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의 재분배’ 선언…“계급전쟁 시작됐다” | |
부유층에 6360억달러 세금 더 걷어 중산층이하 돕기 보수진영 “로빈후드보다 더 나빠”…의회 격랑 예고 | |
김순배 기자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발표한 예산안은 부유층의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 이하를 돕는 ‘부의 재분배’에 핵심이 맞춰졌다. 이 때문에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계급전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레이건 시대 이후 부유층 감세와 작은 정부라는 경제 이데올로기를 처음으로 뒤집는 내용에 공화당 등 보수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오바마의 예산안은 지난 30년간 정부와 시장을 지배했던 ‘레이거노믹스’로부터의 “역사적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가 큰 폭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균형 재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진보적 정책을 과감히 실현하지 못한 것과도 비교된다.
오바마는 진보 가치를 실현할 핵심으로, 당연하지만 세제개혁을 선택했다. 향후 10년간 부유층에는 6560억달러의 세금을 더 걷지만, 중산층 이하에는 1490억달러를 깎아준다.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게 걷은 세금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중산층 이하한테 혜택으로 돌아간다. 의료보험 및 교육혜택 확대다. 특히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계층에게 10년간 6340억달러가 투입된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 외에도 온실가스권 배출권 판매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복안이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2020년 이후에는 연간 3천억달러까지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렇게 확보된 세수를 서민층 감세에 5257억달러, 청정에너지기술 개발에 1200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미국 사회는 지난 30년간 심각한 빈부격차 확대를 겪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하위 80%가 상위 1%에게 해마다 1만달러 수표를 건네주고 있는 꼴이라고 비교했다. 오바마는 이날 “잘못된 과거” “심각한 무책임의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제야 우리 국가의 가치를 선언한 예산안이 마련됐다”며 지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부가 빈부격차를 줄여 부의 재분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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