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안내를 통한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이 필 구(한국YMCA전국연맹 정책팀장)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의 하나인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우는 제4의 인종(그들 스스로 참사람이라고 지칭한다)은 문명인을 가르켜 무탄트(돌연변이라는 뜻)라고 한다.
그들이 엄선한 메신저 무탄트-말로 모건-를 통해 우리 문명인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는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강물이 오염된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제서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1. 도시 생태로 눈을 돌리자
○ 도시의 의미 및 범위
도시(都市)란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다. 이 의미를 풀이하면 도시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거활동, 경제활동, 문화활동, 교통활동, 행정활동 등의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물리적인 제반시설(주택, 상점, 도로, 상하수도 등)이 집적되어 있는 일정한 범역을 가진 토지(공간)인 동시에 생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시가 되기 위한 기준은 도시의 형태를 갖추고 인구 5만이상(읍은 2만이상)이어야 하며, 당해지역의 시가지를 구성하는 지역내에 거주하는 인구와 상업ㆍ공업, 기타 도시적 산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비율이 각각 60% 이상(도농통합도시는 55% 이상, 읍은 40% 이상)이다.
도시는 인구규모에 따라 거대도시(100만 이상), 대도시(50만 이상), 중도시(10만 이상), 소도시(10만∼5만 이상)로 구분된다. 또한 도시의 성격에 따라 산업, 행정, 상업, 공업, 주거, 도시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 도시의 역사
도시의 발달은 인류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채집의 시대인 구석기시대에는 인구의 집중요인이 없었으므로 도시(촌락)의 구성도 미약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하지만 신석기시대 이후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구의 집중요인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오늘날 남아있는 거석유물, 분묘, 종교시설 등은 이 시대에 이미 일정규모이상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도시가 발달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발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고대국가가 성립되면서 부터이다. 고대국가는 왕도의 보전을 위해 일정규모의 성채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는데, 성채의 건설은 집약적인 도시 건설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의 형태도 석기시대에는 개방형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다가 고대국가로 발전하면서 성채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성채 내에 인구수용이 어려워질 정도로 인구가 증가하자 성채중심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개방적인 구조로 변화하게된다. 이와 같은 도시의 흐름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성곽(城郭)이라는 용어에 그 비밀이 담겨있다. 성곽은 城과 郭의 합성어이다. 성이란 방어를 목적으로 만든 옹성을 의미한다. 당초 고대국가에서는 시민들이 모두 성안에 거주하였고, 성외곽은 농경이나 사냥 등의 경우에만 활동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성안의 인구가 증가하자 성안에 거주하는데는 한계가 생겨나게 되어 성과 연접해서 郭이라는 구조의 주택을 짓고 거주하게 되는데 곽은 방어적인 기능이 없으므로 적들이 침입할 경우에는 곽을 포기하고 성안에 모여 방어하는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곽의 구조도 성처럼 단단해지고, 곽과 성이 구분되지 않는 구조로 발달하였으며, 귀족에 속하지 않는 일반시민들은 성 주변에 흩어져 개별적인 주택을 가지는 형식으로 변화되었다. 현대로 접어들수록 개방형 도시구조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더욱 개방적인 특성을 가지게되었으며, 미래의 도시는 이런 개방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도시의 문제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인구의 도시집중이 발생하였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세계인구의 단 3%만이 도시에 거주하였으나 현재는 세계인구의 약 5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제3세계 국가 등에서 도시의 인구집중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2001년말 현재 전체인구의 88.7%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다양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훼손을 수반한다. 산업화 초기 런던과 같은 산업도시들은 도시환경이 매우 열악하였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로 수인성 전염병, 폐결핵 등의 질병에 의해 희생되었고, 높은 영아 사망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1845년 발간된 엥겔스의 \'영국 노동계급의 생활환경\'이나 1941년 영국의회의 \'영국 노동자의 위생상태 보고서\'에는 당시의 상황이 잘 서술되어 있다. 영국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1848년 세계 최초로 공중위생법을 제정하였다. 또한 건강한 노동력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였던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개인정원(park)을 노동자들에게 공공정원(public park)으로 개방하였데 이것이 현대적인 공원의 시작이다.
우리 나라는 서구와는 달리 8.15와 6.25라고 하는 민족적 시련기를 통해 도시인구가 증가하였다. 8.15로 귀국한 해외동포와 정치적인 압박을 피해 월남한 6.25 피난민들은 경제적인 기반이 없는 농촌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도시로 몰렸는데 그 결과 가도시화(pseudo- urbanization)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 결과 서울의 크고 작은 산자락에는 수많은 판자촌이 만들어지면서 도시생태계가 심하게 훼손되었다. 2차적으로는 1960년대 경제개발과정에서 인구의 도시집중현상이 다시 발생하였다. 이 과정은 서구의 산업화과정과 비슷한 유형으로 장기적으로 농촌경제의 붕괴라는 문제점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1960년대는 농촌거주인구가 70%였으나, 2000년에는 약 9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화가 매우 급격하게 진행되었으며, 전체인구의 4분의1이 국토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에 몰려 살고 있고, 전체인구의 약 40%가 국토면적의 3%에 해당하는 수도권 도시에 몰려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같은 인구의 도시집중은 유한한 생태자원의 무리한 이용, 즉 한계수용능력을 벗어난 이용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그 결과 수질오염ㆍ대기오염ㆍ토양오염 등과 같은 각종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생태계 훼손, 범죄증가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등 각종 도시문제가 심각해지게 되었다.
2. 도시생태계란 무엇인가?
○ 도시생태계의 특성
생태계(ecosystem)란 1935년 영국의 식물학자 Transley에 의해 생물과 그 주변환경이 구성하는 물질계를 묶어서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이다. 생태학자인 Whittaker는 \"환경학 사전\"에서 생태계 자연군집의 생물과 그의 환경을 포함하는 기능적인 체계(system)라고 정의하였다. 생태계 물질순환과 에너지의 흐름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생태계란 도시지역의 생태계를 의미하는 합성어로 도시생태계는 일반적인 자연생태계와는 달리 도시지역에서 생산하는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물과 유기물, 에너지가 소비되는 종속영양생태계이다. 이와 같은 도시생태계의 종속영양생태계로서의 특성은 도시를 관리해나가는데 있어서 고려해야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 도시생태계의 변화
유럽에서 비교적 고밀한 도시로 알려진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우리 나라에서 가장 고밀한 도시인 서울과 비교해보면 베를린의 면적은 서울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서울의 1/4에 해당하며, 우리와 같은 베드타운 형식의 위성도시를 거느리지 않고 있다. 또한 서울은 북한산ㆍ관악산ㆍ용마산 등과 같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산악지역이 약 26%, 한강과 중랑천과 같은 대형 하천의 면적이 약 6%를 차지하므로 평지에 조성된 베를린과 서울을 단순 비교해보면 서울이 베를린에 비해 약 5배 이상 이용밀도가 높은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서울의 토지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은 약 60%가 시가지로 조성되어 있고 나머지 40%가 산림이나 하천, 공원, 경작지 등으로 되어 있다.
도시생태계에 있어 물의 순환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예로 서울은 전체면적의 48%가 빗물이 스며들 수 없는 지역으로 서울의 토양포장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토양포장의 유형은 건축이 들어선 공간, 포장도로, 주차장, 광장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 토양포장도 규제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별다른 제어 없이 토양포장을 쉽게 추진하고 있어 토양포장 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토양포장은 태양열 복사나 축적 등으로 도시기온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그 결과 냉방에너지 사용증가, 도시열섬현상 발생, 도시기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교란, 홍수 위험 증가, 상대습도 저하 등 다양한 문제점을 수반하게 된다.
3. 나로부터의 변화, 도시생태안내활동 왜 중요한가?
생태교육은 최근 성장하는 생협활동이나 마을만들기활동에 있어 중요한 관심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생협의 주 활동가이며 마을 자원활동의 주요 인적 자원인 여성들은 생태교육을 통해 주요 활동가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생태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직업이나 육아 등의 다소 이기적인 목적으로 참여하더라도 교육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많은 성장과 발전을 하며 다음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보인다.
첫째, 왜곡된 교육관을 수정하게 된다.
생태교육을 통해 여성들은 자연관과 함께 교육관이 변하게 된다. 남보다 먼저 빨리 많이 배우는 것이 경쟁에서 우월하다는 의식을 점차 버리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놀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몸으로 배우게 됨으로써 무한경쟁의 사교육구조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여성들은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지역의 아이들이나 학교에서 생태교육을 진행함으로써 대안적인 교육관을 점차 갖게 된다.
둘째, 가족 및 지역소모임의 문화가 바뀌게 된다.
오늘날의 가족문화는 텔레비전과 컴퓨터에 종속된 여가와 일상과 완전히 괴리된 여행으로 극단화되어있다. 생태교육은 일상적으로 주변의 풀과 나무, 곤충과 새, 별 등 자연의 모든 것에 대한 열린 감수성과 관심을 촉발하며 주변의 환경에 눈을 돌리게 한다. 또한 여행지의 자연생태 보존에 유의하며 지역주민을 존중하게 된다. 실제로 성미산에 배수지공사가 결정되었을 때 어린이들이 주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성미산을 살려주세요’라고 한 것은 일상적인 놀이와 그것에 기반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소모임의 내용을 학습과 교육 등으로 대체해 지속성과 발전적인 면모를 보이게 된다.
셋째, 연령을 뛰어넘는 성장과 자기발전을 경험한다.
생태교육은 여성들에게 자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지속적인 학습을 추동한다. 이로 인해 심신의 건강과 평화를 느끼며 정신적, 지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젊은 여성이나 중년의 여성이나 자연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같고 오히려 더 지혜로움을 발견하게 되어 자매애와 나이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생태교육은 이와 같이 너무 빠른 경제성장으로 잃어버렸던 자연의 경험과 감수성들을 가치있는 자원으로 여김으로써 경제활동으로부터 소외된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을 수용하여 사회적으로 풍부한 문화자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넷째, 지역 풀뿌리 운동과 지역문화 발전에 참여한다.
생태교육은 점차 자연 생태에서 마을 환경과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교육과 마을 정치쪽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한다. 건강한 풀뿌리 운동과 지역문화의 주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4. 도시 생태교육이 극복해야할 몇가지 문제의식들
환경교육이 환경오염 위주의 지식교육에서 감수성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체험생태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하였다.
첫째, 생태교육의 상업주의
도시 주변은 생태적으로 단순하고 신기한 것이 별로 없다. 비둘기는 이미 관찰대상이 아니며 저어새나 도요새, 재두루미를 보러 먼 곳으로 가거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타 지역의 생태적 자원을 보기 위한 생태교육 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고비용 및 자원낭비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다양한 체험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생태교육이 사회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소외계층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태교육이 이렇게 고비용화되는 이유는 교통비 외에 교육의 필수인 답사와 사전준비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며 생태와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안내자의 부족 등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생태교육이 고급 사교육화되어감에 따라 방학이면 자연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 수십만원을 들여 캠프를 가거나 교육을 위해 도시를 택하고 주말이면 자연체험프로그램을 갈 수 있는 중산층이상의 문화로 정착되어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야산 중턱을 깍아 세운 고급아파트를 에코프로젝트라고 말하고 머지않아 외국처럼 태풍 토네이도를 따라다니는 관광, 고산지대 야생화를 보러 가는 관광, 더 신기하고 더 자극적인 자연이 상품이 될지 모른다. 이에 대한 생태교육의 가치관 정립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둘째,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무관심.
도시의 경우 사실상 마을공동체는 거의 없다. 급속한 산업발달로 인해 제주도의 오름과 같은, 이전에 우물과 마을 뒷산을 중심으로 한 생활공동체가 파괴된 것이다. 최근 시민운동이 화두로 삼고 있는 마을만들기는 경제와 문화, 환경이 서로 조화롭게 성장할 때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녹색도시는 단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쾌적한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 자치의 원리 하에서, 시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생태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고 시민의 생활상 요구가 충족되는 지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가 환경에 초점을 둔 것에 비해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리우 +10 에서는 환경,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문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고의 반영이다. 동시에 미국 주도의 세계화와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속에서 어떻게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여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동시에 모든 구성원이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가의 문제와 일치한다. 생태적 자원의 보존만으로는 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없다. 이는 좋은 자연자원을 가진 지방의 많은 마을이 급속히 쇠락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빈약한 자연자원일지라도 성미산의 경우처럼 공동육아와 방과후, 카센터, 동네부엌과 마포스라는 동네그룹사운드 등으로 생기 있고 활기찬 마을공동체가 가능한 것을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며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환경단체의 상근자를 비롯한 생태에 관심있는 자원활동가들이 지역으로부터 괴리된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동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그것이 마을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녹지는 지리산이나 설악산보다 개발의 위협과 잘못된 이용행태로 자주 위협받는 동네 작은 산이며 실제 도시환경의 쾌적함은 인접한 녹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주말엔 명산을 찾아가는 것이 생태적 삶은 아닐 것이다. 동네에 있는 작은 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마을의 가로수와 아파트, 놀이터의 나무 한그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녹지를 지키고 나아가 확대하려는 노력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져서 마을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다.
셋째, 생태교육의 주요 자원으로서의 여성
지금까지 환경운동은 표층의 환경지표유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수질오염, 대기오염, 에너지문제, 국립공원 관통도로, 댐건설문제, 갯벌 및 습지의 개발 등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들, 종교인들의 노력이 환경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주요한 이슈가 된 지역에서는 역시 어김없이 여성들의 헌신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로 각종 지역의 개발 문제들이 제동을 받곤 했지만 그러한 대립적인 이슈가 없는 지역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시민들의 활동양식이 극히 빈곤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산관통도로의 문제는 환경단체와 인근 지역 주민들의 문제가 아닌, 편리한 자동차의 문제이고 수질오염은 일상적으로 쓰는 샴푸 및 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핵발전소는 에어컨과 연결되어있다. 지속가능한 삶의 문제는 심층에 있는 우리 삶의 양식과 가치관의 근본적 변화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이것은 일회적인 생태기행으로는 도저히 획득될 수 없는 것이다. 천성산의 도룡농과 편리하고 빠른 삶의 대결이 펼쳐지는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반면 지금까지 환경운동과 정부는 여성들을 소비자로만 대상화하여 에너지절약과 쓰레기분리수거의 담당자로, 물절약 캠페인의 교육대상으로만 간주하여 지나치게 일상을 사적공간화하였다. 여성에게 환경은 일상의 공간에서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끊임없이 실천해야 하는 목록을 추가할 뿐 개인의 성장이나 지역사회에 가시적인 공헌을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태교육은 일반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중요한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5. 발전적인 생태안내활동을 위한 제언
생태안내활동이 지역마다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참여함에도 여성지도자가 적은 이유는 생태교육이 불필요한 전문용어의 남발과 지나치게 자연과학적인 분류와 해설 등으로 배타적인 전문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과학적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로 하여금 생태교육의 사회교육적 의미와 문화생활적 측면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되고 나아가 자신감을 잃거나 끊임없이 분류와 암기에 몰두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포기하게 한다. 여성들은 자신이 한참 모른다고 생각하여 끝없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실제로 전문가남성과 주부의 관계란 대화가 불가능한 일방적인 지식전달의 상하관계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고유한 경험과 관찰을 부정하고 남성전문가를 닮아갈수록 다양하고 개성있는 생태교육의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된다. 소수의 전문가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분위기속에서는 창조적인 시도가 적기 마련이다. 지식에 대한 협소한 개념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일방적인 강의식으로 전부 쏟아내거나 대화가 없는 생태교육현장, 그것은 자칫 살아있는 자연을 글자로 읽는 것에 불과하며 전문가를 흉내내지 않는 창조적인 노력과 보다 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생태교육의 주요 내용이 생물학을 벗어나 역사와 철학, 문화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예컨대 생태마을은 영성, 자연, 사회적 관계 등이 조화롭게 발전된 인간형을 전제로 한다. 환경전반의 문제점과 그것의 원인, 대안에 대한 모색은 물론 나와 자연뿐 아니라 나와 이웃, 이웃과 우리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생태교육과정을 서로 베껴서 유사한 지역에서는 프로그램도 거의 동일한 형편이다. 지역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도 인문주의의의 다양한 접근이 교육과정에 결합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을마다 다양한 방식의 생태교육센터를 가져야 한다. 마을단위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모으고 다양한 연령과 계층, 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지역실정에 맞는 생태교육 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주요 활동가는 지역주민과 여성이 될 것이며 건강한 지역문화 형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곳이 중간지도자의 재교육과 심화교육은 물론 학교교육의 비판적 대안기능을 구체적으로 담보하게 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