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2일 서울교육대학교 종합문화관에서 ‘제1차 대입정책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한 교육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교육부는 내년 8월경에 수능 절대평가 확대방안,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등을 포함하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생각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수능 절대평가 확대여부에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졌다. 수능 절대평가를 전면적으로 전환하자는 입장과 수능 상대평가를 전면적으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다.
먼저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입장의 의견들은 다음과 같다. “현행 줄세우기 형태의 수능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소모적인 입시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학교교육도 과도한 입시중심 교육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며 “수능이 교육왜곡의 주범인 만큼 그 영향력을 대폭 약화시켜 학교교육을 되살려야 한다”(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
“현행과 같은 수능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미래사회의 중요한 교육적 가치인 협업과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향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아비투어(독일의 대입시험)나 바칼로레아(프랑스의 대입시험)와 같은 사고력 측정 시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절대평가 전환은 필수불가결하다.” 또한 “수능 절대평가 도입 후 상당수 동점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수능만으로 학생선발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동점자 처리는 원점수, 백분위, 표준점수 등 서열화된 점수를 활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장).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자신의 성적이 정해지는 구조”라며 “만약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1%를 넘어설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아니라 3등급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객관적일 것 같은 수능 상대평가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백상철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충북지부 회장: 충북 진천고 교사).
반면에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의견들은 아래와 같다. “수능 절대평가를 시행할 경우 동점자 양산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대입경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선발요소로 의미를 가지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험생 간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
“수능 절대평가 확대는 학생선발의 변별력 약화로 이어지고 수시·정시전형에 추가적인 전형요소(면접, 논술)를 요구해 수험생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강경래 대구카톨릭대 입학처장).
“수능 상대평가가 반복적인 문제풀이와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로 미래인재 양성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주장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장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성, 공정성에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시 개혁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김혜남 서울문일고 교사).
‘깜깜이·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서는 대체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지만 방법론은 약간 달랐다. “기록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학교생활기록부는 너무나 방대하고 자질구레하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는 영역을 꼼꼼히 따져보고 항목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호석 경기 분당중앙고 교사).
“사교육을 유발하는 반영요소는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교과 반영기조는 유지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 반영요소가 축소되면 결과적으로 내신이 합격·불합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학생부교과전형과의 차별성도 모호해진다”고 말했다(김혜남 교사).
“현재 깜깜이로 운영되는 방식에서는 비교과 항목을 몇 개 축소하고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할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현저하게 축소시키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이종배 대표).
현재 교육부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입장은 명백하지만 반대편의 의견들을 충분히 수용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한 입시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결과에서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고교 2학년 학부모 8명을 대상으로 심층적 연구가 가능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를 실시한 결과 8명 중 7명이 수능 상대평가 유지에 찬성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는 학교별로 자사고 1명, 일반고 5명, 특목고 2명 학부모, 지역별로는 서울(5명), 경기(3명)의 학부모가 참여하였다. 특히 일반고 학부모들은 입시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특목고 학부모들은 “수능 상대평가를 완전히 찬성하긴 어렵지만 선택하라면 상대평가”라고 하였다. 절대평가를 원한 경기 일반고 학부모는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내신평가에 대한 입장은 절대평가(특목고2명, 일반고2명)와 상대평가(자사고1명, 일반고 3명)로 드러났다. 톡목고 학부모는 “학내 경쟁이 치열해 동급생이라는 생각이 줄어든다”며 내신 절대평가를 지지하였다. 반면에 “내신으로 수시 당락이 좌우되는데 절대평가를 하면 또 다른 기준이 생길 것” 이라며 내신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입장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도 복잡한 입시전형을 없애고 단순화하길 바라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수시전형을 위한 동아리활동, 소논문, 교내대회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경기 일반고 학부모는 “소논문은 수준이 높고 학원 없이 애들 힘으로만은 작성이 힘들다”고 했고, 서울 자사고 학부모는 “애들 힘으로 해보는데 결론은 안 되더라”고 말했다. 서울 일반고 학부모는 “아버지가 교수인 애들은 연구실에서 소논문을 써 온다”고 했다. 생활기록부 작성도 “선생님 주관 수행평가인데 공정한지 의문”(경기 특목고), “담임선생님이 체육선생인지 문학선생인지에 따라 생활기록부 글체가 다르다”(서울 특목고), “학교서 생기부에 적고 싶은 걸 직접 적어오라고 하더라”(서울 C일반고)등 불만이 많았다.
또한 교육부는 ‘2018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개편 방향’으로 교사추천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대학에 보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교육부의 의견 수렴 사항에는 교사추천서 폐지, 대입 지원서에 부모의 직업 미작성, 대학의 평가기준 공개, 수험생 제출 자료 최소화,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 방향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사업 개편 과정에서 학종이 중점이 된 이유는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현재 학종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첫째, 학종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학종은 부모, 학교, 사교육 등의 환경적인 요소의 개입이 높으며, 학생부 조작이나 입시 부정 사례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학생부 조작·오류 419건이 적발되는 등 학종 조작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학생부에 기록되는 항목이 너무 많아 교사들과 학생의 부담이 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둘째, 학종의 과도한 평가항목에 대한 비판이다. 학종을 위해서는 내신, 자기소개서, 면접, 구술고사, 수능최저학력기준 등 준비해야 할 항목이 많으며, 비교과활동(소논문, 교내대회, 자율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준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특히 교사추천서나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적 배경이 드러나거나 특목고나 외고 같은 고교 유형을 적는 경우가 있어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 또한 학종은 정성평가 요소가 많기 때문에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와 사교육 정도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 학종은 전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입시에서 대학들의 평가 항목이 모호하고 합격 요인을 분석하기 어려우며 내신 등급이 높은 학생이 불합격하는 ‘성적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수능을 복수로 실시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평가 횟수를 어떻게 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내년 8월 수능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해 두 차례 실시하자는 방안에 대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수험생과 학부모는 시험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건강의 문제, 사고 등을 이유로 수능 1년 2회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수능을 자격고사처럼 여러 번 보게 한 뒤 학생들은 학생부전형 등을 치르면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서울 서라벌고 유석용 부장교사),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해 고교 교육에서 1, 2학년 때 수능을 보게 하고 나머지는 진로 교육이나 심화학습에 집중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서울 휘문고 우창명 진학부장)한 반면에 “절대평가로 바뀌는 수능을 두 번씩이나 치르면 변별력이 떨어져 입시에서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서울 문일고 김혜남 진학부장).
이처럼 입시제도의 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과 입장 차이가 팽배한 상황이다. 입시제도가 공정하지 못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서 모든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입시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입시제도는 계속적인 포럼과 공청회 등과 같은 의견수렴을 통해서 최종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부는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입시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학종’에서 교사추천서 없애고 ‘부모 직업’ 못 적게 한다...교육부 ‘의견수렴 중’”. 2017. 12. 19. h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192052001&code=940100
뉴스1. 수능 절대평가 전환 vs 현행 유지…불붙는 2022 대입개편 논쟁(종합). 2017. 12. 12. http://news1.kr/articles/?3178312
중앙일보. “학부모 심층조사 ‘수능 상대평가 유지해 달라’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한 입시’” 2017. 10.3 0. http://news.joins.com/article/22065298
중앙일보. “학생·학부모 ‘수능 1년에 2회 환영’ 교사들은 찬반 갈려.” 2017. 12. 15. http://news.joins.com/article/22206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