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 여성대회 기념시


              그대 이 땅에 뿌려진 눈물, 이 땅에 뿌려진 슬픔

                          잊지 마세요, 결코 잊지 마세요

                             - 제 26차 한국 여성대회에 부쳐서 -


                                                 이 학 영(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찬바람 몰아오던 골짜기에선

어느덧 돌돌돌 물소리 흘러 나오네요

봄이 오려는 거지요

삼월이라 이제 봄이 오려는 거지요

바람의 손길도 부드러워지고

나뭇가지들은 굳었던 마음을 열고

이제 부드러운 잎사귀들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지구 저편 대양 너머로 기울었던 태양이

다시 적도를 넘어서 북반구로 얼굴을 디밀면

수만리 날아갔던 북국의 철새들도

태양을 따라 날개짓을 하며

다시 돌아오겠지요

도요새들이 기러기들이 두루미들이

노랑부리 저어새, 눈뺨 검둥오리,

왜가리, 물닭, 중대백로

우리가 미쳐 그 이름을 다 모르는

수천 수만 마리의 새들이

제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오고 있겠지요

대양을 건너고 산맥을 넘어서

푸르고 푸른 저 높은 하늘을 날아서


제 새끼들과 제 이웃들과

눈치 보지 않고 둥지를 틀기 위해서

굶주리지 않고 제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서

푸른 잎사귀들 너울거리는 숲 속에

마음 편히 한 몸 누이기 위해서

먼 길, 폭풍의 길 마다 않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리 바꾸며

그 먼 하늘 길 날아오고 있겠지요


어찌 그 길이 편하기만 하겠어요

더러는 허기져서 찬 바다에 떨어지기도 하고

더러는 폭풍에 휘말려 쓸려가기도 하고

더러는 탐욕한 무리들의 총탄에 맞아 죽어가기도 하면서

더 나은 평화의 땅

더 행복한 내일의 꿈을 위해

그 먼 길 날아오는 거겠지요

그만두어버리고 싶을 때

지쳐 쓰러져 떨어질 것 같을 때

서로 마음 거들며

서로 아픔 위로하며

수천 수만리길 날아가는 것이겠지요

날아가는 것이겠지요


잊지 말아요

우리 잊지 말아요

오늘 우리 땅에 날아가는 사람들

가난과 폭력 아래서 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힘들어도 슬퍼도 날아가는 사람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억압받고 감옥에 끌려가고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살아남아

평화의 세상을 이루려 하는 사람들

내 땅의 어머니들

내 땅의 누이들이 있다는 것을


천개의 날개로

만개의 날개로 온 하늘 뒤덮으며

푸른 잎사귀 너울대는 세상을 꿈꾸며

거친 바람 거슬러가며

날아가는 사람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