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농민신문, 2009/04/29

캐나다가 자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은 연령제한 없는 모든 쇠고기 수입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연계한다고 계속 압박하고 있다. 또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요청으로 현재 수입위험평가가 진행(1단계 검토)되는 상태이다. 게다가 캐나다의 WTO 제소로 양자협의가 열리면 EU 국가나 남미 국가 등의 참여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쇠고기 시장이 전 세계 수출국들의 각축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우리 정부는 캐나다 제소 문제는 패널 설치 이전에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나 제3자 참여 및 연령제한 없는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관계 등 주요 쟁점이 수월하게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주요 쟁점을 두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가축전염병예방법 문제는?=캐나다가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한 가장 큰 이유는 가축전염병예방법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11일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수입위생조건에 합의하더라도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34조3항) △이미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된 미국산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지 않도록 한 조항(부칙 제2조1항)에 문제가 있다는 게 캐나다측 주장이다. 즉 캐나다는 가축법 34조3항의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의 쇠고기를 처음으로 수입하거나, 추가로 발생해 수입중단후 재개할 경우 그 위생조건에 대한 국회 심의 내용과 절차 명시, 미국산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지 않으면서 향후 캐나다 등 광우병 발생 국가에 대해 국회심의를 의무화한 것은 WTO 원칙(최혜국 대우)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당시 내세운 기준이 ‘국제적 기준’ ‘과학적 근거’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캐나다의 미국과 같은 ‘광우병 통제국’ 지위는 그 조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WTO에서 국제기준 위반으로 결정된다면 가축법 개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 양자협의 단계부터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입장과 예상되는 영향=우리 정부는 일단 패널 설치 이전에 해결토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캐나다가 WTO 제소와 함께 양자협의를 제안한 만큼 패널 설치-상소-이행 등의 분쟁해결 절차를 무조건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이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선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일 것”이라며 법개정을 시사해 캐나다측의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양자협의에서 해결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캐나다측이 지난해 11월 기술협의 때 ‘30개월 미만’을 수입위생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다, 최근까지도 ‘30개월 미만’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 정부의 입장이 군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지난해 촛불시위에서도 드러났듯이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해 11월까지도 광우병 소가 발견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우리 정부의 숙제이자 양자협의에서 내세울 협상 카드도 될 수 있다. 

한편 캐나다와 양자협의에서 가축법 개정 등의 결론을 내더라도 우리가 지켜야할 선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 개정은 피할 수 없더라도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안전성을 지키는 내용은 고수, WTO 규정을 위반하는 최혜국 대우나 국회 심의의 구체적 절차와 과정을 명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한·미 FTA 비준과 연계해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번에 가축법이 개정된다면 미국과 관련된 조항을 잘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캐나다가 미국보다 나은 광우병 관리와 이력추적체계를 갖고 있더라도 현재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진행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양자협의건 패널에서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캐나다의 제도와 시스템이 광우병을 차단하는 데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합의의 전제”라고 말했다.

 

박상규 기자 psgtob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