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운동의 토대로서의 온생명 개념¹⁾

요즈음 들어 현대문명의 반생명적 반평화적 특성을 간파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각종 생명평화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광범위한 공감을 받고 있으면서도 구체적 현실에 입각한 실천 차원에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생명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데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얼마 전 황우석 교수와 정진석 주교의 만남에서 생명을 사랑한다는 데에는 합의를 했다고 하면서도 생명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누구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보살피는 문명을 만들어나가자는 데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생명이라 여기느냐에 따라 실제 해나가는 일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생명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상적 생활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일 뿐 이를 넘어서는 한계 상황으로 갈 때 적용이 대단히 어려워진다. 사실 일상적 생활 세계 안에서도 우리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생명'이라고 생각해 온 내용이 실체가 없는 하나의 허상에 불과한 것임을 곧 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살아있다고 생각되는 대상 곧 ‘생명체’들로 하여금 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게 해주는, 그리하여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그 어떤 특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생명’이라 한다. 그러나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적용되는 이러한 공통된 특성이 과연 존재하는가? 예를 들어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놓고 생각해 보자. 이것은 과연 살아있는가? 만일 살아있지 않다면, 적절한 땅에 심었을 때 새로운 나무로 자라나는 일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얼마동안 살아있는 것인가? 마른 나뭇가지도 살아있는가? 살아있지 않다면, 언제부터 살아있지 않은가? 이것이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특성은 무엇인가? 살아있는 가지와 죽은 가지를 구별할 경계선이 존재하는가? 여기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저러한 여건 아래서는 이것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런 여건을 말하지 않고 단순히 이것이 ‘살아있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은 실제로 무의미한 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살아있음'을 말해준다고 하는 우리의 ‘일상적 생명' 개념은 이미 그 내용의 상당부분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이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가? 생명은 정말로 허상에 불과한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했던 생명 개념이 허상임이 드러날 뿐, 자연계에는 매우 특징적인 '생명현상'이 존재하며, ‘생명’이라는 용어는 이 존재를 특징짓는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 새롭게 자리 매김 해야할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생명운동에 나서기에 앞서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추구해 보아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주 안에는 사물의 보편적 존재양상을 기준으로 볼 때 생명현상이라 불릴 매우 특수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의 존재양상은 기본적으로 온생명이라는 형태를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 여기서 온생명이라 함은 더 이상 분할할 때 생명현상의 존립이 어려워지는 최소의 존재단위를 의미한다. 이 관점에 입각할 때 일상적 의미의 생명이라는 것은 이 안에 존재하는 개체생명들 곧 낱생명들의 생존 양상을 낱생명 안의 그 무엇과 결부하여 파악하려는 개념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의 나뭇가지 예에서 보았다시피 낱생명들의 생존은 낱생명 안의 상황 뿐 아니라 그것의 보생명(그 낱생명을 제외한 온생명의 나머지 부분)의 상황이 제대로 부합될 때 가능한 것이므로 보생명을 제외한 낱생명만의 성격으로 생명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러한 생명 개념에 익숙하게 된 것은 보생명 부분의 상황을 대략 고착된 것으로 전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