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올린 사진으로 피해 입는 청소년
요즘 청소년은 SNS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따라서 SNS는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미디어일 수밖에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SNS 이용률은 66%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소년의 SNS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은 SNS를 통해서 유포되는 유해 정보나 매체에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으며,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무단 도용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성희롱까지 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8일 SNS에 미성년자 사진을 무단으로 제시한 네티즌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다르면 해당 네티즌 A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가페 ‘홍○○’이라는 이름과 ‘loveXXX’라는 계정을 만든 뒤 미성년 여성의 사진 6000여장을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중학생인 이모(15)양은 친구로부터 본인 사진이 도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가 알려준 카카오톡 메신저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짧은 치마를 입고 찍은 자신의 사진이 누군가의 프로필 화면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 석모(13)양도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해당 계정에 올라온 걸 보고 항의했지만, “코팅해서 자위할 때 쓸 것”이라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 출처: 서울신문. “10대 청소년 울리는 사진 도용 성폭력” 2018. 5. 13. 재인용.
경찰은 A가 단순히 사진을 내려 받아 다른 곳에 업로드만 한 것이 아니라 음란물로 만들거나 이를 판매한 정황도 포착하였다. A가 올린 사진 대부분은 교복, 체육복, 평상복 차림의 미성년 여성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을 퍼 나른 것이다. A는 얼굴이 드러난 사진뿐만이 아니라 다리 등 신체 부위가 드러나거나 친구들과 편하게 포즈를 취한 사진 등을 주로 사용하였다. A는 해당 사진에 ‘중고딩 몸매’와 같은 외설적인 제목과 설명을 붙였다. 사진을 도용당한 피해자가 A에게 항의하면 “음란물을 올린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A의 블로그에는 “2장에 1만원에 팝니다. 문의주세요”, “영상도 팝니다” 등의 글도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는 A가 마구잡이로 사진을 퍼 나르자 피해를 호소하는 청소년이 늘어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였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관련 법 지식이 없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법을 모르고 있다. 해당 사건의 경우 단순 초상권 침해라면 당사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음란물처럼 유포가 되었을 때는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인 청소년들은 이런 신고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 석양의 경우는 “학교 선생님한테 말했지만 그냥 ‘다른 사람한테 자기 사진 보내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하였다. 초등학생인 이모(11)양도 친구들한테만 말하고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본인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무서워서 차단만 한 상태다. 이양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일이 너무 커지고 오히려 내가 받는 피해가 더 클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나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해도 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타인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도용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성적으로 심각하게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처벌되는 사례는 드물다. 해당 계정이 ‘정지’된다 하여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상대방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목적으로 했다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 도용으로는 본인 의사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하였다.
이처럼 청소년은 SNS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문제와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청소년도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앞으로 이와 유사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크놀로지의 혁신으로 다양한 플랫폼의 개발과 확산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자세와 태도라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 기술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아는 활용능력이다. 미디어와 플랫폼의 이용은 학습적이고 습관적인 것이므로 이용자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디어를 이용하는 순간부터 올바른 미디어 활용능력과 비판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방송을 골라 분석하는 등 사례를 통한 리터러시 실습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1인 방송이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누구나 인터넷 방송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작자들은 1인 방송을 왜 만들고자 하는지, 폭력성·선정성·비윤리성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지, 명예훼손이나 비방 등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저작권이나 사생활 침해 등 타인의 고유한 콘텐츠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문우일 서울 세화여고 윤리 교사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아이가 터놓고 부모에게 말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아이가 친구 SNS에서 어떤 글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을 때 이를 부모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걸 말하면 엄마 아빠가 그 친구와도 못 놀게 하고 SNS도 못 하게 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아이는 절대로 부모에게 말하지 않아요. 요즘 아이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해 주면서 대화의 창을 열어 두세요.” 라고 하였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부회장은 “학교에서 ‘사이버 폭력 예방’ 강연을 많이 했지만, 청소년들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고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더라”며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방향으로 교육법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따라서 ‘카드 뉴스’ 제작 방법을 가르치면서 ‘사이버 폭력’에 대한 내용으로 만들게 했다. “스마트 기기의 다양한 활용법을 알려주면서 여기에 인성 교육을 접목했더니 효과가 훨씬 좋았습니다. 예컨대 네이버 데이터랩이나 구글 트렌드 같은 빅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하게 했더니, 처음에는 연예인이나 맛집 조사를 하던 아이들이 나중엔 청소년법이나 장애인 차별, 학교폭력, 왕따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검색하고 생각할 거리를 찾더라고요. 무작정 ‘하지 마라’, ‘그건 나쁜 일’이라고 말하기보다 아이들이 흥미 가질 만한 것을 찾아주고, 그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하게 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라고 했다.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서 청소년이 올바르게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사용이 자신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 등을 파악해 봄으로써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청소년은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검색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사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미디어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올바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며 배울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한 자료>
김위군(2017).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10대의 필수 미디어: 모바일·메시징·SNS”. 신문과 방송 3월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오늘. “‘인터넷 방송’시대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2017. 9. 23.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043
서울신문. “10대 청소년 울리는 사진 도용 성폭력” 2018. 5. 13.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508500029&wlog_tag3=naver
조선일보. “욕설·비방 난무하는 ‘청소년 SNS 세상’ 모른 척해야 하나요?” 2017. 10. 2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2/2017102200909.html중앙일보. “‘SNS에 올린 제 사진을 누가 퍼가서 팔아요...’ 10대 소녀들 피해 속출.” 2018. 5. 9. http://news.joins.com/article/22607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