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존세력의 부활을 경계한다

특별기고 = 정지석 박사 (YMCA 생명평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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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해상에서 남북한 해군이 서로 함포 사격하는 일들이 빈번때 우리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날 줄을 미리 예감해야 했다. 서로 으르릉대는 듯한 함포 사격이 일상적인 훈련만은 아닌 듯 했다. 군사 전문 신문도 아닌 일반 사람들을 독자로 둔 중앙 일간지가 일면에 함포 사격하는 장면을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보도할 때 섬뜩한 기분을 느꼈는데, 기어이 천안함 사건으로 터지고야 말았다.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은 정부의 발표를 들으면서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사건이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 박물관에서 국방부 장관을 대동하고 나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UN과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제재와 징벌을 요청할 때도, 왜 하필 전쟁을 기념하는 곳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지 불안한 마음이 더 불안해 졌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대응을 해왔다. 전쟁을 해도 별로 잃어버릴 것도 없는 북한보다야 남한이 받을 타격이 치명적일 것이기에 해볼테면 해보자는 태세고, 남한 정부와 군부도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는 형국이니 국민들만 불안하다. 이런 불안한 마음에서 하는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여당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한다. 국민으로서야 설마 전쟁이야 나겠는가 하는 마음이지만, 왠지 불안하고 기분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동네 아이들 패싸움도 아니고, 참혹한 희생과 파괴를 낳을 국가 간의 전쟁을 쉽게 내뱉는 남북한 양쪽 정치 군사 지도자들에게 역겨움과 분노 비슷한 감정이 올라온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에 두가지 흐름이 형성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나는 보복을 하라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무기를 더 사서 군사력을 증강시키라는 것이었다. 46명의 젊은 병사들이 생사를 모른 채 바닷속에 잠겨 있을 때, 서울의 주요 보수 언론은 북한 공격설을 보도하면서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민 여론을 부추겼다.


우리 해상지역에서 적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면, 그것도 미군함대와 합동 군사훈련 중이었던 상황에서 적의 잠수함이 침투해 어뢰를 발사했을 정도라면, 이것은 군사안보에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 그런 점에는 한마디 지적도 없이 오직 북한을 보복 공격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오늘 천안함의 여파가 전쟁의 위기를 느껴야 할 만큼 불안하게 진전된 데는 이런 언론들의 책임이 크다. 


천안함 사건이 우리에게 첨단 무기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흐름에 대해서도 나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처방은 너무 단순하고 안일한 사고다.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은 여야 한목소리로 첨단 무기를 구입하도록 예산을 증액해주도록 국회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외치는데, 그 예산은 국민들의 혈세임을 알아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데 돈을 쓴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2002년-2008년까지 5년간 무기 구매국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번째 무기 구매국이다. 그러니 우리가 첨단 무기가 없어서 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뭔가 큰 착각이며, 이런 착각이 가뜩이나 무기 구매에 큰 돈을 쓰는 국가예산을 늘리게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경제력에 벅찰 정도로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남한에서 무기를 더 사면 북한은 그냥 두고 보고만 있겠는가? 그쪽의 군부 강경파들이 핵무기 등 첨단 무기 개발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냉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그렇고 천안함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젊은이들의 희생을 고귀한 것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천안함 사건을 통해 지금 남북한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봐야 한다. 호전적인 세력이다. 그들은 서로 으르릉대면서, 실제로는 서로의 권력유지와 실익을 위해 돕고 있다. 이런 적대적 공존 세력이 다시 부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화의 정책으로 평화의 나라를 만드는 길, 이것이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진실이며 교훈이다.


(수원일보 20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