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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커피전문점 출입금지
지난 20일 부산 영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부모님을 동반하지 않은 중·고교생 손님은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하였다. 이 커피전문점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인근의 중·고교생들이 매장에서 직원들에게 욕설 또는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등의 행위를 일삼는 경우가 많아서 더 이상 중·고생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커피전문점 주변에는 모두 7곳의 중·고교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 매장은 특히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비해 커피를 저렴하게 팔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일부 청소년들이 단체로 매장을 방문한 후 커피 한잔을 시킨 후 몇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1인 1잔 주문이 원칙임을 설명하는 종업원과 청소년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매장측은 손해를 감수하더라고 학생 이외의 다른 손님들이 조용히 차를 마실 권리를 보호하고자 이런 안내문을 부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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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경향신문. “부모 동반 없는 중고생 커피전문점 출입금지 ‘논란’”. 2018. 4. 20. 재인용.

지난해 부산 동래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청소년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붙인 바 있다. 당시 이 안내문은 ‘노급식존’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널리 퍼졌고 이후 논란이 일자 커피전문점측은 곧바로 안내문을 철거했다. ‘노급식존’은 학교 급식을 먹는 중·고교생들을 ‘급식충’으로 폄훼한데서 유래한 단어다. 온라인상에서 영유아 또는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과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스쿨존’ 매장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런 안내문에 대한 반응으로는 일부 청소년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업주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누리꾼은 “일부 청소년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고 욕설을 하고 커피숍 화장질 등지에서 흡연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며 “청소년 출입제한은 다른 손님들이 조용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사업주의 권리”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교복 차림으로 의자에 누워 애정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10여명이서 커피를 두 잔만 시킨다거나 큰 책상에 과제를 이리저리 펼쳐 놓는 점도 커피숍 사장에겐 골칫거리다. 서울 시내에서 커피숍 체인점을 운영하는 안모(52)씨는 “(사진을 보니) 오죽하면 그랬겠나 싶다. 나도 사장된 마음으로 가게에서 내보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노스쿨존’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을 피해 마감 시간을 일부러 앞당기는 카페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매상을 생각하면 최대한 늦게 끝내는 게 좋지만 학생들이 밤늦게 몰려오는 게 싫어 마감시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오면 매장 전체가 시끄럽고 여기저기서 욕설이 들려 손님들이 꺼려한다”고 말했다. 대구 번화가의 24시 카페에서 일한 박진아(25)씨는 “밤에 학생들이 몰래 맥주나 소주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담배를 피운 뒤 주변에 가래를 뱉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반면에 청소년들의 출입제한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고등학생 이모(17) 양은 “일부 불량 학생들 때문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평소 먹고 싶었던 음료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청소년들까지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박씨는 학생들의 행동을 성가셔 하면서도 “한 번 요청하면 곧바로 수긍하고 미안해한다. 안 그래도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이 많은데 커피숍까지 청소년들을 내치면 어디로 가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인 ‘치이즈(활동명)’씨는 “특정 청소년 몇몇의 일탈 행위를 전체 청소년의 행동으로 묶는 것은 손쉬운 차별 행위”라며 “40대 아저씨들이 욕설하고 화를 낸다고 해서 40대 아저씨를 금지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카페도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가기 시작한 건데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전체를 묶어 반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하게 정미영 부산 YMCA 청소년사업팀장은 “청소년들의 일부 일탈행위에 대해서 무조건 집단으로 묶어서 비판하기보다는 인성교육이 부족했던 사회 분위기 개선과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 확보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을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하여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청소년들이 커피전문점을 방문하는 이유는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커피전문점을 방문하는 청소년들 중에서 소수의 청소년들이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청소년들이 공공장소에서 무례한 행동을 할 때, 우리가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은 무엇인가? 잘못된 청소년들의 행동을 목격한 후 곧바로 야단을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모른 척하며 청소년들을 무시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청소년들의 잘못된 행동의 동기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들이 혼자가 아닌 무리를 지어 다닐 때 예기치 못한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기의 동조집단 문화는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하여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질책이나 비난보다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들의 무례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자신의 거친 말을 듣고 있는 상대방의 기분이 어떠한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이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 소비층에 비해서 구매력이 낮고 무리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청소년들의 행동이나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이들을 이해하려는 성인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시급하다. 또한 성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필요도 있다. 성인들 역시 공공장소에서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성인들은 청소년의 롤모델이다. 청소년들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서 성인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 역시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공공의 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질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이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인들의 지나친 감시와 간섭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반면에 성인들은 보호라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언행을 규제하고자 한다. 청소년 문화에 대한 성인들의 지나친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부모 동반없는 중고생 커피전문점 출입금지 ‘논란’.” 2018. 4. 2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201053001&code=940100

서울경제. “‘학생들 오지 마’…‘노스쿨존’ 카페도 등장.” 2017. 7. 14. http://www.sedaily.com/NewsView/1OIH11SGEP

연합뉴스. “‘중고생 손님 안 받아요’ 커피전문점 방침에 ‘갑론을박’.” 2018. 4. 20.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4/20/0200000000AKR20180420044000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