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모임 3. 국제 정세의 흐름과 생명평화운동의 과제1)



사회자 : 지난 10월 거문도 실무자 연수에서 준비위원회 회의를 하기로 했었는데, 부득이 많은 분들이 참석을 못해 오랜만에 모이게 됐다. 오늘 국제사회의 흐름과 평화운동에 관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회의도 할 겸해서 모였다. 최근 김용복박사님이 일본, 중동 등에서 개최되었던 평화회의에 참석하고 오셔서 최근 동향에 대한 논의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김용복 : 세 꼭지 정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평화운동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지난 10월말에, 강원도 화천에서 평화에 대한 시민헌장을 제정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3년 걸렸다.

평화헌장을 제정한 핵심적인 이유는 이 시대에 필요한 평화의 담론을 새로이 시작해보자는 것이었다. 평화헌장을 잘못 읽으면,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똑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도 있다. 그러나 지금 평화헌장의 의미는 세계가 지정학적으로 개편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주는 의미는 유엔 헌장이라든지,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미국과의 방위조약 등의 의미가 확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전술 전략적인 차원에서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차원에서 달라졌기 때문에 평화운동의 전략과 의미, 주체도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혼용하고 있다. 기존의 평화담론과 새롭게 생성되는 평화담론의 맥락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평화담론은 지정학적인 맥락에서 미국을 떠오르는 지국제국으로 규정한다. 역사상 로마제국이나 오스만제국, 중국의 진제국 등이 존재해왔는데, 미국이 제국이 되어가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한 가지 모두(冒頭)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레닌이 규정한 제국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레닌의 제국주의는 계급론, 자본주의를 근거로 해서 제국주의를 본 것이지만, 미국의 지배는 마치, 동물의 種이 있으면 種의 성질대로 성장하는데, 이것은 種이 변종되는 것이다. 자라나는데 한계가 없다. 이것을 구조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이 제국은 힘의 한계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새로운 지배영역을 항상 확장해가는 것이다. 전쟁을 보더라도 옛날의 전쟁과는 확 달라졌다. 전쟁의 시간, 방식도 확 달라졌다. 전쟁이 없으면 이 제국은 죽는다. 전쟁이 이 제국이 성장할 수 있는 밥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다들 멍청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란과 전쟁을 하겠다고 부시가 왜 추동하는가? 미국의 분석에 의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부시나 네오콘뿐만 아니라 보수 기반 전체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미래형 전투체계(FCS:Future Combat System)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게 몇 조원대의 120조인가, 1200조인가의 예산이 든다. 이 예산은 레이건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우주전쟁을 하기 위해 제안했던 액수다. 미국이 최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원자탄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던 이래 최대의 액수다.

FCS는 컴퓨터로 전쟁을 한다. 컴퓨터로 스크린으로 클릭하면, 10마일 밖에 대형 폭탄이 터진다. 신형무기를 만드는 거다. 이것은 전쟁의 개념을 바꾼다. 시공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자꾸 확대되고 새로운 형태로 간다. 이 프로세스는 새로운 전쟁을 계속한다는 전제를 가지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 이것의 구체적인 형태가 ‘테러와의 전쟁’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간과 공간을 무시하는 것으로 되고, 미국 안에서도 하고 밖에서도 하고 한다. 일본에 갈 때 지문을 찍었는데, 그전에는 이것이 ‘인권문제’였지만 지금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나토(NATO)는 유럽에 있는 모든 정치인들의 일거수 일투족, 모든 말을 녹취한다. 이것이 완전하지 않기에 감시체계를 계속 개발한다. 몇 일전 일본에서있었던 평화회의에서, 지문이슈가 제기됐을 때 재일동포들이 인권차원이니까 따로 논의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범주에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평화의 범주에 들어왔다. 지문채취의 범주가 이제 달라진 것이다.

미국 ‘제국’의 성격이 달라졌기 때


1) 생명평화센터 3차 대화모임 강연 속기록(07.12.14, 연맹 회의실), 강사 : 김용복복박사(한국생명학대학원장), 사회 : 남부원(광주YMCA 사무총장), 기록 : 이윤희(연맹 생명평화센터 팀장). 이 글은 김용복박사님과의 대화모임에 대한 속기록입니다. 혹 잘못 옮긴 것이 있으면 기록자의 부족함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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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출판물 "생명평화구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