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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에는 가정의 달 답게 청소년과 관련된 조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카톨릭 성빈센터병원이 내 놓은 연구는 청소년의 등교시간과 행복감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는데 경기도 교육청이 등교시간을 9시로, 1시간 가량 늦춘 이후 청소년들의 행복감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지각, 수업 중 졸린 정도, 수업시간 집중도 등 학습 태도가 개선되었다. 등교 시간이 늦춰진 이후에 분노나 자살과 같은 부정적 심리상태가 개선되기는 했으나 유의미한 것은 아니었으며 수면시간도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에 비해 2시간정도 늦게 분비돼 성인에 비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물학적 수면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등교시간 연장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생체 리듬에 맞는 수면 패턴으로 적응해가는 것이므로 절대적인 수면시간 보다는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한편 세종대의 박현선 교수는 전국의 초··고등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분석을 바탕으로 한 아동균형생활시간 지표연구에서 사교육 등 학교 밖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학자들의 권장 시간보다 많은 학생은 성적은 높지만,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와 공격성 지수는 높아서 과도한 학습이 청소년 정신·신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그가 이번 논문에서 기준으로 삼은 권장 공부시간은 국외 교육학자들이 권장하는 학습시간 기준에 과외·학원 등 사교육이 일반화한 한국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초등학생 30120, 중학생 60150, 고등학생 90180분 등이다.


  청소년의 불행감과 불균형적인 생활 및 높은 스트레스와 공격성 지수에는 사교육이 상당하게 작동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서울, 대구, 광주, 세종, 경기 등은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나머지 12개 지방자치단체에서의 학원 운영 제한 시간은 이와는 다르다. 심야교습이 3회 이상 적발된 학원은 교습 정지 또는 등록 말소의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의 교습 시간을 밤 10시까지만 묶어 두는 것은 조금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며 학원 영업시간을 고등학생의 경우 밤 11시로 연장하는 조례안 개정을 추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19일에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개정안이 통과되었으며 개정의 골자는 중고등학교 학생의 선행학습에 대한 사교육 수요를 방과후학교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 동안 방과후학교에서 선행교육이 전면 금지되어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방과후학교 운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개정했다고 한다. 선행교육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에서 방과후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도 하려니와 학교와 학원의 선행학습 경쟁에서 싼 맛의 방과후학교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근거가 없다. 오히려 부모와 청소년들은 학원과 차별화되지 않으며 괴담이 현실화 될 것만 같은 학교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청소년들에게 교과 공부 말고는 제공할 것이 없는, 빈곤한 상상력 탓은 아닐까? 그러므로 학원 및 교습소들은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새벽까지 달리겠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아는 많은 서울 지역의 청소년들은 정규수업시간 후 6시부터 10시 혹은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학원에서 갔다가 새벽 1시 혹은 2시에 귀가한다. 청소년들이 공부에, 노력에 배신당하는 배신의 시대임에도 학원에는 의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참고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