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전집 보강해 30권으로 재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바보새' 함석헌(1901~1989)은 기독교적 영성과 동양 사상을 잘 조화시킨 대표적 토종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기독교적 평화주의에 기반을 둔 그의 사상은 유.불.선 등 동양 사상의 정수를 녹인데다가 자연친화적인 생명주의 등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비폭력'을 무기로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꼿꼿한 '딸깍발이'에서, 문학평론가인 고(故) 김현이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문장가"라고 평가할 정도로 뛰어난 글 실력을 자랑하는 '시인'이기도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이력을 소유한 함석헌이 떠난 지 20년. 그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은 전집 '함석헌 저작집'이 한길사를 통해 출간됐다. 지난 1988년 한길사에서 출간된 20권의 전집을 수정하고, 내용을 보태 새롭게 30권으로 나왔다.
21년 전 출간된 함석헌 전집을 토대로 새로 찾아낸 시 72편, 강연문 26편, 편지 39편, 에세이 11편, 동양고전풀이 17편, 인물론 9편, 대담 6편, 간디의 명상집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아울러 각 권 마지막 부분에는 중요한 개념을 목록별로 찾아볼 수 있는 '찾아보기' 부분도 더해졌다.
한길사는 5년 전부터 전집 개정작업에 착수했으나 함석헌의 글이 기고문, 강연, 편지, 번역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데다가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주석을 많이 달면서 애초 예상(2년)보다도 길어졌다.
새로 나온 저작집은 철학.역사 관련 에세이를 모은 1권 '들사람 얼'에서부터 성서적 입장에서 조선의 역사를 해석한 30권 '뜻으로 본 한국역사'까지, 함석헌의 역사의식, 씨알사상, 세계주의, 여성사상, 비폭력운동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왜 함석헌인가.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20세기를 통틀어 사상적 폭과 깊이에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라며 소개하면서 "함석헌을 재평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함석헌의 사상은 특정한 사상이 아니라 보편적 내용을 다루고, 시세(時勢)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전"이라며 "그의 글은 한글로 쓰인 살아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젊은 층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석헌씨알사상연구원의 김영호 원장도 "함석헌 선생의 글들은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현실 차원을 떠나는 법이 없는" 현실적인 글이라며 "선생의 저작은 다양한 삶의 원리와 실천론이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통섭이 요청되는 시점에서도 대단히 선구적인 글"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길사와 함석헌씨알사상연구원은 4월 1일 오후 6시 교보문고 지하 1층에서 '함석헌 선생 탄신 108주년 심포지엄과 낭독의 밤ㆍ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안병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되는 1부 심포지엄에서는 '역사적 실재로서 씨알을 반추한다'(김경재.한신대), '시인으로서의 함석헌'(박태순.소설가), '함석헌 사상에서 주체와 타자문제' 등을 주제로 한 발제문이 발표된다.
이어 2부 '낭독의 밤ㆍ출판기념회'에서는 영화감독 정지영,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김순영 전 YTN 앵커가 나서서 함석헌의 시를 낭독하고, 젊은 소리꾼 민은경 씨가 '판소리 압록강'을 공연한다.
양장본 55만원, 반양장본 46만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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