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예배의 꼬마 침입자
매트, 세 살박이 꼬마가 있다. 고집도 세고, 제 뜻대로 안되면 소리치며 울기도 잘하는 개구쟁이이다. 아빠가 미국인, 엄마가 러시아인으로 이곳 펜들힐에 학생으로 와서 만나 결혼했다. 꼬마는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인지, 펜들힐을 쓸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헤이 존, 헤이 마가렛, 헤이 지석...하고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척을 한다. 존과 마가렛은 영국에서 교수로 은퇴하고 이곳에 와 있는 70세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오늘 아침 침묵 예배에 이 꼬마가 들어왔다. 대개 어린 꼬마는 예배 모임에는 안들어오는 것이 상례인데, 오늘은 부모와 함께 들어온 모양이다.
꼬마 매트가 들어오면서 조용했던 침묵 예배 흐름에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꼬마의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에서부터, 칭얼대는 소리, 그리고 자기 멋대로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예배실을 파동쳤다. 잠시, 꼬마도 조용한 침묵예배 분위기를 눈치 챘는데 조용하더니, 다시 ‘똑깍 똑깍...’ 혀 소리를 냈다. 간헐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 보다 규칙적인 소리가 침묵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누구도 그 꼬마를 제지하거나 내 보내지 않는다. 침묵 예배가 한 꼬마의 또깍거리는 입소리로 헝클어지려는 순간, 꼬마 곁에 앉아있던 존 할아버지가 일어났다. 그리고 증언을 시작했다.
“제 옆의 이 작은 목사(this small minister)는 펜들힐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름을 부르면서 반가와 합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인 것 같지만, 아마도 펜들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종종 이 꼬마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고 무언가를 가르쳐준다고 하지만, 사실 이 꼬마로부터 배울 때가 많습니다.”
짧은 증언을 하고 존 할아버지는 앉았다. 꼬마의 혀 소리는 그후에도 ‘또각 또각...’ 계속되었지만 그 소리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침묵 예배의 흐름도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위트와 깨달음의 진리를 담은 증언은 전체의 마음속에 조용한 변화를 만들었다.
불쾌한 마음을 유쾌하게, 내쫒고 싶은 마음을 포용하는 마음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영적 깨우침을 주는 소리로 들리게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영적 힘을 가진 증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10. 11. 19.
팬들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