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생명평화의 삶1)



1. 


이윤희 간사님의 너무나 간곡한 권유에 그만 넘어가 지정토론을 수락하긴 했으나 지정토론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안되는 것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지난달 지도자 연찬회에서 지정토론을 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비슷한 주제로, 비슷한 분들과 함께 다시 토론을 하는 것도 불편하였고, 그보다도 2004년에 실시한 “YMCA 생명평화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협의회 때 오재식 선생님의 말씀이 저의 맘을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오재식 선생님은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더군요. “너무 거창하게 정책토론회해서 보고서 내서 또 토론하고 이런 싸이클은 좋지 않다..(중략).. 정책토론회 백번 해봐야 소용없다. 운동이 계속해서 재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토론회 백번 해봐야 소용없어” 이 말이 자꾸 저의 귓전에 울려서 토론문을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 


김찬호 교수님, 정지석 소장님, 남부원 국장님의 발제문을 보면서 제 눈에 들어온 단어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삶과 사회의 리모델링(김찬호), 삶의 방식과 운동방식에서 체질변화의 요청, 질적인 변화의 요청(정지석), 회원들의 각성운동, 자기 갱신운동(남부원). 역사적으로 봐도, 사회적으로 봐도, YMCA 내부를 봐도, 저 개인을 보아도 “지금까지의 삶, 운동방식으로는 안돼. 전혀 다른 방식의 삶, 전혀 다른 방식의 운동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명평화 그 근처에도 갈 수 없어”라는 메시지가 세 글을 관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YMCA 생명평화에 대한 담론에서 “자기반성” “자기성찰”이 필수적이고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YMCA를 이루는 핵심적인 사람들의 반성과 성찰이기도 하고, YMCA의 조직적 반성과 성찰이기도 합니다. 생명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YMCA 내부 사람들 조차도 인정하는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다면, YMCA의 핵심을 이루는 간사들의 삶이 생명평화를 이야기하기 전후를 비교해 볼 때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생명평화는 단순히 레토릭일 뿐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생명평화운동을 다른 말로 하면 “나 자신, YMCA의 새로운 변화”라고 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생명평화운동? 그 질문은 “새롭게 변한 것이 무엇인데?”와 같은 질문 아닐까 싶습니다.     


3. 


정지석 소장님은 “생명평화의 개념정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총체적인 것이기에 개념 정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이미 몸으로, 삶으로, 느낌으로, 생명을 가진 이들은 다 알고 있는 문제이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정박사님과 마찬가지로 생명평화는 개념어 이전에 자기체험이라고 봅니다. 자기체험 없는 생명평화는 결국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게 되다고 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자기체험 한 만큼 그 만큼이“생명평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YMCA의 생명평화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지 않고 확산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그것은 생명평화를 자기체험 없이 머리로, 입으로 하기 때문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YMCA 간사들의 자기반성과 생명평화에 대한 자기체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자기체험은 김찬호 교수님이 이야기한것 처럼 매우 사소한 일상 세계와 관계된 것일 수도 있고, 지구적인 연대와 행동과 같은 매우 거창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관통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어린이놀이터 운동을 한다면 삽자루 들고 모래뒤집기, 깨진 유리, 쓰레기 줍기, 놀이터 주변에 꽃씨심기 등 자기체험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라는 이름이 붙은 운동은 이미 평화운동이 아니다”라고 하는 가 봅니다.


4.


그런 점에서 저는 생명평화센터 설립이나 생명평화 실행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YMCA 간사(좀더 넓게는 회원)들의 생명평화에 대한 자기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내가 생명평화에 대한 체험이 있어야 주변의 사람에게 그것이 전염되고 정말 그것이 좋은 것이라면 운동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YMCA 생명평화운동의 시작은 YMCA 간사들의 자기수련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실천이 가장 우선적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보이지 않게 실천 하고 있는 YMCA 간사들의 생명평화에 대한 자기체험 이야기가 모아지고 나누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YMCA 간사들부터 기존의 삶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과 새로운 삶에 대한 전환 이야기도 모아지고 나누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이 그 매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발을 벗을 때 항상 신발코 돌려놓기, 실내 화장실에서 나올 때 다음 사람을 위해 실내화코를 돌려놓기, 강사로 오신 분께 강의가 끝나고 나중에 사진과 함께 감사의 글 보내기 등 아주 사소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번 TV 안보기 운동 때문에 마산Y의 이윤기 부장을 강사로 모셔 이야기를 듣던 중에 TV 안보기 운동을 아기스포츠단 가정에 권유하기 전에 아기스포츠단 교사들부터 집에서 TV안보기 운동을 실천해 보았다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아울러 이윤기 부장 스스로가 삶에서 실천하는 이야기(주기적으로 단식하기, 채식하기등)들도 참 좋았습니다. 이처럼YMCA 간사(혹은 실무자)하면 “YMCA에서 몇 년 경력에, 간사논문 쓴 사람”을 넘어서 “이런 이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 간사학교 때 프로그램의 하나로 몇몇 동료들과 모둠을 이루어 서울 서초동에 있는 불교정토회에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룻밤 그들을 따라한 것 밖에 없는 데 일과 수행(자기수련), 두 양면을 하나로 체험해 가는 모습이 전해졌습니다. 만일(30년)동안 이런 이런 삶(을 살겠다고 결의한 사람들(만일 결사자-28명), 한 단계 낮춰 천일(3년)씩 끊어서 실천해 가는 사람들(천일 결사자-약 40명)이 그 공동체 내부에서 자신들로부터 실천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파워가 바로 보이지 않는 여기에 있었구나를 절실하게 느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하여,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간사회(AOS)가 간사들의 새로운 삶, 생명평화의 삶을 살기 위한 자기수련을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일과 수행을 하나로 통합해 갈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찾았으면 합니다. 가령, 여름, 겨울 수련회를 머리를 키우는 과정 혹은 고된 일상에 대한 보상으로서 여가(쉼)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양식을 체득할 수 있는 수련의 과정으로 전환될 수 없을까를 생각합니다. 얼마전 “공부의 발견”(정순우 저)이라는 책을 보면서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의 공부론을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그들의 공부론에서 핵심은 “자기수련”에 있었습니다. 동학혁명을 몸으로 겪은 동학교도들의 보이지 않는 힘 역시 마찬가지 일과 수행(자기수련)의 통합에 있었습니다.     


5.


토론을 마무리 하면서 서두에서 인용한 오재식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한번 인용하려 합니다.


가령 삼십만의 도시에서 한 가지, 예를 들어 유기농이 아닌 것은 아이들에게 줄 수 없다는 원칙을 실현해 보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에서 시민들을 감시하고 지키고, 쓰레기에서 교통질서까지 시민조직에서 잡고 활동하자. 이렇게 실험적인 일로 생명을 보호하는 인프라를 만들어가자. 인프라가 있어야만 평화얘기가 되지 않겠는가? 너무 거창하게 정책토론회 해서 보고서 내고 또 토론하고 이런 싸이클은 좋지 않다..(중략)....정책토론회 백번 해봐야 소용없다. 운동이 계속해서 재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재식, 2004년 제1차 정책협의회 보고서중)


오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인프라, 그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것인가? YMCA 간사들이 생명평화에 대한 자기체험이 깊어지고 넓어짐과 동시에 그 동심원이 회원으로 커지면서 만들어지는 인프라, 그리고 오선생님은 삼십만이라고 했지만 저는 현재 YMCA 체계로는 너무 크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YMCA의 여건에 따라 그 실천단위는 다를 것입니다. 안양YMCA는 5-6만정도의 동 단위를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 변화의 물결이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옮겨지는 꿈을 꿉니다. 인도 간디 선생님이 산업주의에 의해 망가져 가는 마을을 보며 마을을 살려야 한다고, 그래야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 실천한 “마을 스와라지”는 YMCA의 일꾼들이 곱씹어 보아야 할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1) 문홍빈, 안양YMCA 사무총장, 정책협의회 지정 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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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한국YMCA 생명평화운동 제1차 정책협의회(2007년  5월 11일(금) 오후 3시 - 5월 12일(토) 12시, 유성 유스호스텔)  “삶과 지역에서 말하는 생명평화운동-나로부터 시작하는 운동, 공명하는 변화, 또 다른 삶의 고백보고서 중에서.


센터 출판물 "생명평화구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