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YMCA 간사학교 1학기를 마치며 내게 들려주는 기도문....
권태영(속초YMCA, 1학기 참가자)
하늘의 외로움을 안고 어둡고 추운 광야의 동굴에서
그들이 하나님이고 그들이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고백하기 시작했던 날부터
그들과 함께 할 생명과 평화의 순간을 위해 늘 기도하던 그를 기억합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울부짖는 그를 기억합니다.
세상에 버림받아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는 그들의 곁에서 배고파하고 가슴아파하며 소리 없는 울부짖음으로 기도를 대신하던 그를 기억합니다.
이 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살고 있는 YMCA 간사로서 당신의 기도를 당신의 울부짖음을 무엇으로 이해해야 합니까.
당신의 성전에서조차도 당신의 생명과 평화는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전하는 사제들의 입에서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신 그들을, 우리를 사탄이라 부릅니다.
촛불을 들고 우리의 함성을 모아 우리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가슴으로 외쳐도
곤봉으로 방패로 물대포로 빨갱이로 짓밟히는 우리를 보면서
무엇으로 당신의 울부짖음이 당신의 눈물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살 수만 있게 해달라고 내 자식이 먹고 살 수만 있게 해달라고 몸부림치는 우리가 범죄자가 되어 떼쟁이가 되어 불에 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으로 당신조차 참기 힘들었던 십자가의 고통을 우리가 견디어 낼 수 있겠습니까.
주여, 무엇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울 수 있겠습니까
갈릴리 한 가운데에서, 베데스다의 연못 한 가운데에서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있는 젊은 예수를 바라봅니다.
같이 수저를 들고, 같이 나누어 먹고, 같이 설거지를 하는 그의 입가엔 웃음이 넘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그곳에 있기에 그는 그의 삶을 그 곳에 걸쳐두었나 봅니다.
오늘, 전 자그마한 밥상을 차려봅니다.
생명과 평화라는 꼭꼭 씹어야만 소화가 될 것 같은 거친 유기농 반찬들을 하나 둘 놓아봅니다.
선배가 먹을 수저도 놓고, 동역자들이 먹을 밥을 뜨면서, 후배들을 위해
넉넉히 준비하지 못한 저 자신을 아쉬워하며 당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주여,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2009년 2월 12일 새벽 2시 44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