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는 학부모 95%가 찬성하는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하십시오

 

어제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학교교육정상화시책 추진실태)에 따르면 강남의 모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밤12시 30분까지 영업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어떤 학원은 새벽 1시 20분까지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의 고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였지만 그것은 학원에는 오히려 호재였습니다. 성인들도 휴일에는 일을 쉬지만 학생들의 공부는 쉼을 모릅니다. 쉼이 없는 공부는 학생들의 건강, 정서, 관계, 창의성을 해치고, 정작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만드는 매우 큰 손실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사회라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열 경쟁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여의도 불꽃놀이를 구경하다가 생긴 일입니다. 잔디로 된 언덕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선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선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선을 넘어가서 전망을 가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뒤에 있던 사람들도 그 선을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관리요원이 제지를 하다가 나중에 숫자가 많아지니까 그들도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선을 지키는 사람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너나할 것 없이 선을 넘어가는 바람에 뒤에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도 다 같이 일어나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불편해진 것입니다.

 

학원영업시간도 이와 유사합니다. 심야나 일요일은 암묵적인 마지노선으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1990년대에는 학원들이 자율적으로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던 역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 선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전체적인 불안감을 자극하고 경쟁의 강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일요영업자체를 아무도 저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더 힘들게 노력하지만 특별히 더 유리하지도 않은 매우 비합리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쉼이 있는 교육’이 주장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와 쉼의 균형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한경쟁을 유한경쟁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마치 선거도 무한 경쟁적 상황이지만 시간이나 비용 등에 일정한 한도를 정해서 과열을 방지하는 것처럼 현재의 입시경쟁도 무한 경쟁적 상황이지만 경쟁의 한도를 정하여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의 폐해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심야와 일요일을 제외하고도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과도한 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입시경쟁의 압력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이를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는 어렵고, 어떤 해결책이 나와도 경쟁 자체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경쟁 자체를 전제한 상태에서 경쟁의 룰을 정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경쟁을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 사회적 합의의 선을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원래 오늘 오후 2시에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의 공동주최로 ‘학원휴일휴무제를 제안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습니다. 토론회 준비를 거의 마치고 자료집 최종 편집을 앞둔 지난 금요일 김상민 의원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 지도부’의 반대로 토론회 개최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까지도 토론회 축사를 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누군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배경은 어느 정도 추측이 됩니다. 의원실에 학원총연합회 쪽에서 토론회와 관련하여 반대의 의사를 전달하였다고 하고, 김상민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 장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하면서 토론회를 추진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토론회가 취소된 것입니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우리들은 학원총연합회를 통하여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반대 압력이 전달된 것으로 합리적 추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현재 학원총연합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내린 학원 심야영업제한마저도 무력화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밤 10시로 제한하고 있는 학원영업제한 조례를 폐기하기 위하여 압력을 가하는가 하면 학원심야영업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한 헌법 소원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토론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논의는 거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학원총연합회는 토론회에 의견을 내는 것을 거부함)

 

현재 국회 토론회는 무기한 보류되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학원 쪽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원휴일휴무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저력을 지닌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학원총연합회의 압력은 성공을 거둔듯합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학부모 95%의 찬성률에서 보듯이 확고합니다. 곧 이 목소리는 국회와 정부를 향하여 메아리칠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익단체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절실한 고통에 응답하여 쉼이 있는 교육을 위한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