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란드 러셀은 그의 수필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그러나 지중해의 햇살을 즐길 수 없는 나라에선 게을러진다는 것이 더 어려워서, 게을러지려면 먼저 대대적인 대중 선전이 필요할 판이다. YMCA지도자들은 내 얘기를 다 읽고 나거든, 아무 것도 하지 말아 보라고 선량한 젊은이들에게 캠페인을 시작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헛살진 않은 셈이 될테니까"라고 쓰고 있다.(같은 글귀로 실무자 커뮤니티에 완전 다른 글을 올려놨으니 이해해주세요. ㅋㅋ).

그래서 나는 2009년 올 한해 동안 내가 만나는 모든 youth에게
돈을 받지 않는 일에 시간을 쏟아보라고 권유할 생각이다.
돈을 받지 않지만 자기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 언젠가는 한번 꼭 해보고 싶었던 일, 다른 사람들이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으로 하찮게 치부하지만 자신에게는 중요하게 느껴지는 일 등에 몰두하면서 느긋하게 즐겨보자고 권유할 생각이다.

이것은 소극적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하게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은 하대하는 사회, 밥먹는 시간까지 쪼개가면서 열심히 일하라고 부추기는 사회,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너의 일자리(돈벌이)는 곧 다른 사람에게 넘겨질 것이라고 협박하는 사회에서
한 1년 빈둥거려보자고 말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간디에 따르면 변호사의 일이건 청소부의 일이건 그 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의 가치 간에는 차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품위를 손상시키면서까지 일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동조하게 되었고 게다가 협박당하는 것에는 이제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청년들에게 한 1년 빈둥거려보자고 말하려고 한다.

이것은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지만 분명하게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태어나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1년을 빈둥거려 보았다.
내가 빈둥거리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나는 내가 부지런한 사람인줄 알았다)
빈둥거리는 동안 할 일이 정말 많았다.
빈둥거리는 동안 어떻게 내가 일하면서 바쁘게 살았는지 놀랍기만 했다.
빈둥거리는 동안 어떤 목적에도 구애됨 없이 순수하게 나를 위한 글을 쓸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게 되는 어떤 가치를 만들수 있는
영적인 여행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26세때 한달정도 유럽여행을 했던 것이 그러한 영적 여행이었던 것 같다(꼭 실제적 여행일 필요는 없다).
40세까지를 돌아보면 그 여행에서 내가 결심한 것, 나에 대해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실현되거나 묻어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입시, 대학입시, 취업시험,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영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불쌍한 것들...)
그저 남들이 짜놓은 시간표에 자기 인생을 맞춰갈 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결정권은 큰 시간표를 지킨다는 암묵적 약속안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그 시간표 밖으로 나오겠다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YMCA 간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