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간단체 성차별도 위법” 판결

[한겨레신문] 2009년 02월 10일(화) 오후 07:54

[한겨레] 서울YMCA ‘남성회원만 총회 참정권’ 관습

“1인당 1천만원씩 손해배상하라”

‘역사와 관습, 정체성’을 내세워 남성 회원에게만 총회 참정권을 주어 온 서울기독교청년회(서울YMCA)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이 내려졌다. 민간단체의 성차별을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례적 판결로, 평등권 원리가 공·사 구분 없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광범)는 10일 김아무개(48)씨 등 서울기독교청년회 여성 회원 38명이 이사회의 성차별 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1인당 1천만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회의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성차별적 처우는 헌법이 정한 평등의 원리 등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위법행위로, 여성 회원들의 인격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사적 결사체의 형성과 조직, 활동의 자유도 보장돼야 하지만, 헌법은 사적 관계라고 해서 전면적으로 규율 영역에서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법원이 직접 여성 회원들의 총회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법행위에 따른 구제까지 회피하는 것은 기본권 보호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1심은 “임의단체인 서울회가 자치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03년 창설된 서울회는 67년 헌장 개정으로 여성 회원을 받기 시작한 뒤에도 여성에게는 참정권을 갖는 총회원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 왔다. 2003년 정기총회에서 여성도 총회원으로 인정하는 결의문이 채택됐지만, 이듬해 이사회는 “추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번복했다. 서울회는 이 문제로 지난해 한국기독교청년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세계 120여개국 1만여개의 기독교청년회 가운데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곳은 서울회뿐이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단체 안에서의 성차별도 위법하다고 보는 등 성평등 원칙은 어디에서나 적용돼야 함을 밝힌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조직·단체 안 성평등 문화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최원형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