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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자녀가 있는 부모들 중에서 사교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가 없을 정도로 사교육의 열풍은 여전히 대단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규모가 약 181000억 원으로 집계되었지만 실제로는 3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6천원으로 고소득과 저소득층은 9배의 격차가 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에 따르면 사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이 평균 22개월이며, 2세는 주당 평균 2.6, 5세는 평균 5.2회 사교육을 받는다. 아이들의 사교육은 생각보다 이른 나이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아이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발달 단계보다 이른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을 통해서 서서히 성장하면 좋을 텐데 부모들은 남보다 조금 더 앞서기 위해서 자녀에게 선행학습을 일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으로 멍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주 발견되고 있다. 초등 6학년 A양은 수학의 정석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A양은 5학년 때부터 매주 33시간 동안 수학 선행수업을 들었다. 매주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2시간 동안 나머지 공부를 하였으며, 그렇게 몇 달을 보낸 A양에게 원형 탈모증이 생겼다. A양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와 다니는데 나만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하지만 엄마는 적응하는 과정이고 이겨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A양은 머리카락을 뽑는 강박장애까지 생겼으며, 상담치료에서도 다른 애들은 정석 ○○단원까지 나갔겠죠?’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여기 엄마를 마녀라고 부르며 등교도 거부하고 집도 거부하면서 할머니 집에 살고 있는 B군이 있다. B군의 부모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착하고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B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하며 가슴속에 울화가 쌓였다. 엄마에게 이제 더는 못 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중학생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정신 나갔느냐는 말만 했다고 했다이처럼 사교육으로 인한 아이들의 상처는 깊어가고 있는데 부모들은 그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031113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공동으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100명을 대상으로 서면 및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이 학생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처음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초등학생 43%, 중학생 40.3%, 고둥학생 8.8%, 유아 7.9%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사교육을 받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이상 증상 발생 시기도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 조사의 응답자 중 서울의 학원 밀집지역(강남, 노원, 서초, 양천 4개 구)의 병·의원 전문의 10명 전원은 학생들이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이상증상 진료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서울의 다른 지역 전문의(41) 73%, 서울 외 지역 전문의(49) 79%만은 그렇다라고 응답하였다. 이런 수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이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해 정서적 및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사교육으로 인한 이상증상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들의 응답(복수 응답 2개까지 허용)을 분석한 결과, 아이들이 받은 진단명은 우울장애’(38.3%), ‘불안장애’(22.8%), ‘적대적 반항장애’(15.5%),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10.7%) 순이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때리거나 밥을 굶기는 물리적 학대는 아니지만 학습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언어적 학대가 일어난다“‘세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부모로부터 지지가 아닌 비난만 받다 보면 아이들에게 심리적 취약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의들은 유아기부터 초등 저학년까지는 우울감을 보이면서 순응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로 올라갈수록 극단적인 반항과 비행을 보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런 이상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한 치료 방법으로는 부모 교육 또는 상담을 권했다’(36.2%), ‘사교육 시간 및 횟수를 줄이도록 했다’(27.6%), ‘아이 상담 또는 심리 치료를 했다’(26.4%), ‘약물을 처방했다’(9.2%) 순이었다. 치료 방법의 핵심은 사교육에 대한 부모의 인식과 태도라는 결론이다. 즉 부모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사교육 빈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엄마를 비롯해 주변의 칭찬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부모는 공부를 좋아한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일부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의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학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에 학원은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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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동아일보. “‘남들도 다 해학원 셔틀속으로 앓다 우울-불안-반항장애.” 2017. 11. 14. 재인용.

 

전문가들에 따르면 순수한 마음으로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아이가 소화하기 힘든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에게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성적이 오르기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들이 사용하는 부정적인 말의 유형은 비난, 모욕, 비교, 지적, 부정적 결과를 예측해 단정 하는 말들이다. 이런 반응은 부모들이 자녀의 공부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므로 전문가들은 자녀의 마음을 이해해지고 공감해줄 수 있는 대화를 하라고 조언하였다.

과도한 사교육의 결과는 아이의 현재 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교육이 아이 두뇌에 과도한 자극을 주고 정보를 과잉 입력하면 아이는 쉬고 싶어 엄마를 피하게 된다이런 불안정한 애착관계는 아이의 뇌 발달과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즉 아이는 놀이를 통해서 행복할 수 있으며 이런 행복한 기억이 쌓일 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어른이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사교육이 아이들의 인생을 망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진전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은 모든 교육의 질서를 파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기교육은 나이라는 질서를, 선행학습은 학년이라는 질서를 무너뜨렸다. 질서가 무너진 교육은 전쟁터와 다름없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더 일찍, 더 많이 사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경제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상류층 부모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부모들이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엄마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태내수학을 한다. 옆집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으니 저 아이들은 얼마나 영어를 잘 할까? 괜히 불안해 진다. 미적분을 배우는 초등학생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은 조급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현실에서 자녀에게 지나치게 사교육을 강요한다며 부모를 비난할 수 있을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은 불안하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뒤처지지는 않을까? 대학에 못 가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불안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몰입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영어 유치원과 같은 조기교육을 통해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 후 국제중과 특목고를 거쳐서 SKY대에 들어가고 대기업이나 전문직에 취직하는 성공 도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 사교육 시장에 진입하여도 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교육 종사자가 밝힌 사교육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교육 현장이 대부분 선행 중심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사교육 기관은 부모와 학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진입 문턱을 높여서 경쟁을 유발하는 불안 마케팅을 실시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5~2016년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유명 학원 13곳의 선행 정도를 비교한 결과, 2015년이 3.2, 2016년이 3.8년으로 초등 6학년에게 고등 1학년 과정을 선행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학원의 프로그램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좋은 학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학원 상품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원들이 끊임없이 불안 마케팅을 조성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옆집 엄마가 보내는 학원이 좋은 학원이니 우리 아이도 보내야지하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사교육에 진입해야 한다면 맹목적으로 사교육 현장을 믿지 말고, 스스로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선택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내 아이의 성향이나 관심 및 학습수준과 상관없이 다른 아이들이 학원을 가니까 무조건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섬세하게 우리 아이를 파악해야 한다. 아이의 정서 및 감정상태도 알아야 하고, 아이가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며, 얼마나 학원수업을 이해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수업 그리고 아이가 기껏이 만족해하면서 할 수 있는 공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불안과 욕망을 해소해주고 학벌사회 철폐나 과도한 입시 경쟁을 줄여주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글쓴이: 장여옥 

<참고한 자료>

 

동아일보. “‘남들도 다 해학원 셔틀속으로 앓다 우울-불안-반항장애.” 2017. 11. 14. http://news.donga.com/3/all/20171114/87246729/1

 

동아일보. “학원, 학원, 학원, 학원, 학원, 학원, 학원학대.” 2017. 11. 14. http://news.donga.com/3/all/20171114/87246598/1

 

동아일보. “‘이럴거면 학원 때려치워더 큰 상처.” 2017. 11. 14. http://news.donga.com/3/all/20171114/87246734/1동아일보. 초등생땐 복통 등 호소.. 중고생 올라가면 반항-비행 폭발.” 2017. 11. 15. http://news.donga.com/3/all/20171115/87265104/1

 

시사IN. “전직 사교육 종사자가 밝힌 학원의 불편한 진실’.” 2017. 3. 28. http://m.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8782

 

한국일보. “사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2017. 4. 25. http://www.hankookilbo.com/v/5d15eb9c39e84588870533f9849fd8f6

 

한겨레신문. “사교육 긴급처방’-학벌사회 근본처방이 양날개다.” 2017. 4. 21.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917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