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가 88% 투표하면 세상은 88% 나아진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 시기 한국 청년의 ‘스펙’은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여러분의 영어능력, 컴퓨터 사용능력, 국제적 안목과 경험, 문화·예능감각 등은 저를 포함한 선배의 청년 시절 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은 현실의 팍팍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시달리고 있지요. 대학등록금 1천만원, 청년실업자 100만 명이라는 통계는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여러분이 굳센 의지와 성실함으로 ‘맨 땅에 헤딩하기’를 하고 있음을 압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이마에 많은 상처가 나 있음을 압니다. ‘명함 찍을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하여 아르바이트, 자격증,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 경력이라는 ‘취업 5종 경기’를 몇 차례나 반복하며 뛰고 있는 여러분의 노력과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가슴 한편이 먹먹합니다. 제도적 해결 없이는 여러분의 개별적 분투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확률은 낮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삼류 깡패(박중훈 분)는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 애인(정유미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더군요. “우리나라 백수들은 참 착해요. 프랑스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 부수고 난리던데…. 네 탓이 아니야. 힘내.” ‘고용 없는 성장’ 정책이 관철되는 속에서 개인적 ‘스펙’ 쌓기에 몰입하기 보다는 그 정책을 바꾸는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이 진정한 구직대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일 것입니다.


지방선거 투표일이 임박했습니다. 현재의 청년의 고통이 어떠한 정책에 의해 야기·심화되었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청년실업 해결방안, 학자금 대출 방안, 최저임금 상향 방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천할 의지를 가진 후보에게 표를 던지십시오. ‘알바’가 있다구요? 새벽에라도 투표를 하고 가세요. 투표는 당장의 ‘알바’ 보다 당장의 ‘스펙’ 쌓기보다 효과적인 투자가 될 것입니다. ‘88만원 세대’가 88% 투표하면 세상은 지금보다 적어도 88% 나아질 것입니다. 군사독재 시절 여러분의 선배들은 돌을 던져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표를 던져 세상을 바꿀 차례입니다.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를 위해서 말입니다.


한겨레신문 5월 31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