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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전국 연맹

2010.7.30.               

  2010년 제 17차 홍콩 YMCA 세계대회에 (7월 19일-24일) 다녀왔습니다.

서광선
:
전 세계Y연맹 회장(1994-98), YMCA전국연맹 재단이사, 이화여대 명예교수, 신학)



* 이 글은 특별히 서광선박사님께서 YMCA세계대회에 참가하신 후 보내주신 글입니다.



대회 주제와 대회 로고


지난 7월 19일부터 한 주일 동안 홍콩에서 개최된 YMCA 세계대회에 다녀왔습니다. 1,200명이나 되는 전 세계 회원들이 운집하는 최근 보기 드문 대 성황이었습니다. 이중 400명이 30세 미만의 청년들이었고 최연소자로 15세 된 소년도 두 명이나 나라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4년 전 대회 까지만 해도 125개 나라가 세계연맹의 회원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러시아, 팔레스타인 등 5개국이 가입함으로써 130개국이 세계연맹에 가맹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유엔 다음으로 참가 국가가 많은 시민 기독교 단체가 되었습니다.


대회의 주제는 영어로 Striving for Global Citizenship for All 이었습니다. “전 인류를 위한 세계적 시민 의식을 지향하여”라고 우리말로 번역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되풀이 되는 강연과 설명들을 종합해 보면, “세계화 된 지구촌에서 지구촌의 시민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것이 대회의 화두였던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와이 회원들이 지구촌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활동해야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다짐이며 와이 운동의 목표인 것 같았습니다.


홍콩시의 시장이며, 중국 정부가 임명한 홍콩 특별시의 지사라고 할까,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주석 (Chief Executive)"이 특별 초대 된데서 개회식이 있었습니다. 홍콩 주석이 참석한 것도 자랑스러웠지만, 홍콩의 어린이들이 개회식에 200여명이 참석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세계 각지에서 모여 든 우리를 반기고 환영해 주는 모습이 감격스럽고 귀엽고 즐거웠습니다. 우리 와이가 참으로 세계적인 운동체로 성장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개회식 행사였습니다.


우리 참가자들이 나누어 가진 대회 기념 티와 대회 행사 책자에 새긴 로고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동그라미 맨 위에는 영어로 대회 주제를 써 넣고 사람 인 (人)자를 바로 세우기도 하고 거꾸로 세워서 마주 보게 한 표시가 Y 자를 바로 그리고 거꾸로 세워 놓은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와이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사람을 중시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모임이라는 정신이 잘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설명을 대회기간 동안 아무도 공식적으로 해 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한자를 모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대표들은 Y자를 거꾸로 세운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도 물어 오는 사람이 적어도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자로 네모 꼴 안에 “사해일가 (四海一家)”라고 써 넣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구촌을 5대양 6대주라고 하지 않고 바다 넷으로 셈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사해일가”란 온 세계가 하나의 집이라고 하는 “지구촌”의 개념을 담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제17차 YMCA 세계대회, 홍콩 2010. 이렇게 로고를 만들었더군요. 아주 의미심장한 로고였습니다.


아침 예배


대회는 중국 본토를 바라다보는 홍콩 북쪽 해변 가에 넓게 자리 잡은 와이 엠 씨 에이 캠프 장 “우 카이 샤”라는 데서 진행되었습니다. 아침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부터 있는 아침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아침 예배가 이번 대회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이 되었고, 이번 대회의 주제를 가장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되었고, 그리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현대적인 감각으로 준비한 예배라고 생각되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특히 우리 한국의 광주 와이 사무총장 부부가 예배 위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연대감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회장 가운데 커다란 풍선으로 만든 지구를 놓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첫날 아침에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만드시고 “참 좋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주제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계를 우리 인간들은 망가뜨리고 있다는 고백을 이튿날 아침 예배에서 드리면서, 풍선 지구위에 흙탕물을 끼얹는 행위를 했습니다. 셋째 날 아침에는 그 더러워지고 망가진 지구 둘레를 삼보일배(三步一拜)하면서 돌아가며, 지구의 아픔을 귀담아 듣는 행위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세 발 자국 걸으며, 머리 숙이며, 기도하며, 기다리며, 희망하며....우리는 평화의 필그림으로 살아간다...”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날, 금요일 아침, 우리는 더러워 진 지구를 씻어 내는 의례를 행했습니다. 물동이에 담긴 행주를 짜서 지구를 깨끗하게 닦아 내는 행위를 하면서 지구촌의 시민 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확인하는 일을 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 나무 잎사귀들이 모든 나라를 치유하게 되는 나라,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세상, 온 창조세계에 하나님의 영광이 차고 넘치고, 깊고 깊은 밤하늘에 광채가 빛나는 우주를 꿈꾸게”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토요일 아침, 우리의 힘으로 치유된 지구를 돌면서 노래하며 춤추며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한주일 동안 아침 예배는 하나님이 주신 지구촌을 인간의 탐욕과 경제발전과 개발과 성장과 세계화된 자본주의 질서로 파괴하고 있는 행위와 생명을 죽이는 무한 폭력에 대해서 지구촌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은혜를 받으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제 우리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지역 와이 회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쉽게 느낀 것이 있다면, 지구촌의 멸망과 파괴가 인간의 탐욕과 자본주의 무한 성장과 경제 개발 때문이라고 만 생각하게 하는 것 같은 것이었습니다. 20세기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으킨 전쟁, 제1차 대전, 제2차 대전, 원자탄을 일본 사람들과 한국에서 강제로 끌려간 노동자들 머리 위에 두 번이나 떨어뜨린 일, 한국전쟁과 월남 전쟁,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으로 아직도 세계는 전쟁과 전쟁의 소문으로 평화를 말할 기회조차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와이 세계대회였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와이 대회에서 돌아오는 날, 우리 앞바다 동해에서 한미 합동 해군 훈련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해군 함정들이 모여 들어 함포를 쏘고 미사일을 쏘아 댔으니, 우리 동해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동해의 생태계는 우리 상상을 넘어서는 파괴와 공해의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한다는 군사훈련 행위가 우리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우리는 무감각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지구촌의 시민이기 이전에 우리 한반도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발언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선교적 사명을 인식해야겠습니다.


세계대회와 앞으로 와이가 해야 할 일들


홍콩 대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세계연맹의 회장단을 선출하는 일이 있었고, 이사회가 선출한 새 사무총장을 소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30명 가까운 이사들을 새롭게 선출하는 선거도 진행되었습니다. 새 회장으로는 미국 와이의 회장이 되었고, 새로운 사무총장에는 노르웨이 출신, 유럽지역 와이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시대가 가고 미국과 유럽의 시대가 온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출신의 사무총장이 8년이나 일을 보면서 재정적으로 위기를 만들었다는 인식이 팽배한지라, 제1세계 돈 많은 나라, 백인들의 지도력에 기대하게 되었다는 소문입니다.


대회의 그 많은 소그룹 모임이나 전체 회의에서의 주된 관심은 세계 와이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각국의 와이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1)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소통, (2) 와이의 이미지 반영, 와이의 정체성 문제, (3) 인적 물적 자원의 동원 등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와이의 “브랜드” 와이의 정체성과 “상표”를 부각시키는 기술적인 문제에 회의의 초점이 맞추어졌던 것 같습니다. 와이는 젊은이들의 모임이며, 기독교 정신으로 일하는 정체성의 문제와 존재이유 보다는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와이에 매력을 느끼고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웠던 것은, 지구촌의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무엇인가 하는 대회의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망각의 수준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시민, 혹은 국민은 무엇인가 할 때, 나라마다 헌법에 국민의 의무와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국민의 의무는 교육과 병역입니다. 지구촌의 시민의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가? 지구촌을 지키는 일, 지구촌에 전쟁과 파괴와 폭력을 없애는 평화 유지, 인간 안보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진국,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 세계 인구 20%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세계 자원의 80% 이상을 소비하면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사람들의 지구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가? 그리고 전쟁을 온 세계에 퍼뜨리면서 사람을 죽이고 자연을 파고하는 제국들의 와이 회원들이 지구촌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가, 도전하는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구촌의 가난하고 짓눌린 백성들이 시민으로서 떳떳하게 자유롭게 인간답게 살아 갈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동남아의 가난한 나라 백성들 이야기나 깨끗한 물 마실 데를 찾지 못하는 아프리카 오지의 지구촌 백성들의 이야기 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동족, 우리 이웃 북한에 사는 지구촌 백성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지구촌 시민의식을 심어 주고, 떳떳한 인간으로 살아 가게 해야, 우리도 이 지구촌 시민의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닌 가, 곰곰 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에 사는 우리 지구촌 시민으로서 와이 회원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많은 기대와 함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며 귀국했습니다. 80 노구를 이끌고 와이 세계대회에 참여하게 해 주신 연맹 지도자들과 세계동맹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제 17차 세계YMCA 대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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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청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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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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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회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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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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