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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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히로시
1926년 야마가타 현 사카다 시에서 출생. 고등학교 졸업 후 징병 검사를 받았지만 입대 전에 세계대전이 끝났다. 노동 운동에 전념하던 중 1949년 과로와 폐결핵으로 3년간 요양했다. 1953년 동인지 <노>에 참여. 1962년 회사를 그만두고 시 쓰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시화집 <10와트의 태양>과 시집 <요노시 히로시 시집>, 수필집 <유동시집> <시의 즐거움> 등 많은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