 이런 귀한 모임에 부족한 이 사람에게  시간을 할애하여 말씀의 기회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자리엔, 한국 YMCA를 이끌고 오신 원로들, 중진책임자들, 그리고 후원자들이 모인줄 압니다. 저와 Y와의 인연은 1970년대 초기 ‘한국ymca목적문' 작성무렵 신학전문위원들이셨던 현영학, 서남동, 서광선, 강문규,김용복 선생님들을 모시고 가장 젊은 신학교수로서 말석에 참여하면서 부터였습니다. 그 뒤, 1980년대 YMCA 간사지도력양성 교육과정에 상당히 열심히 강사로서 10여년간 참여한바 있습니다. 좀더 먼 인연이라면, 제 고향이 전남광주인지라, 1950-60년대 Y운동사에 큰 스승이신 김천배선생님을 존경하면서 가르침을 받았고, 광주 Y를 이끌고 오신 지방의 여러 선배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의 인격적 감화를 받고 자랐던 것입니다.


  그런 개인적 인연을 떠나서, 제가 사회 속에서 Y를 바라보며 선자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간위치 곧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Y를 객관적 자리에서 느끼는 바를 말하고, 특히 젊은 YMCA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구체적 기획안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말씀자리에 초청을 받고, 성경 딤후1장을 생각했습니다. 바울사도가 디모데에게 편지하기를 (1)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을 생각하는데, 그 믿음이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에게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줄 확신하노라”딤후1:5). Y운동을 사랑하는 모든 여기모인 사람들 안에, 조상과 선배들로부터 받은 귀한 믿음의 유산 곧 ‘거짓없는 믿음’이라는 귀중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2)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듯 하게하기 위하여 너로 생각하게 하노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것은 두려워하는 맘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 하는 마음이다”(6-7절)고 강조합니다. 우리에게 받은 남다른 은사가 있다는 것, 그것을 다시 불일듯 하게하려 한다는것, 두려워말고 능력과 사랑과 절제를 지키라는 것입니다. (3) “주를 증언함에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8절)라고 말합니다. 선한 일을 하려면 희생과 고난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경말씀을 밑바탕에 놓고서 함께 잠시 생각하려고 함니다.


교회와 사회 경계선상에서 본 오늘의 한국 YMCA


  한국 YMCA역사를 크게 4단계로 나눈다면 제1기(1903-1945)는 민족독립과 계몽운동기, 제2기(1945-1970)는 기독청년육성과 에큐메니칼운동기, 제3기(1970-1990)는 민주화와 인간화운동기, 제4기(1990-2010)는 시민사회운동과 생태평화운동기로 대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시기에 우리 선배들이 이루었던 필설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숭고한 봉사,희생, 업적을 다시 열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운동주체세력으로서 운동의 중심에서 일하는 분들은, 여기 모이신 분들이 대부분 그런 분들인데, 허리케인의 움직이는 전모를 태풍 한 가운데서는 안보이듯이, 좀 국외자로서 떨어져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한국YMCA 모습과 받는 인상을 몇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YMCA는 한국 개화기에 수행한 엄청난 민족사에서의 공헌으로  말미암아 존경받을 만하고 신뢰 할만한 사회단체이다는 것이다. 대중과 시민이 YMCA에 바치는 ‘신뢰성’이야 말로 가장 값있는 YMCA 자산이라고 본다.

  둘째, YMCA의 사회 활동방식은 매우 젠틀하다는 인상과 평가이다. ‘젠틀’하다는 수식어는 과격하지 않고, 합리적이며, 평화지향적 사회운동단체라는 인상이다. 그런 인상은 Y운동의 긍정적 자산이 된다. 그러나, 이 ‘젠틀’하다는 인상이 부정적으로 보일 땐, 중산계층 이상의 사회계층민들을 대상으로하는 문화교양 단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셋째, YMCA라는 시민단체는 1987년 한국의 민주화 단계이후 급속히 발생한 여타의 NGO 사회단체들과는 무언가 격이 다르지만, 재정적으로는 안정성과 든든한 기본자산과 후원자를 가진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부자사회단체라는 생각을 갖는다. 현실과 다른 이러한 일반시민들의 인상은, 옛날 부자집 후손들이 실속없는 유명세 덕분에 손해를 보듯이 Y운동의 재정기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넷째, 한국YMCA는 그  사회단체로서의 목적지향성의 자기의식형성 곧 이념성에서  시대상황에 적응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항해를 잘하고 있는 범선과 같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1990년 이후, 우리사회가 성숙한 시민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산고의 진통을 하는 중인데, 참여 ․ 정의 ․ 평화 ․ 생태환경 ․ 빈곤층 돕기등을 큰 이념지향성으로 삼고,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려는 모습은 타당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다섯째, 한국YMCA운동의 힘은 잘 훈려되고 사명감이 투철한 중간지도력의 저력에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전국 61개도시에 민들레처럼 지역에 뿌리내리고 일하는 총무중심의 간사지도력은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간사지도력은 젊은데, 차후 한국 YMCA를 이어나갈 ‘젊은 청년세대’들의 회원조직 훈련 참여활동은 미약하게 보인다. 이점은 미래 한국 Y운동의 사활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여섯째, 한국YMCA운동사에서 항상 가장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리스도성’과 ‘세상성’을 통전하면서 연계하는 운동과정에서, 새로변화된 문명과 복음과의 ‘상관관계적 변증의 임무’에 소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개신교 제도적 교회들의 주류가 사회발전 속도에 비하여 구태의연하고 보수적이며 반지성적 측면이 많은 오늘의 상황에서, YMCA만이 할수 있는 “지성과 영성과 과학과 예술이 함께 숨쉬는 세계관과 인생관의 형성학당”으로서의 프로그램 개설활동이 약하다. 현동완총무시절의 <YMCA 연경반 프로그램>과 같이, <종교와 과학>, <종교와 예술>, <종교와 시스템적 생물학>,  <종교와 인문철학>의 잘 준비된 시민강좌를 통해 지성적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다시 거듭나야 한다.


몇가지 제안


  위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경계선상에선 사람’으로서의 YMCA에 대한 인상이 전혀 터무니 없는 오해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두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한국의 다른 NGO단체들과는 비교가 어려운 한국 YMCA는 이미 YMCA회원들의 단체만이 아니라 민족사의 자산이 된 거목과 같다. 특히 YMCA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국민적 ‘신뢰성’을 밑천으로하여, 그에 걸맞는 육성지원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스런 공헌을 권리인양 자랑하면서 도와달라는 태도와 방식은 않된다. 21세기에 걸맞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이며 합리적인 프로그램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프로그램 참여적 협찬’을 유도해야한다. 최근 필자가 참석한 일본 <교토포럼>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기업가들 중에서도 YMCA 명예이사로 추대하면서 ‘시민사회형성에 참여적 기업가’들의 적극적 영입을 활성화 해야 할 것이다.


   10월15일 아침 한겨레신문에 소개된 언로시인 고은선생과 젊은 문학자와의 대담속에서 이런 대화가 나온다. 고은씨가 쓴 시중에 <오일장 장터>라는 시를 쓴 정황을 얘기하는데, 작가 말하기를 “나같은게 살아서 오일장 장터에서 국밥을 먹는다 ....밥한그릇처럼 종교적인게 어디있을가? 어휴, 좋거든. 이런걸 나같은게 먹을 수 있을가? 내 실재는 다른 사람의 부재에 의해서 의해 유지되는 거였어..” 현재 자기의 실존이 마치 자기가 혼자 잘나고 유능해서 잘사는줄 아는 현대인들에게, 이름도 빛도 없이 앞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의 댓가로 내가 잘 살고 있음을 시인은 예민하게 늘 느끼고 있는 것이다. 마틴루터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했다: “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에게 일용할 양식을 책임져주신다. 광야에서도 하루분씻 매일의 만나를 주셨고, 주기도문에서도 일용할 양식을 간구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러므로, 일용할 양식 그 이상의 재물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분의 것이며, 나에게 관리와 운영을 맡긴 것이다. 그것을 잊고 자기것인양 착각하거나 낭비하고 우쭐대는 것은 이웃에게 돌아갈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 한 것이다.”

  

  둘째, 한국YMCA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청소년 그룹들의 조직과 특별프로그램 마련 및 적극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미 각 지역YMCA 활동 프로그램중, 청소년들을 대상으로한 국토순례, 독립운동지 문화유산 방문, 생태자연현장 탐방등 여러 가지 프로그렘이 실시되고 있는줄 알고 있다. 필자의 제안은, 기성 개신교의 청소년 신앙행태에 대하여 외면하고 있는 일반 청년대학생들을 위하여, 기존의 기독학생운동 단체조직과는 다른,  새로운 ‘신앙의 씨앗’을 뿌리자는 것이다. YMCA라는 우리터밭에 순수한 묘목을 심어 큰나무로 길러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국 61개 YMCA지부조직에서 1-2명씩 청년대학생을 추천하여, 이들을 50명 단위로 팀조직하여,  국내 기독교 순례지 탐방을 넘어서 북간도 용정을 거쳐, 개화기의 문이었던 심양(봉천)과 북경을 거쳐, 동남아 1국을  문화역사탐방하는 가칭 <대학Y 배낭여행 동아리>를 매해 1개팀(50명단위)씩 여름방학을 통해 훈련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귀국하여 각자의 학교동료나 후배중 1-2명씩을 책임지고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청년을 인도하여, 10년간을 계속하면  1,000명-2,000명 정도의 순종 YMCA 청년터밭이 형성될 수 있다. 여행비용은, 개인용돈은 각자부담이지만, 여행비용은 일체 YMCA가 담당하는 것이라야 한다. 비젼이 있으면,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뜻이 있으면 경비는 모금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도의 노력과 투자없이, 미래 한국 YMCA를 이어가고 이끌어갈 새로운 젊은 일꾼들을 기다리는 것은  ‘백년하청의 몽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