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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훔친 고교생의 극단적 선택

친구와 함께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쳤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고교생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수사과정에서 기본적인 수사 지침을 지키지 않아 해당 고교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45일에 세종시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 군이 지난달 30일 대전의 한 다리에서 뛰어 내려 숨졌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 11일 새벽 세종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친구와 담배 4갑을 훔친 협의(특수절도)로 불구속 입건되어 세종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달 15군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군은 검찰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였는데 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부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원문을 올렸는데 경찰 조사가 시작됐을 시점부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아무론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범죄수사규칙 제 211조는 경찰관은 소년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나 조사를 할 때에는 그 소년의 보호자가 이에 대신할 자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군 부모는 아들이 고민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수험생이라 힘들어하는 줄 알고 힘내라는 말밖에 해주지 못했다장례를 치르는 동안 아들 친구가 ‘(군이) 한 번의 실수로 부모에게 미안해하고 선생님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에 시간이 갈수록 고민하고 괴로워했고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을 한없이 후벼냈다고 말했다. 군의 부모는 이어 경찰은 4500원짜리 담배 4갑을 훔쳤다고 전과도 없는 아들을 특수절도로 엮어 실적에만 매달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찰은 소년범 수사 시 필요한 학교전담경찰관(SPO)과의 연계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소년피의자의 경우 해당 학교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을 부사사관으로 지정하고, 사후 관리와 재발방지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청소년 수사부서의 한 경찰관은 “SPO 지정은 소년 피의자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뉴얼 중 하나라며 공문을 통해 여성청소년은 물론 일반 수사와 형사, 교통 등 다른 부분까지 SPO 연계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안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경찰은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특수절도 혐의 적용은 법적인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하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당시 군이 엄마와 통화하게 해준다며 전화를 바꿔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라 군의 친구였다군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고 당시 통화 대상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2명 이상이 함께 물건을 훔칠 경우 액수에 상관없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한다특수절도는 훈방하거나 청소년 선도심사위원회에 사건을 넘길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반드시 원칙대로 수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이 모든 것을 원칙대로만 처리했다면 한 청소년이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모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통화한 부분이라든지 학교전담경찰관과의 연계 매뉴얼 누락 등 여러 곳에서 경찰관의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이번 사건을 바탕으로 8년 동안 법원의 소년법정 근무를 하며 호통판사로 불리는 천종호 부장판사가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천정호 부장판사는 한때의 실수와 사회의 외면으로 괴물장발장이 된 청소년들을 변론하는 호통 판사, 천종호의 변명(Apologia)'를 출간했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범의 이야기를 다룬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2013),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2015)에 이어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한 소년범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의지할 곳 없어 노숙생활을 하던 소년이 어려울 때 연락하라던 천 판사의 말이 생각나 밤새 걸어 법원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침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니 소년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사흘을 굶었지만 절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 판사가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년범들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법과 정의로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였다. 천 판사는 작은 도움과 격려 한 마디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하였다. 그가 법원의 보호처분을 받았지만 보살펴 줄 부모나 가족이 없는 비행 청소년을 돌보는 대안 가정인 청소년 회복센터 운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년법 폐지 여론에 대한 천 판사의 입장은 청소년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자유와 권리도 부여해야 한다. 선거권을 비롯해 형벌을 부과할 근거가 되는 법률 제정·폐지·개정에 참여할 정치적 권리도 포함돼야 한다. 우리 법체계는 청소년에게 성인과 같은 법적 책임을 물을 만큼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라고 말하였다.

천 판사에 따르면 소년 범죄에서 강력범죄는 전체 5% 수준, 강력범죄 중 잔혹하고 엽기적인 사건은 1%에 불과하다처벌 상한을 높이거나 처분 기간을 늘리면 될 일이지, 소년법을 폐지해 나머지 95% 소년 범죄도 형법을 적용하면 소년범이 모두 전과자가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미처 피지 못한 꽃들이 한때의 실수로 꺾여서는 안 되며 배가 고파 빵을 훔친 아이도 구제받을 길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번 사건 또한 천 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남의 물건을 훔친 일은 분명히 잘 못한 일이며,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경우, 유사한 범죄나 또 다른 범죄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지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에 범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어디까지 적용되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하여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무조건 용서 받아야 하고 가벼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처벌은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한 자료>

 

김성기·황준성 (2016).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명암과 개선과제. 한국교육개발원. Issue Paper, CP 2016-02-6.

 

경향신문. “친구와 담배 4갑 훔친 고교생, 경찰 조사 받고 극단적 선택.” 2018. 4. 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052145015&code=940202

 

연합뉴스. “호통판사 천종호, ‘장발장·괴물소년범을 변론하다.” 2018. 4. 6.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4/06/0200000000AKR20180406076900051.HTML

 

한국일보. “담배 훔친 고교생 자살, 경찰 수사 기본도 안 지켰다.” 2018. 4. 9. http://www.hankookilbo.com/v/ae3a8509c3204429a6777dabb1010f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