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YMCA입장
누구를 위한 방문판매법 개정인가,
소비자 외면한 밀실행정, 법안처리 더 이상은 안된다!!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다단계판매를 통한 소비자의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년실업의 증가와 맞물려 다단계판매원들의 유인행위가 청년층과 대학생들에게 확산되었고 결국 우려와 같이 거마족으로 불리는 거여·마천동의 대학생 피해자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들은 현행법상 합법인 업체의 묵인 하에 소속 사업자들에 의해 저질러져 왔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고, 현행 법률의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현행 방문판매법의 문제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섬세한 점검과 개선 작업을 요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방문판매법 개정 작업을 살펴보면 그동안 다단계판매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책을 만들지 못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또 다시 비상식적인 입법과정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된다. 공정위는 2010년부터 사문화 되어있는 다단계판매에서의 소비자 요건과 소매이익 요건을 삭제하고 신종 다단계판매인 ‘신방문판매’를 규제할 방안을 주요 쟁점으로 하는 법률개정안을 준비하여왔다.
신방문판매(또는 후원방문판매)는 후원수당 등의 부분에서 사행성이 높음에도 무늬는 방문판매로서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화장품이나 학습지 판매의 경우 방문판매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으나, 판매원의 형식이 3단계 이상이며 후원수당 역시 2단계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다단계판매의 규율대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즉, 화장품판매원들을 다단계판매원으로 할 경우 판매원 모집의 어려움, 다단계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화장품업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의 현실적 계산 때문에 화장품업계의 저항이 거세었으며, 사행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들어 개정안 논의 과정부터 개정 법안 내용의 어려움을 야기하였다.
방문판매법 개정 TF모임은 2010년 8월까지 운영되었고 이후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가 2011년 들어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현재 개정안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나오는 내용들은 화장품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비자요건(최종소비자 판매분 70%이상 입증시)을 강화하면 방문판매로 인정하며, 논의의 초점인 사행성 문제는 도외시된 채 법안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다단계판매보다는 규제의 정도와 벌칙의 내용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규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다단계판매로 인한 소비자보호에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관련 업계가 요청하는 대로 그들을 위한 법안(일명 아모레법안)을 개정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절차적으로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법안 개정에 있어 소비자를 대변하고 있는 소비자단체들에게는 법안의 어떤 내용도 알려주지 않은 채 성명서를 요구하거나,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문판매법 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연수회를 관련 법안 설명회인 양 운운하는 것은 기만적인 행태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사위원회 전원회의에 상정하기 전에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여 2010년 TF 이후의 경과, 동 개정안 내용 등을 재논의 해야 할 것이다. 후원 방문판매 및 최종 소비자 판매 입증에 따른 시장의 변화 등을 폭넓게 공유하고 향후 발생할 피해 예방 방안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만일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법안을 밀실에서 가지고 나와 토론의 장에 내놓고 합의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회기 내 법안 처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지금이라도 향후 개정법의 오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피해에 주목하면서 피해의 예방을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법률 개정안으로 인하여 더 많은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러한 개악에 참여한 정책 참여자들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2011.12.22
한국YMCA전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