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전두환이 MB보다 낫다"
[오마이뉴스] 2009년 02월 13일(금) 오전 10:17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최근 <위기의 경제>를 펴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12일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 초청돼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경제에 대해선 차라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낫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은 '경제를 모른다'며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라며 전권을 맡겼는데, 경제정책이 그나마 괜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경영과 경제는 다르다, 경영해본 사람이 경제를 잘 안다고 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최고통치자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하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공동주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기의 경제> 출간 기념 '저자 강연회'에서 유종일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위기 끝났다'고 했다가 일주일 뒤 지하벙커에 들어갔다"고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에서 생중계된 이날 강연에서 유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사랑과 연대의 정책을 취하면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과 법치주의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망할 수밖에"


우선 유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미국이 일으켰는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올해 우리 경제가 -2% 성장할 것이라고 하는 등 우리 경제가 굉장히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니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내수도 위축된 상황에서 양극화까지 심화되고 있다는 게 그의 현재 경제상황 진단이다. 그는 "양극화 심화는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값 폭등 등 지난 정부에서 버블을 키운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고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주장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기심으로 작동하는 시장을 방치해 두면, 굉장히 비합리적인 욕심이 커지고, 위험한 일이 생긴다. 굉장한 불공평과 양극화가 진행됐고, 결국 금융위기를 부른 것이다. 법치주의는 어떤가? 용산 참사와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만 봐도 법으로 다 해결되나? 감시 비용만 는다. 시장과 법치주의만 강조하는 사회는 망한다."


"녹색 뉴딜? 녹슨 삽질이다"


최근 <위기의 경제>를 펴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12일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 초청돼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유 교수는 "시장과 법치를 강조해 오늘날의 대형 금융위기가 왔다"며 "자본주의를 살려놓은 뉴딜 정책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뉴딜 정책으로 양극화됐던 사회를 '골고루 나눠 갖는 사회'로 바꿔 1950~60년대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게 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 뉴딜에 대해 크게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이 뉴딜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며 "녹색 뉴딜은 듣기엔 말은 좋은데, 내용은 녹슨 삽질"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총제적인 경제사회 개혁 프로그램인 뉴딜 정책이 우리나라에선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녹색 뉴딜의 4대강 유역 정비사업처럼 뉴딜 정책에도 테네시 강 유역 정비 등 공사를 벌인 사업이 있었지만 이는 뉴딜 정책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전했다.


"뉴딜정책은 금본위제 철폐라는 금융통화개혁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건전성 규제 감독이 핵심이다. 또한 부유층에 대한 세금 확대, 사회보장제도 실시, 노동조합 권리 강화, 노동시간 제한 강화 등도 중요하다. 이후 미국은 양극화가 크게 줄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것과 정반대다."


"위기 극복 위해 '시장과 버블→사랑과 연대'"


유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버블로 상징되는 사회를 사랑과 연대의 사회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일자리와 소득을 나누기 위해 사회개혁과 경기 부양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는 유 교수가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쇠귀에 경 읽기"라고 비판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연대하고 힘을 합치는 정책이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돈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돌려주고, 최저임금 깎는 정치를 하고 있다. 또한 집시법·방송법 등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책 내놓기 때문에 나누기 정책을 하기 어렵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