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교수님은 90년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근무할 당시 마을만들기 운동에 이론적 토대를 만드는데 일조하신 분입니다. 당시 YMCA경우도 지역에서도 여러차례 강사로 모셔서 마을만들기운동의 상상력을 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도 도시연대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8 주택공사 도시만들기 코디네이터과정 강의자료
2008. 6. 24.
북촌 가꾸기 7년 : 주민주도형 마을 만들기의 성과와 과제
정 석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1. 북촌 가꾸기의 시작
북촌(北村)은 서울의 대표적 한옥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사동을 비롯해 서울의 도심 일부지역에 한옥들이 군데군데 남아있긴 하나, 주거기능을 유지한 채 군락을 이루는 한옥들이 집단적으로 남아있는 곳은 북촌이 유일하기 때문에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한옥마을로서의 명맥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북촌의 한옥은 일부 대규모 양반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1930년대 전후에 집단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촌의 한옥은 한 채 한 채가 지니는 건축적 또는 문화재적 가치보다는 범상한 도시형 한옥들이 모여 이루는 골목과 마을경관이 더욱 가치 있고,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근대화 이전의 옛 주거형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 북촌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1960년대 이후 서울 도심부 여러 지역들이 재개발사업으로 크게 변모하는 와중에도 북촌지역은 한옥마을로서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강남개발과 도심부 학교 이전에 따라 원서동 옛 휘문고교 자리에 대규모 현대건설사옥이 드러서는 것을 계기로 북촌의 한옥과 전통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며, 이에 대한 조치로 서울시는 1977년 10월에 경복궁 주변지역을 고도지구(10미터 이하)로 지정하였고, 1983년 7월에는 북촌 전역을 4종 집단미관지구로 지정하는 등 한옥보전정책을 본격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일변도의 동결식 한옥보전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짐에 따라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엄격했던 건축기준이 조금씩 완화되었고, 결과적으로 한옥 철거후 다세대주택 건설이 크게 늘게 되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인근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 행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졌고, IMF의 영향과 맞물리면서 북촌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에 대한 주민조직 내부로부터의 새로운 인식과 각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옥보전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되었던 주민단체 대표들이 1999년 9월에 시장을 면담하고 북촌 가꾸기를 요구하는 것을 계기로 서울시는 새로운 북촌 가꾸기 정책 입안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하게 되어 연구원에서는 2000년 한 해 동안 주민대표, 전문가, 관련부서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다음과 같은 북촌 가꾸기 종합정책을 수립하여 서울시에 제안하였다.
첫째, 이전과 같은 행정 주도의 경직된 규제 대신에 주민의 자율의사를 존중하는 '한옥등록제'를 도입하여 북촌 한옥의 보전과 재생을 도모한다. 한옥등록제는 주민들이 한옥을 서울시에 등록하면 서울시가 개보수 비용 지원 등의 여러 가지 지원과 혜택을 주고,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둘째, 서울시가 직접 일부 한옥을 매입하여 개보수한 뒤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 소규모 박물관, 한옥 게스트하우스, 전통공방 등으로 활용한다.
셋째, 북촌을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기 위한 '북촌 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북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정비하고 활용하여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 관광자원으로 살리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와 같은 건의는 서울시에 의해 대부분 받아들여져 서울시는 2000년 10월 서울시장방침으로 이같은 북촌 가꾸기 정책을 확정하고 향후 4년간 총 845억원의 예산을 투여하여 북촌 가꾸기 사업을 추진할 것을 모든 북촌주민들에게 알리게 된다.
2. 북촌 가꾸기의 성과
2000년 한 해 동안 정책연구와 의견수렴을 통해 북촌 가꾸기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01년 상반기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1년 7월부터 한옥등록제의 시행을 계기로 북촌 가꾸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이제 7년째에 접어든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새롭게 시작된 북촌 가꾸기는 이제 뿌리를 어느 정도 내린 상태이고 시행초기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주민의 신뢰가 회복되었고 주민참여가 활발해졌다. 북촌 가꾸기가 시작되기 전 북촌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은 아주 심각한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 하반기에 서울시가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7채의 한옥을 시가 수준으로 매입하고, 한옥등록제 시행을 통해 개보수 비용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면서 주민들의 신뢰는 점차 회복되었다. 북촌 가꾸기 시행 이후 주민단체 및 시민단체의 참여와 활동이 활발해진 것도 주목할 일이다. 주민단체인 한사모와 시민단체인 도시연대가 함께 주최하는 북촌 문화의 날 행사를 비롯해 북촌문화학교, 청소년 문화행사 등이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매년 개최되고 있고, 북촌문화포럼을 비롯한 민간단체의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둘재, 한옥 멸실 추세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15년간 총 571동의 북촌 한옥이 철거되었다. 이처럼 매년 30-40동의 한옥이 멸실되던 추세는 북촌 가꾸기 시작 이후 크게 줄어 2001년에는 10동의 한옥이 철거되었고, 2001년에는 2동으로 줄었으며 2002년 이후에는 멸실되는 한옥이 거의 없을 만큼 상황이 변했다.
셋째, 한옥 등록 및 개보수 지원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1년 7월 최초로 한옥 등록제를 시작한 이후 2007년 10월말 현재까지 북촌 한옥 912동 가운데 총 402동의 한옥이 등록되어 43.5%의 등록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한옥의 외관 개보수를 위한 보조 360건, 내부 개보수를 위한 융자 235건 등 총 595건의 개보수를 위해 149억원의 보조 및 융자 지원이 결정되었고, 현재까지 293동의 한옥이 개보수를 완료하였다.
넷째, 한옥 매입 및 활용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34억원을 들여 7동의 한옥을 매입한 이후 2007년 10월까지 서울시는 한옥 23동과 비한옥 8동 등 총 31동을 135억원을 들여 매입하였고, 이 가운데 16채의 한옥이 한옥체험관(게스트하우스 5채), 전통공방(8채), 박물관(2채), 북촌문화센터 등으로 고쳐져 활용되고 있다.
다섯째, 환경정비사업이 단계적으로 시행중이다. 북촌에서도 한옥이 가장 온전하게 집중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가회동 31번지와 가회동 11번지의 골목길 정비사업이 2003년에 추진되어 골목길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던 전신주들이 땅속으로 묻혔으며, 콘크리트 도로포장도 황토색을 띈 전통소재의 포장재로 바뀌었다. 북촌길과 계동길의 가로정비사업도 2004년에 완료되었고, 화동길과 풍문여고길은 2004년말에 실시설계를 마친 뒤 정비사업이 진행되어 완료되었다. 환경정비사업에는 2007년말 현재까지 총 130억원이 소요되었다.
여섯째, 국내외 방문객이 증가하고 언론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촌 가꾸기 사업을 통해 북촌이 새롭게 변신하게 되자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이 북촌을 찾고 있다. 우리의 옛 주거형태와 문화에 대한 체험기회를 바라는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북촌을 찾고 있고, 한국 특유의 문화와 정취를 찾는 많은 외국인들이 북촌을 방문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도 북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주로 새롭게 고쳐진 한옥에서의 편리하고 정취 있는 삶에 대한 보도를 비롯해, 북촌이 우리문화의 알림터이자 체험장소로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을 주로 보도하고 있다. 영국의 BBC-TV와 일본의 NHK-TV도 뉴스와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북촌의 최근의 변화를 소개하였다.
3. 남은 과제들과 최근의 변화
시행초기 단계인 북촌 가꾸기 사업은 짧은 기간에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해결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특히, 북촌의 미래상에 대해 북촌주민들의 의견이 완전하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갈려 있음은 향후 북촌 가꾸기를 지속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옥을 등록하고, 한옥을 고친 뒤 한옥에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주민들은 한옥 주변에서의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및 한옥가치의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옥보존을 반대하는 이들은 북촌지역의 모든 규제를 해제하고 자유로운 개발을 허용할 것을 희망하고 있어 전혀 다른 요구가 상충하고 있고, 북촌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촌에서의 난개발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북촌지역은 대부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되어 있고, 가회로 서측은 고도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16m(4층) 이하의 높이제한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한옥이나 문화재 주변에는 4층 정도의 개발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 한옥 특유의 주거환경을 지켜주기 위한 좀 더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 시행중인 한옥등록제도와 행정체계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고, 대규모 부지의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보완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북촌 가꾸기가 갖는 한옥의 보전과 개보수 위주의 응급조치적 성격을 넘어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장기적 관점에서 북촌정책을 세우고 장단기 과제와 실천전략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또한 북촌지역에 머무르지 말고 북촌을 넘어서 서울의 사대문안 전체를 어떻게 지키고 가꾸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2006년에는 북촌 장기발전구상이 수립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이 마련되었고, 2007년에는 장기발전구상에서 제안했던 도시계획적 관리장치라 할 수 있는 1종일반주거지역으로의 종세분화 조치가 완료되었고, 현대사옥을 포함한 대규모부지의 역사문화미관지구 편입도 완료되었다.
또한 2008년에는 북촌 지구단위계획 수립작업이 시작되어 현재 진행중에 있으며. 2009년에는 법정계획인 지구단위계획에 근거한 북촌의 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1. 정석(2000), 마을단위 도시계획 실현 기본방향(2): 북촌 가꾸기 사례연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 서울시정개발연구원(2002), 북촌 가꾸기 기본계획, 서울특별시
3. 정석(2005), 북촌 가꾸기 중간평가 연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4. 서울시정개발연구원(2006), 북촌 장기발전구상, 서울특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