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YMCA 이윤기 부장님이 정리해주신 내용입니다.
부산 막퍼주는 반찬가게에 직접 방문해 담당자를 인터뷰하고 사례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막 퍼주기 위해 돈 버는 ‘반찬가게’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에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다. 최근에는 ‘물고기를 잡아 주거나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물고기 잡는 산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가 빌 드레이튼은 사회적 기업가가 하는 일을 이렇게 비유한다.

 

“그들은 생선을 잡아 거저 주는 것도 아니고, 생선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닙니다. 생선이 문제가 되는 경우 어업 구도에 혁명을 일으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공공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많은 공공문제는 NGO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세계무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은 많은 경우 작은 마을 단위에서 시작된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도 주민자치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세워진 사회적 기업이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가고 있다. 바로 [막 퍼주는 반찬 가게]가 그곳이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하여, 어머니의 손맛이 베인 깨끗하고 맛있는 반찬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이다. 그러나 단순히 반찬을 팔아서 수익만 남기는 회사가 아니다.

 

이 회사는 지역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 할 뿐만 아니라 반찬을 팔아서 남긴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선활동을 펼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데이비드 본 스타인은 사회적 기업을 영리기업가과 자선사업가의 장점을 모두 가진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업형태라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이전의 자선사업가와 비슷한 점이 있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원가 절감을 궁리하고 실용적인 자세로 일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윤을 내어 조직을 키우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비즈니스기업가에 가깝다.”

 

2008년 4월 21일 해운대구 송정동에 세워진 [막 퍼주는 반찬가게] 역시 이런 사회적기업의 전형적인 특성을 가진 회사이다. 다만, 이 회사는 설립 주체가 주민자치위원과 뜻있는 공무원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사례이기도 하다.

 

회사설립 6개월을 만에 월 매출액 1,000만원 달성이 눈앞에 와있고, 매주 2회 정기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 가사봉사원모임, 나눔과 기쁨(봉사단체) 등 3개 단체를 통해서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밑반찬 공급활동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노동부에서 정식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2009년부터는 인건비와 시설비를 비롯한 정부지원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송정동은 어떤 마을인가?

 

부산 해운대구에 속해 있는 송정동은 어촌과 도시가 병존하면서 해수욕장과 죽도고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끼고 있는 도심 근교 휴양지로 해마다 8백만 명이 찾는 관광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운대와 기장이라는 상대적으로 더 크고 유명한 관광지 사이에 끼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식당이나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적지 않은 인구가 텃밭 농사로 농작물을 재배하여 판매하거나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 등 지역특산물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 7700여 명 중 60세 이상 인구가 16%를 차지하는 고령화 마을이면서 홀몸 노인을 비롯한 저소득 소외층이 600여명에 이르는 지역이다.

 

2006년 10월부터 해운대구 송정동에 발령을 받아 주민자치센타 업무를 맡은 하정관씨는 바로 이런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생산적 복지 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대다수 주민들이 횟집이나 식당, 숙박업, 농업,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 주민자치센타에서 진행하는 교양강좌나 여가프로그램으로는 주민 참여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관광지이기 때문에 식당이나 숙박업을 하는 분들도 많지만, 관내에는 텃밭 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도 많이 있고, 미역을 비롯한 수산물을 생산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지역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고민하였습니다.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여 지역민들이 더 잘 살도록 하면서, 동시에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는 ‘생산적 복지’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였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하던 끝에 지역주민들과 밑반찬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그 이익금으로 독거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정관씨는 이런 구상을 가지고 사업계획을 세워 해운대 구청에서 실시하는 특화사업 공모에 응모하여 1등을 하여 사업비 500만원을 종자돈으로 마련하였다. 특히,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사회적기업지원법>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인 자선단체나 복지단체가 아닌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송정 지역의 특성을 파악한 하정관씨는 [막 퍼주는 반찬가게] 설립계획을 세우는 초기부터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초기에 만들어진 [막 퍼주는 반찬가게] 운영기본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추진 배경과 목표가 담겨있다.

 

▲ 홀몸 노인 및 한 가족 가정 등 소외계층에 다양하고 안정적인 밑반찬을 제공하여 기초적인 삶의 질 향상

▲ 관내 텃밭에 채소를 가꿔 노점을 하는 노인층과 직거래하여 생계에 도움을 주고 노점상해위도 근절

▲ 관내 음식 솜씨가 좋은 주부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한 특화된 음식 개발, 보급으로 관광인프라 확충

 

2007년 11월 기본 사업계획을 수립한 후에 노동부 동래지청에서 주관한 사회적기업 워크숍에도 다녀오는 등 기업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라는 사회적 기업설립을 목표로 두고 처음 시작한 일은 주민자치센타를 중심으로 ‘밑반찬 요리강좌’ 개설하여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오래 실망하지 않는다.

 

현수막을 걸고 주민들에게 강좌를 홍보하여 모두 16명이 참가신청을 하였다고 한다. 단순한 요리강좌가 아니었기 때문에 두 차례에 걸친 수강생 간담회를 진행하여, [막 퍼주는 반찬가게]설립계획을 공유하였다. 3개월 동안 진행된 밑반찬 요리강좌는 인근지역 요리학원 원장을 전문강사로 초빙하여, 미역을 비롯한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하여 밑반찬을 만드는 과정을 실습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특히, 지역에 많이 있는 일반음식점과 사업영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미역, 다시마, 쪽파, 열무, 부추 등 관내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특화한 밑반찬을 만들도록 하는 등 지역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였다고 한다.

 

지역특화사업 공모로 해운대구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으로는 부족하여 주민자치위원회비와 자치위원들의 현물 협찬을 제공받아 3개월간 밑반찬 요리강좌를 진행하였다. 회사 설립이전이었지만, 수업과정에서 만들어진 밑반찬을 주민자치위원들과 수강생들이 관내 독거노인과 저소득가정에 전달함으로써 준비 단계부터 사회적기업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요리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송정 죽도공원에서 개최되는 지역축제인 ‘정월대보름 미역축제’에 참가하여 먹거리 장터를 운영하게 4종류에 밑반찬을 판매활동도 진행하였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초기 밑반찬요리강좌에 참여하였던 수강생들은 [막 퍼주는 반찬가게] 설립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자본금 출자를 하는 단계가 되자 난색을 표명하였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고,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는 것도 생소한 개념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처음 밑반찬 요리강좌를 개설할 때부터 나중에 사회적기업 설립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지만, 막상 회사 설립 단계가 되자 대부분 발을 뺄려고 하더군요. 이때는 잠깐 힘이 빠졌었지요. 아마 하루 정도는 사람들에게 실망도 하고 힘이 빠졌던 것 같아요.”

 

하정관씨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 볼 뿐만 아니라 탁월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실망하지도 않았다. 밑반찬 요리강좌 후에 참가자 대부분이 떠났지만, 끝까지 회사 설립에 참여하겠다고 남은 박상명(75세)씨와 함께 새로운 출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주민자치위원들과 공무원이 의기 투합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주)이장의 임경수 박사를 초청하여, [막 퍼주는 반찬가게] 사업투자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주민자치위원을 비롯한 지역주민 50여명이 참여하게 된다. 아울러, [막 퍼주는 반찬가게] 설립을 준비하였던, 송정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독립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회사 설립과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결의한다.

 

이후 주민자치위원과 뜻있는 지역민들이 참여하여 정관을 검토, 출자금액을 협의, 노동부와 사회적기업연구소 등의 협력을 받아 4월 10일, 마침내 (주)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설립하게 된다. 설립 자본금 5천만원, 주민자치위원, 뜻있는 지역유지, 공무원 등 15명이 주주로 참여하여 300 ~ 1000만원을 각각 출자하였으며, 밑반찬 요리강좌부터 함께 열성적으로 참여하였던 75세의 최고령자인 박상명 할머니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주식회사 설립에 즈음하여, 송정동 관내에 있는 송정관광호텔에서 90여 평 반찬공장 공간을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주었고, 주민자치위원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막 퍼주는 반찬가게] 인테리어와 설비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행정적인 절차도 빠짐없이 진행되었는데, 회사 설립 초기인 1월에 이미 [막 퍼주는 반찬가게]라는 상호로 특허청에 상표출원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법인 설립 즈음에는 식품제조가공업, 즉석식품제조업, 통신판매업 인허가를 모두 마치는 등 계획대로 사업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 설립 아이디어를 내고, 설립을 주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설립 과정에 있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회사설립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하정관씨의 역할이 컸다. 그는 시키는 일만 하는 창의적이지 않은 직업인이라는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열린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일하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리한 점이 더 많았어요. 주민자치위원들을 참여시키는 일이나 밑반찬 요리강좌를 개최하는 일, 그리고 사회적기업에 관한 행정 정보에 접근하는 것, 노동부 담당자나 사회적기업연구소와 같은 곳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 그리고 초창기 판매망을 넓히는 일, 그리고 적은 자본금으로 각종 자원봉사를 조직하고, 주방용품을 협찬 받는 일은 제가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미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미래에 대한 계획도 모두 세워두고 있었다. 지역화폐 도입, 송정동 지역소득 매년 1% 증가, 10년 후에 1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연간 500억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플랜과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가 그런 회사를 만들려면 결국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를 여기까지 성장시킨 하정관씨가 대표를 맡아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자신은 공무원으로서 새로운 사회적기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디자인 하는 일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였다.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풀뿌리 리더와 만나다.

 

만약, 송정동을 떠나게 되면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기업을 세우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은 공무원이라 언젠가는 송정동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막 퍼주는 반찬가게] 운영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 CEO를 영입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였다.

 

넘치는 아이디어와 탁월한 추진력을 가진 하정관씨와 파트너가 되어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이끌어오는 또 다른 주역은 바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상명(75)씨와 총무를 맡고 있는 황우진(44)씨이다. 두 사람은 초창기 밑반찬 강좌가 끝난 후에 강좌 참가자들이 회사 설립에 대한 부담 때문에 모두 떠난 후에 지금까지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실제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주역들이다.

 

올해 75세인 박상명씨는 24살에 송정동으로 시집을 와서 39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 되셨고, 송정에서만 50년 넘게 살고 있는 토박이라고 한다. 30여년 이상 해운대 농협부녀회 활동을 해오면서 오랫동안 회장을 맡아 일하였고, 새마을부녀회장 등 주민 밀착형 조직에서 평생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박상명씨는 [막 퍼주는 반찬가게]에 품질 좋은 국산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들여올 수 있는 인적자원과 생산지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송정동에서 농사짓는 이웃들이 어떤 농사를 얼마나 짓는지 모두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송정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30년 이상 참여해 온 해운대 농협 부녀회 활동을 통해서 농협을 통해 유통되는 우리 농산물 유통현황도 꾀고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방문하였을 했던 날에도 앞으로 1년 동안 사용할 영양에서 생산된 영양고추를 농협을 통해 구매하여 잔뜩 쌓아놓고 있었다. 품질 좋은 국산 농수산물 재료를 들여와서 전통 손맛이 베인 밑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박상명씨와 황우진씨 역할이었다. 두 사람은 똑 같이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회사가 자리를 잡아야 하잖아요. 회사가 매출을 많이 올리고 돈을 벌어야지 어려운 이웃들에게 막 퍼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합니다. 원래 주력 상품은 김치와 장아찌에요. 그렇지만, 무슨 반찬이든지 주문이 들어오면 다 만들어줍니다.”

 

홍보할 수 있는 데는 어디든지 간다고 한다. 아파트단지도 찾아가고 여름철에는 송정해수욕장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가두판매도 하고, 지역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도 모두 다 찾아간단다. 반찬만 팔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송정 지역 주민 모임이나 동네 계모임이 있을 때는 점심식사도 준비해주고, 송정동 주민행사가 있을 때는 도시락도 만들어 준다고 한다. 회사를 홍보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이웃 돕는데도 세금 낸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상명씨와 황우진씨가 가진 가장 큰 불만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희가 주식회사를 설립했잖아요. 그랬더니, 반찬을 만들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모두 매출로 잡힌데요. 우리는 반찬을 만들어서 무료로 주지만 세금은 내야한다네요.”

 

그래도 회사설립 초기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빠지지 않고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세운 목적이기 때문에 지켜야하는 원칙이란다.

 

“저희 반찬가게는 이익을 남겨야 하는 회사거든요. 그런데, 손님들 중에는 가게 이름은 [막 퍼주는 반찬가게]인데, 왜 막 퍼주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희 회사는 품질 좋은 국산 농산물을 정당한 가격에 구입해서 전통 방식으로 밑반찬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을 받고 판매해서 이윤을 남기는 회사에요. 저희 가게 이름이 [막 퍼주는 반찬 가게]인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되겠다는 뜻이지 손님들에게 막 퍼준다는 뜻이 아니거든요.”

 

막 퍼주는 반찬가게라는 이름으로 생기는 오해와 더불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 하나 더 있는데,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밑반찬이 [막 퍼주는 반찬가게]에서 팔다 남은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는 것이다.

 

“저희들이 현재 세 군데 조직을 통해서 30여 가구에 매주 2회 밑반찬을 공급하고 있어요. 그런데, 절대 저희가 판매하던 재고를 보내는 일은 없어요. 독거노인들과 저소득 가구에 무료로 제공하는 밑반찬은 모두 별도로 식단을 짜서 준비할 뿐만 아니라 당일 조리해서 당일에 보내는 것이 원칙이에요.”

 

저소득층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남는 식재료와 음식을 모아서 무료로 공급하던 ‘푸드뱅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경영 노하우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6개월여 운영하는 동안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주력상품을 김치와 장아찌로 정하였다고 한다. 예순 다섯이 넘은 할머니 요리사들의 손맛이 담긴 제대로 된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는 김치 종류만 해도 배추김치부터 시작해서 열무물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오이소박이, 총각김치, 부추김치, 깍두기, 갈치식혜, 가자미식혜 등 열 가지나 된다. 장아찌 종류도 보통 가정에서도 많이 담는 깻잎장아찌부터 시작해서 고추간장장아찌, 무장아찌, 콩잎장아찌, 통마늘장아찌, 오이장아찌, 미역줄기장아찌, 오이피클, 상추마늘장아찌, 고추젓갈장아찌, 그리고 모듬장아찌 등 열 한 가지다.

 

‘막 퍼주는 경영’ 노하우

 

그 중에서도 갈치식혜, 가자미식혜, 미역줄기장아찌, 상추마늘장아찌 등은 흔치 않은 음식들이다. 필자는 갈치식혜, 가자미식혜는 먹어 본 적도 없고, 미역줄기장아찌나 상추마늘장아찌 등은 들어 본 적도 없는 음식들이다. 이런 김치와 장아찌가 낯선 것은 갈치식혜, 가자미 식혜처럼 할머니 요리사들이 옛날부터 만들어 먹던 반찬들이거나 미역줄기장아찌, 상추마늘장아찌처럼 송정마을 주변에서만 생산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지산지소!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는 로컬푸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설립취지에 충실한 반찬들인 것이다. 김치와 장아찌가 잘 팔리는지 물었더니, 박상명 대표는 이미 미국에도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이 생긴 이후에 서울, 경기도, 제주도 등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와요. 우리 장아찌를 어머니가 먹어보고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있는 딸집으로 보낸다고 특별히 주문을 해온적도 있어요. 저희 장아찌가 미국까지 진출하고 있는거지요.”

 

인터텟 쇼핑몰을 이용해서 김치와 장아찌 등 밑반찬을 주문하는 고객들에게는 주문상품 이외에 맛보기 상품을 보내주는 새로운 영업전략을 도입하였다고 한다.

 

“반찬가게를 찾아오거나 저희가 반찬을 팔러 나가는 경우에는 손님들이 여러 가지 밑반찬을 맛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판매할 때는 맛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먹어보지 않은 김치나 장아찌는 잘 주문을 안하더라구요.”

 

“얼마 전부터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한두 가지 맛보기용 반찬을 같이 포장해서 보내드려요. 많이 먹어본 깻잎장아찌를 주문하면, 상추마늘장아찌나 미역줄기장아찌를 같이 포장해서 보내드려요. 그럼, 먹어 보고나서 상추마늘장아찌나 미역줄기장아찌를 주문하는 분들이 생기더라구요.”

 

모두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쌓아가는 경영노하우들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은 경영기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사실은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갔더니, 박상명 대표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말고 있었다. 첨에는 흉한(?)모습이라고 하시면서 극구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하셨지만, 마산서 여기까지 일부러 왔으니 사진은 안 찍는 조건으로 말씀만 듣고 가겠다고 해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 미장원에서 박상명대표와 인터뷰 하는 동안 필자와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젊은 할머니 한 분이 “조미료 같은 것도 안 쓰고 만드시나요?”하고 질문을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예, 당연하지요! 우리들은 원래부터 집에서 반찬 만들 때도 조미료 같은 건 안 썼어요. 맨 날 조미료 뿌린 음식 먹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 나이되는 사람들은 딱 한 숟갈만 떠서 맛을 보면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금방 알아요.”

 

“막 퍼주는 반찬가게에서 파는 밑반찬은 그냥 우리가 집에서 만들어 먹던 방법대로 똑같이 만들어요. 김치 담을 때는 조미료 대신에 ‘띠포리’로 다시물을 푹 끓여 내서 만들어요. 그래야 깊은 맛이 나와요. 장아찌 담을 때도 다시마 같은 걸 우려내서 맛을 내지요. 우리는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 회사를 성장시키는 길이기도 하구요. 다른 식품회사들과 우리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어요.”

 

말하자면,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일반 식품가공업체서 생산해서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색소와 식품첨가물이 들어 간 젓갈이나 밑반찬과는 원재료와 조리과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에서 판매되는 김치들은 대부분 식당이나 외식업체에서 사용한다는 중국산 김치와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중간에 끼어든 젊은 할머니는 송정동에 살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막 퍼주는 반찬가게]이야기를 처음 듣는단다. 필자와 인터뷰 중간에 “참 좋은 일 하신다.”, “참 좋은 일 하신다.” 하면서 박상명 대표의 이야기에 여러 번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나중에 회사가 커져서 사람 더 써야 되면 저도 꼭 좀 넣어주세요. 저도 이웃사람들이 요리 잘 한다는 소리 들어요. 나이 들어서도 그냥 집에서 놀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아요. 회장님! 나중에 저 좀 꼭 일 시켜주세요.”

 

박상명 대표는 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서 고용을 늘이게 되면,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더 주게 것이라고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예순은 넘어 보이는 이 젊은 할머니 덕분에 박상명 대표는 긴장을 풀고 더 적극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일어난 [막 퍼주는 반찬가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것 같다.

 

사회적기업이 뜬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지난 4월에 회사를 설립 후에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여 현재는 매월 천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매출을 올리고 있고, 지난 추석 무렵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직 설립초기라 이익금 대부분을 다시 시설과 원재료구입에 재투자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든든한 살림 밑천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설립 후 6개월 만에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었다. 연말에 노동부에서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게 되면, 체계적인 기업운영 컨설팅과 사회보험료지원, 세제혜택, 부지구입비, 시설비 등의 지원 및 융자 등의 제도적 혜택과 사회적일자리 창출 사업과 비슷한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받게 된다고 한다.

 

사실, 사회적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1970년대부터 사회적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영국에만 55000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가 세운 파키스탄의 ‘그라민 은행’, 마이크로소트프사를 그만 둔 존 우드가 세운 ‘룸투리드’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적기업들이 있으며, 2007년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이 ‘사회적기업가’들을 초청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가게, 우리밀과자 생산업체인 위켄, YMCA 카페 티모르를 비롯한 30여개 사회적기업이 있다. 그동안 국내 사회적기업은 주로 NGO 활동을 하시던 분들이 창업하였는데,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주민자치위원들과 공무원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보기 드문 사례에 속한다.

 

설립 주체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특성을 잘 반영한 지역밀착형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 안전하고 우수한 국산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여 지역 주민(생산농민)을 돕고,

▲ 깨끗하고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여 정당한 이윤을 창출하고,

▲ 이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뿐만 아니라

▲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

말하자면, 일석사조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웃을 돕기 위하여 회사를 세웠기 때문에 보통의 자선활동과는 달리 일회성 도움이 아니라 꾸준하고 지속적 이웃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아이디어도 사람이 없으면 헛것

 

[막 퍼주는 반찬가게] 취재를 다녀와서 주변 사람들과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소개했더니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참 아이디어가 좋다”, “이름 참 잘 지었네.” 였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에 관한 이야기 <달라지는 세계>를 쓴 데이비드 본스타인에 따르면 그동안 사회변화 이론에서도 “아이디어가 주역이었고 사람은 관중이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 역시 “전 세계의 모든 군대보다 더 강력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의 적절한 아이디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 뿐만 아니라 사회변화 이론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이를 실현시킬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마치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많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뿌리를 내려, 확산되려면 활동가들을 필요로 한다. 숙련된 기술과 동기, 에너지, 우직한 고집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전진시키는데 꼭 필요하다. 그들은 설득하고 영감을 주고 매혹시키고 부추기고 계몽하고 마음을 감도시키고 두려움을 덜어주고 인식을 전환시키고 의미를 형성하고, 체제를 통해 거의 예술적으로 사회에서 변화를 유도한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회적기업에 관하여 연구하면서 한 가지 유형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변화의 근원을 추적 할 때 종종 현장의 뒤편에서 강박증에 가까운 열정을 지닌 개인들, 비전과 추진력과 목적의 순수함을 가지고 대단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했다. 사람이 변화의 핵이었다.”

 

박노해 시인이 말했듯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하는 것이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 역시 비전과 추진력, 목적의 순수함을 가지고 뜨거운 열정으로 설득력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하정관, 박상명, 황우진씨가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위하여 돈과 노동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 주민자치위원들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이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박상명씨는 40여 년 동안 새마을부녀회, 농협부녀회, 마을농악대, 농협하나로 봉사단, 주민자치위원을 비롯한 주민밀착형 조직에서 활동해 온 준비된 활동가였다. 황우진씨는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총무 일을 맡기 전부터 나눔과 기쁨이라는 봉사단체를 통해서 독거노인에게 밑반찬을 지원하는 활동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었다.

 

공무원인 하정관씨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생산해내는 아이디어 뱅크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실현시키는 추진력, 목적의 순수함, 뜨거운 열정을 가진 탁월은 사회적기업가 이기도 하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이 세 사람이 작가와 감독, 배우로 만나서 엮어내는 인기 있는 주말 드라마와 같다. 사회적기업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성공신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