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의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