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

연평도 포사격 훈련 계획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발적 전쟁참화를 불러 올 수 있는 일체의 긴장고조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1. 정부가 연평도에서 포사격훈련을 강행할 태세입니다. 북측은 이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포사격 훈련이 ‘통상적이고 정당한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포사격훈련은 이미 일종의 무력시위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 훈련은 단순한 훈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응포격과 확전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군사적 초기 행위’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과 북이 냉정을 되찾고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지 자극적인 포사격 훈련을 강행하여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거나 굴복시키는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포사격 계획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우선, 군 당국과 정부가 강행하려는 사격훈련은 결코 통상적이지 않습니다. 여러 정황 상 이 포사격 훈련은 무장 갈등이 예고되는 지역에서 확전까지 감수하는 공공연한 무력시위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확전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정부의 교전방침이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확전은 남북 주민들의 인명피해까지를 감수하는 군사력 사용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확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확전가능성을 우려하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동의와 합의 없이 대통령이 군에 전쟁을 감수하는 행동을 지시해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이러한 성격의 군사작전에 동의했습니까? 확전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습니까? 우리는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통상적인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안이하게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지금 당장 포사격 훈련 계획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이 훈련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처에 나서야 합니다.

 

3. 또한, 이 훈련이 반드시 정당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군 당국과 정부는 북의 공격을 받은 지역에서의 자위적 의미의 포사격훈련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대비태세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군의 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11월의 연평도 사건이 불분명한 서해경계선으로 인한 남북 간의 오랜 군사적 갈등의 맥락에서 일어났고, 직접적으로는 연평도에서의 포사격 훈련을 빌미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연평도 인근 해역은 한국전쟁 이래 남한이 실효적으로 지배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NLL(북방한계선)은 유엔사령부가 임의로 지정한 항해제한구역으로서, 유엔사 스스로도 서해상의 경계선이라고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따라서 연평도 인근 해역으로 포 사격을 감행하는 것은 남북간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모호한 경계 내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4. 포사격 훈련을 둘러싼 남북간의 갈등은 서해 5도 지역은 물론 한반도를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군과 정부는 동시에 이 문제가 가지는 국제적, 정치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연평도 포 사격 훈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자제를 요청하고 있고, 미국 측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제안으로 12월 20일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다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남북간에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성격의 사안이 국제적인 분쟁사안으로 다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적 사안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남북 당사자의 자율적 역량으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와 권한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서해 5도 주민들은 물론 한반도 주민 모두에게 결코 이로운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군 당국과 정부는 포 사격으로 야기될 국제적 논란과 또 다른 무장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합니다.

 

5. 국민들은 전쟁에 반대합니다. 정부는 군사적인 대비태세가 확고해야 전쟁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력이 군사적 우위를 과신하여 북한 급변사태 대책과 같은 자극적인 군사계획을 발전시킨 것이 도리어 북으로 하여금 군사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기습적이고 비대칭적인 군사계획 개발에 몰두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 정부가 내건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무시정책이 북을 굴복시키기보다 도리어 최소한의 한반도 위기관리 장치조차 폐기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서해의 평화는 군사적 과시가 아니라 남북 관계의 개선과 대화채널의 복구 같은 평화적 방식을 통해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서해에서의 영구적 평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이미 남북 사이에는 서해 평화를 만들기 위한 합의가 있어왔습니다. 지금이라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위한 남북 회의를 재가동해야 합니다. 


2010년 12월 19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평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