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YMCA 실무자연수 성서연구속기록
 4월 10일, 오전 9시, 마산관광호텔


“보아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누가복음 17:20-21. 하느님 나라의 양면성


차 윤 재 

마산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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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하나님나라와는 조금 다른 내용의 말씀이다. 하나님나라라는 말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천국, 천당이라고 말한다. 한자 말인데, 역사적인 과정이 있다. 헬라어나 히브리 말로 된 성서를 보고 번역한 것은 문익환목사님이 처음이었다. 원문을 보고 해석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한자 문화권이라 한자 성서를 보고 번역한 것이다. 당연히 하나님나라라는 말이 천국, 천당이라는 말로 번역했을 것이다. 어른들은 교회에서 천국, 천당이라는 말을 배웠지 하나님나라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천국, 천당이라는 말보다 하나님나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천국, 천당을 죽은 다음에 가는 세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원래 성서가 갖고 있는 뜻은 다르다. 종말, 역사의 끝,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주시는 끝, 종말인데, 심판의 개념인가, 축복의 개념인가에 대해 논쟁이 있다. 교회 목사님들은 심판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성서는 죽음도 없고 고통도 없는 은혜의 개념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는 천국을 이야기하면서 세상의 끝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죽은 다음 이후의 세상을 말한다. 샤머니즘과 섞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다르다. 죽은 다음에, 나중에를 강조하지 않고, "보아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중이 아니고, 지금 여기에 하나님 나라가 있다고 하신 말씀이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또 다른 개념을 말한 것이다.


70년대의 김민기가 불렀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의 가사를 보면, 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70년대의 상황이 민중들에게 고통스런 상황에서 죽음 고통 저편에 파라다이스가 있는가, 그것을 참고 살아야 하는가?, 아니다 주님 이제 여기에 오소서라고 노래한다.


오늘의 주제도 오늘 너희 가운데 하나님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의 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 그리고 오늘 이 시대에, 동시대에 구현해야 할 하나님나라의 양면성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셨다. 너 안에 있다고 하지 않고. 하나님나라의 중요한 질서는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있는 것이지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가까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관계에 대해 성서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징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이 독사 굴에 손을 넣어도 물지 않고, 힘 없는자와 힘 있는자가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을 은유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나라를 우리 가운데 이뤄낼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Y 하나님나라는 어느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가? Y 목적문을 보면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이룩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새문화 창조, 민중의 복지 향상 등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76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대단히 진보적인 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Y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어디서 이루어갈까, 구체적인 현장을 어디에서 잡아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라는 주권, 국민, 영토 3가지 요소가 있는데, 주권은 당연히 하나님의 주권을 말할 것이고, 국민은 하나님의 백성일 것이고, 영토는 지구, 좀 더 좁히면 지역사회에서 하나님나라를 만들어가자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 힘든 일이다. 역사적 굴곡이 심하다. 전 정권과 또 다르고. 하나님나라를 아주 좁혀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산Y 사무총장으로 올 때 마산역에 내려서 결심한 것이 있다. 그 전에는 춘천이나 청주에서 실무 간사로 일했는데, 간사로 일할 때는 전체 실무구조에서 결심해도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데, 사무총장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성격이 급하고 바로 이야기하는 성격이라 부딪치기도 많이 했었는데, 사무총장으로서 즐겁고 행복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결심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사업을 하고 나면 바로 평가회를 하고 평가는 신랄하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평가를 신랄하게 하게 되면 맞는 말이기는 한데, 서로 상처를 받고 찝찝한 경우가 많다. 서로 고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한국Y 모든 실무자들이 하나님나라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텐데, 그 최소한의 공간으로 일하고 있는 공간인 회관 내로 좁혀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하나님나라 분위기를 창출해 낼 때, 작은 단위에서 하나님나라의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간의 진실한 사랑을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진실한 사랑을 알지 못한다’라는 말도 있다. 이런 연인간의 사랑을 통해 세상과의 사랑, 이웃과의 사랑을 깨달아 간다는 것이다. ‘평화의 세상을 원하면 내가 평화가 되자’라는 말이 있는데 생명평화운동은 내가 바뀌지 않으면 뜬구름 잡는 운동이 된다. 세상 속에 하나님나라를 만들고 싶어 하는 관심만큼 우리가 일하는 사무실 내에서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갈등이 있다. 전국 60여개 Y내에서도 친소관계에 따라, 그리고 부서 간에도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마산Y에 처음 왔을 때도 이런 것을 경험했다. 특정 부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서로 협력하고 돕는 유기적인 분위기가 잘 안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느 한 부서가 무너지면 마산Y 전체가 무너지고 한 부서보다 마산Y 전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눴고, 한 부서만 잘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마산Y가 잘 되어야 한다. 또 부서간의 이동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4-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사무실 복도에서 남자 실무자와 여자 실무자랑 싸운 적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공동체 안에서 좋은 방향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자 고민했다. 양쪽 사람들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고민을 하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갖고 직원전체를 모아 의식의 형태로 접근을 했다.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한 예배시간을 만들어 명상도 많이 넣고, 일주일정도 지나 당사자들이 마음 정리가 된 상황에서 마음을 나눴다. 징계를 하기도 했지만, 직원들이 싸울 때 현장에 나서서 완력으로 정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예민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분위기와 정신을 우리 실무자들 안에서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보다 실무자들 안에 있는 갈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무자들의 관계와 분위기가 좋아지면 사업도 좋아지고, 회원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회원 프로그램도 좋아지고, 이사․위원과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직원 내의 관계가 이런 분위기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공동체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봤으면 한다. 실무자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하나님나라가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구현해낼 수 있을지 Y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일차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만들어가고자 하지 않으면 관념적으로 머리 속에서만 하나님나라를 생각하기 쉽다.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우리 Y의 직원공동체 안에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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