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1월 3일에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초등학교 10곳 정도를 선정하여 ‘1수업 2교사제’를 시범운영한다고 한다. 정교사와 보조교사(강사)로 이루어진 수업이 아니라 동등한 지위의 정교사 2명이 공동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방식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1수업 2교사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2015년부터 운영해온 ‘초등협력교사제’를 활용하였다. 초등협력교사제는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등 정규 수업 기간에 주당 14시간 이내로 초등교사가 협력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청은 동부·성북강북·강서양천·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 ‘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 선도교육지원청 4곳 관내 연구·선도학교 12개교(초등학교) 가운데 일부에서 1수업 2교사제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하였다. 이번 시범운영은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교사 2명이 종일 수업을 같이하는 형태가 아니라 교사 1명이 해당 학교의 ‘두 번째 교사’ 역할을 전담하면서 여러 학급 수업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교육현장의 우려도 높다. 먼저 교사 간 수업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1수업 2교사제를 위한 교원 추가 확보를 위하여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가 채용될 수도 있으며, 정교사를 채용할 경우 충당해야 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한 교실에 교사 2명이 같이 있으면 교사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학생들은 누구 말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면서 “여론수렴이나 효과 검증 없이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1수업 2교사제보다 한 학급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금천 영일고 교사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렇지만 “협력수업을 하는 교사를 모두 정규교사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점이 있다”고 하였다. 그는 “예를 들면, 초등학교 1학년 수학시간에 정규교사 2인을 투입해 수업을 하는 것보다는 학급 규모를 더 줄여서 교사 1인이 수업하는 학급을 2개로 편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학부모 김진화(43세)씨는 두 명의 교사가 담임을 맡는 방식을 경험했는데, 교사 두 명이 아이들을 돌보면 학습지도를 받을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이가 두 교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하였다. 김씨는 “아이들은 자기 눈높이에 맞추고 놀아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혼내고 질책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주담임보다 부담임을 따르면 교사들 간 시샘이 생기게 되더라”며 “아이가 두 선생님 밑에서 눈치 보는 법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고 하였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서울형 협력교사제’를 통해 1수업 2교사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올해 협력교사제 운영을 신청한 서울지역 학교가 212개교로 작년(52개교)의 4배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작년 10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협력교사제를 경험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4.9%가 협력교사제에 만족하였으며, 74.5%가 학습부진 해소에 도움이 되었으며, 70.7%가 학습부진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협력교사제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36.6%가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방과후 개별지도 동시 지원’, 23.8%가 ‘협력교사제 운영의 지속성 확보’, 14.1%가 ‘협력교사제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연수 강화’ 등을 언급하였다. 반면 협력교사제에 만족하지 않는 15.1%는 ‘교실 개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23.0%), 21.2%는 ‘담임교사와 협력교사의 협력 범위에 대한 합의 부족’, 14.3%는 ‘협력교사의 관리와 연수 등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부족’(14.3%)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협력교사제를 운영 중인 서울 안암초 정승요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모든 학생을 다 챙기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협력교사가 지켜보다가 학생들에게 부족한 내용을 알려주거나 집중하도록 독려한다고 하였다. 수업 중간에 이루어지는 모둠활동 시간에도 두 교사가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협력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 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상당히 올랐다고 하였다.
학생들 역시 협력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거나 문제를 못 풀고 헤맬 때 도움선생님(협력교사)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고 하였다. 김하람양은 “구구단을 외우거나 숫자를 순서대로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는 게 어려웠는데 도움선생님이 알려줬다. 선생님이 두 분이라 수업시간에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근아양은 “도움선생님이 다른 수업 시간에 책갈피나 ‘마라카스’ 악기를 만드는 활동을 도와줬다. 쉬는 시간에 보드게임이나 레고 블록도 함께 해줘서 좋다”고 했다. 학부모 김모(45·여)씨도 “초등학생 때부터 국어·영어·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긴다”며 “학력차를 줄일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나쁠 리가 없다”고 하였다.
이처럼 1수업 2교사제에 대한 찬반의 논쟁이 팽팽한 상황에서 교육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1수업 2교사제나 협력교사제는 모두 학습부진 학생을 돕는데 목적이 있다. 핀란드는 학습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일반지원-집중지원-특별지원’의 3단계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교사는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또는 그룹으로 주당 한 시간씩 수업시간에 지도를 해준다. 교사의 도움으로 해결이 안 되는 학생들은 전문성이 있는 특수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이런 절차로도 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담임교사가 교감·심리학자·학교 간호사·특수교육 교사·복지사·학생 어드바이저 등이 참여하는 학생복지그룹과 함께 학생을 더욱 적극적으로 돕는다. 스웨덴은 학기마다 학부모, 학생, 교사 간의 3자 면담을 통해 모든 학생의 ‘개별 발달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는 학생의 현재 상태, 생활 계획, 미래 계획, 가정의 지원 계획, 학교의 지원 계획 등을 작성한다. 그리고 과목별 성적표에는 단계별 성취 기준, 서술형 평가, 제언 등을 작성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요약해보면, 이런 국가들은 학생들의 학업적인 어려움을 학교에서 도와주고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업의 어려움을 사교육을 통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학습에 뒤처진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뒤처진 학업 보충을 위해서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1수업 2교사제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학습수준이 뒤떨어져서 정규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도움을 통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중학교 22곳을 선정하여 객관식 시험 없이 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로만 학생들을 평가하는 ‘학생 성장 모니터링 시스템’ 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하겠다고 하였다. ‘성장 모니터링 시스템’은 학습과정을 평가하고 결과를 피드백하여 재학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생이 다시 성장하도록 하는 평가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에 공모로 선정될 선도학교는 교과협의회를 거쳐 학교장이 예체능을 제외한 과목 중에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할 과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서 해당 학교가 국어과목을 수행평가로 하기로 결정하면 국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제도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변화’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함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수업당 학생 수 감축, 우수 교원 확보 등 선행 과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범운영을 통해서 1수업 2교사제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1수업 2교사제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워크숍 등을 통해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관련된 새로운 변화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검토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모, 교사, 교육 관계자 등 모두는 당사자의 입장과 이익을 버리고 아이들의 학습의 질 향상과 행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장여옥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한 교실 두 교사’ 실제 해보니···교사 3명 중 2명 만족.” 2017. 10. 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081332001&code=940401
경향신문. “한 수업에 교사 2명···‘1수업 2교사제’ 도입될까.” 2017. 7. 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031640001&code=940401
연합뉴스. “‘1수업 2교사제’ 새학기 서울서 첫선···‘학생 혼란’ 우려도. 2018. 1. 3.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1/03/0200000000AKR20180103128300004.HTML
중앙일보. “‘1수업 2교사’가 임용절벽 대책?···교실 혼란 불 보듯.” 2017. 8. 13. http://news.joins.com/article/21839696
한겨레신문. “1수업 2선생님, 저 이제 ‘수포자’ 아님.” 2017. 11. 28.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21000.html
한겨레신문. “교육 선진국들은 ‘학습부진 학생’ 어떻게 가르치나.” 2017. 11. 28.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21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