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배너2.jpg


지난달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는 서울 강서구 공진초 폐교 부지에 공립 특수학교를 신설하는 문제를 두고 주민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청은 공진초 부지와 강남 언남초 부지 등 3개 지역에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행정예고를 하였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7월에 이루어진 토론회에 이어서 두 번째 주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손동호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8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청의 행정예고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주민 공청회는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고 오늘 토론회 역시 교육청이 방향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설득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학생 학부모 이은자씨는 아이는 강서 지역 특수지역 교남학교를 두고도 해당 학교의 정원이 모두 차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구로구 정진학교로 등교하고 있다모든 아이들은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보며 누군가는 쇼하지 마라!”하고 외쳤지만 고개를 푹 숙인 엄마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슈2-1.jpg

* 출처: 한국일보. “강서 특수학교 설립 갈등 평행선···또 접점 없이 끝난 주민토론회.” 2017. 9. 5. 재인용.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싫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지는 서울시교육청이 소유한 학교 땅이지만 총선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기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는 공약을 세웠다고 한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논쟁은 무책임한 정치인과 일부 이기적인 주민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에 9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68명은 장애학생들이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과연 특정 지역의 이기주의라고 비난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특수학교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어디에 특수학교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인권위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 행위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평등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인귄위는 현재 과밀 학급은 장애학생에게 적절한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은 건강과 안전권을 위협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역에 마땅한 학교가 없어 가정과 시설에서 순회교육서비스만 받고 있는 중도·중복 장애학생까지 고려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였다.

지난 24일에 열린 동해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3차 설명회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설명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도교육청은 행사장 밖에서라도 설명회를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반대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장애 부모들이 현수막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설명회 진행을 하지 못했다.

장애학생을 위한 학교설립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일까? 22년 전에 있었던 발달장애아 특수학교 밀알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1995년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던 주민들과 처음 공식 대면을 하였는데 주민들의 반대가 격렬했다고 했다. 밀알복지재단은 학교 설립 계획을 승인받은 뒤 강남구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강남구청장은 허가를 내주고 싶지만 주민들이 재산상 불이익을 거론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므로 주민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였다. 수차례 허가신청이 반려되던 중, 법이 개정되어 학교 건축 허가권자가 구청장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변경이 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주민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변경하도록 요구하여, 밀알복지재단은 학교 정문을 아파트 쪽으로 설치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199512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 건축 허가를 받았다.

건축 허가를 받았다고 하여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9961월 학교 기공식을 열던 날, 주민들의 강렬한 반발이 있었으며, 공사 장비 반입을 막고 현장 사무소를 점거하는 등 물리력 행사가 이루어졌다. 또한 초등학생들도 공사 현장에 나와 주민들과 함께 피켓시위를 했다. 이후 밀알복지재단은 반대 주민을 상대로 출입금지 및 공사방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승소했다. 이 재판을 계기로 일부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 일부 강경한 주민들이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건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송이 진행되었지만 힘든 과정을 거친 후 밀알학교는 19973월 개교를 하였다.

밀알학교는 남서울은혜교회의 홍정길 목사와 수천 명의 교인들이 힘을 합쳐 건립하였으며 지금은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주민들은 처음에 특수학교 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하기도 하였으며, 특수학교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함께 더불어 사는데 문제가 없으며, 장애에 대한 이해가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밀알학교는 주민들이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물론 밀알학교의 사례를 모든 특수학교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 밀알학교는 법원이 중재자가 되어 대립하는 가치들을 정리했고, 교회 교인과 언론을 중심으로 하여 옹호집단이 형성되어 학교 설립의 당위성을 지지하였으며, 넉넉한 재원으로 주민 편의시설을 개방함으로써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소 제공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는 매우 예외적인 일이므로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인하여 특수학교 설립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2017 특수교육통계를 살펴보면 전국의 초··고등학교나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장애 영아 포함)89353명이다. 이 중 63154(70.7%)이 일반학교에, 25798(28.9%)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전국 특수학교 173개 가운데 약 16%는 학생 수가 법정 정원을 넘는 과밀 학교이며, 서울의 경우 8개 구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이 지역 학생들은 인근 지역으로 2~3시간 걸려 원거리 통학을 한다. 이처럼 특수학교 수가 부족한 현실이지만 설립은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서울 8개 자치구 내 국공유지나 대규모 학교용지를 일부 분할활용하는 방식으로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6공립특수학교() 신설 지속적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반발을 줄이기 위해 특수학교 수요가 있는 곳에 지역주민 편의시설을 함께 만드는 랜드마크형 대규모 특수학교등 새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단 한 명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정책을 실현해 가겠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에 대한 선입견,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 지역 이미지 실추 등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객관적 근거가 약하다고 한다. 교육부는 부산대 교육발전연구소에 특수학교 인접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연구 의뢰하였다. 본 연구는 지난해 4월 전국 16개 시·(세종시 제외)167개 특수학교 주변의 부동산 가격 변화를 조사하였다. 연구에서는 특수학교 주변을 인접 지역(반경 1km)과 비인접 지역(반경 1~2km 거리)로 나누어 10년간 부동산 가격의 변화를 비교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학교 인접 지역의 땅값은 평균적으로 4.34% 오른 반면에 특수학교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비인접 지역은 땅값 상승률이 4.29%로 더 낮았다. 통계적으로 특수학교 인접지역과 비인접 지역 간에 부동산 가격 변화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장애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편견이 뿌리 막혀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현실이다. 사회의 구성원인 사회적 약자들을 소외시키고 외면한다면 과연 우리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장애가 아닌가?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들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서 장애인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이 내 이웃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 삶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장애인들 때문에 내 삶이 불편해질 이유도 없으며 이들을 위해서 내가 특별히 무엇인가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장애인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장애인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다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정부는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발전이나 이익을 위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만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이해관계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과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를 비롯하여 지역사회 주민들이 함께 협력해서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인권위 강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행위는 평등정신 위배’.” 2017. 9. 18.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81117001

 

뉴스1. “‘주민 아니면 나가아수라장 된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 2017. 10. 24. http://news1.kr/articles/?3132779

 

시사인. “밀알학교를 보라 지역의 보배가 되었다.” 2019. 10. 17.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0302

 

중앙일보. “특수학교 생기면 집값 떨어진다?객관적 근거 약해.” 2017. 9. 8. http://news.joins.com/article/21918541

 

프레시안. “특수학교 반대 이유가 "발달장애아동은 위험해서"? 2017. 9. 30.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1385

 

한겨레신문. “민주당 의원 68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해야.” 2017. 9. 13.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10803.html

 

한국일보. “강서 특수학교 설립 갈등 평행선또 접점 없이 끝난 주민토론회.” 2017. 9. 5. http://www.hankookilbo.com/v/794500bf00d846bf8a077dde455d8a53

 

한국일보.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 세운다.” 2017. 9. 26. http://www.hankookilbo.com/v/994f7c8c1a154dd385e5e15941421b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