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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고교의 학생·학부모·교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였다. 교사는 2007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희망직업을 선택할 시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흥미·적성(60.3%, 62.6%, 64.3%)’이 가장 높았으며, ‘많은 돈을 버는 일’, ‘보람 있는 일’, ‘존경(명예) 받는 일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수진(17·가명)양은 어렸을 때는 선생님을 가장 많이 접하니까 되고 싶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만큼 안정적이고 방학이 있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교사는 안정성과 경제성을 갖춘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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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발표”. 2017. 12. 26. 재인용.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른 직업은 운동선수, 경찰, 간호사, 군인 등 지난 10년 동안의 추이로 살펴보아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예전에 선호되었던 법조인은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상위 10위 내에 포함되지 못하였으며, 의사 역시 고등학교 순위에서 빠지는 등 특정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완화된 현상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로 해당 직업의 사회적 위상이 예전과 다르며 또한 고소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IMF 이후 학생들은 꾸준히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게 됐고 최근 양극화 현상의 가속화와 맞물려 과도한 안정성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일수록 기계공학자, 연구원, 프로그래머 등 이공계열의 직업이 상위 10권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다. 인문계열의 낮은 취업률이나 4차 산업혁명의 영향 등으로 이공계열 관련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조사에서는 진로와 관련해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에 대한 5점 리커트 척도에 따른 만족도를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는 초등학생(4,14점), 중학생(3.76점), 고등학생(3.61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진로체험’과 ‘진로심리검사’가 4.25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진로동아리(중 3.87점, 고 3.89점)’, ‘진로체험(중 3.85점, 고 3.77점)’, ‘진로상담(중 3.85점, 고 3.76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명문대 진학을 위한 플랫폼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진로’보다는 ‘진학’에 초점을 맞춘 학교에서 친구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명문대를 진학하지 못하면 낙오자로 취급 받는 현실이므로 제대로 된 꿈과 진로를 생각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국립청소년수련시설 이용 청소년 1,0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로의식 조사를 살펴보면, 본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청소년들의 79.9%가 한 번 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즉 청소년들에게 진로는 주요한 관심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진로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묻는 질문에 ‘나 자신(43.0%)’로 가장 높았으며, ‘부모님(30.0%)’, ‘없음(7.1)’, ‘또래집단(5.2%)’, ‘학교선생님(4.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청소년들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스스로의 생각과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진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스스로의 생각과 결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38.3%)’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하고 싶은 것은 있으나 자신이 없어서(20.1%)’,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어려워서(1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 안과 밖으로 청소년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교육 및 체험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청소년들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청소년들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나 분석을 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이나 직업체험이 얼마나 청소년들의 진로설정과 진로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렇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시간을 통해서 자신의 관심 분야와 흥미를 알아가기 보다는 수동적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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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세계일보. “명문대교사·공무원은 사치가 된 아이들. 2018. 2. 1. 재인용.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알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교과서에는 장밋빛 직업전망과 성공한 직업들만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노동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실제적인 교육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모든 노동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데 우리 사회에는 노동을 경시하고 일하는 사람의 가치와 권리를 폄하하는 현상이 강해서 학생들이 직업을 제한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중) 비중이 커지면서 학부모와 입시 준비생은 진로탐색이나 진로체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기 때문에 모든 활동들이 대입 스펙을 위해서 활용된다. 영화나 책을 보고 감상문을 쓸 때나, 학교 동아리 활동을 기록할 때나, 학종에서는 모두 희망 진로와 연결을 지어야만 하는 현실이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진로체험이 형식적인 활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교 2학년생 양은 중학교 시절 반 친구들과 단체로 서울대학교를 방문했다. 자유학기제에 따른 진로체험활동의 일환이었지만 유명 대학 캠퍼스를 구경해보고 오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이런 수업을 집어넣는 것은 진로교육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도덕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진로·직업교육 안에는 미래에 대한 철학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하였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을 감상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뮤지컬 배우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토론하게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이나 어려움은 가르치지 않는다교사는 시민으로서의 권리, 노동 인권에 대한 얘기 없이 직업의 종류와 직업윤리만 가르치는 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일자리 20개를 50개로 늘리자고 요구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야 해요. 이런 교육 없이 개인들이 각자 직업교육을 받아야 직장을 제대로 가질 수 있다고만 주입해선 안 됩니다.”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이 과연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손재주가 좋은 서연(13·)이는 설탕공예에 관심이 많다. 설탕공예는 설탕을 이용해 꽃이나 케이크 장식품, 소품 등을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이다. 서연이는 지난해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설탕공예를 우연히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졌다. 서연이 엄마 임은영(45)씨는 서연이가 설탕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 기특하지만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서연이가 중간에 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학교에서는 진로교육을 위한 자유학기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인기직업군은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서 가위바위보로 인원을 나누거나 수업이 개설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을 찾도록 학교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이 대입경쟁이나 시험 압박감에서 벗어나 진로탐색 활동을 하는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가 도입되면서 노동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스웨덴에서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가기 전 모든 권리와 의무사항에 대해 미리 숙지하게 하고 현장에서도 멘토가 교육한다. 그러나 한국은 해당 분야 장인을 불러다가 강의하는 정도라서 노동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부터 아이들이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점차 시민사회, 사업자로 교육 주체를 늘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한 과정 속에는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바탕으로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진로를 탐색하며 꿈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장여옥>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알바의 권리, 학교에선 왜 가르쳐주지 않죠?”. 2018. 2. 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041831001&code=940702

경향신문. “프랑스 초등 4년 교과서엔 알맞은 노동조건 요구할 권리’”. 2018. 2. 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042010001&code=940702

교육부 보도자료.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발표”. 2016. 12. 26.

세계일보. 명문대교사·공무원은 사치가 된 아이들. 2018. 2. 1. http://www.segye.com/newsView/20180131004214

청소년활동진흥원(2012). 진로에 대한 청소년 의식조사. 청소년활동 이슈리포트. 3,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