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화 기 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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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평화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 아닙니다.

나 자신과 내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나 아닌 사람을 위해 지금 바로 이곳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게 하소서.


부디 우리의 평화기도가

시냇물처럼 이 땅을 적시게 하소서.

내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밑에서

죽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참으로 부끄럽게 하소서.

무심코 내뱉은 침 한 방울과 말 한 마디가

세상을 얼마나 더럽히는지

까맣게 몰랐던 것을 뉘우치게 하소서.


평화는 내 스스로 찾아 나설 때

비로소 오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

바로 지금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내 이 한 몸 기꺼이 쓰게 하소서.

내 형제 내 자매 고통스러워할 때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내 동포 내 민족 전쟁의 불안에 떨 때

침묵하지 않게 하소서.


내 손을 쓰게 하소서. 내 발을 쓰게 하소서.

그리하여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의 그날

갈라지고 찢겨지고 상처 입은 몸들이

부둥켜안고 덩실덩실 춤추며

크게 울게 하소서. 크게 한번 울게 하소서

 

                         (지리산생명평화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