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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4, 대전시의회의 박병철 의원에 의해 마련된 대전학생인권조례안 발의가 두 번째로 연기되었으며 이에 앞서 열린 공청회는 보수 성향의 단체 30여곳이 꾸린 건강한 대전을 사랑하는 범시민연대자신만을 위한 권리, 다른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기주장과 행동, 교수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무너뜨리는 내용을 담은 조례는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강원도 역시 오랫동안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201010월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에 광주와 서울시, 전라북도 등 4개의 시·도만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편 2014514일에 대법원은, 교육부가 전라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조례의 효력이 유효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서울시의회도 고소했으나 2012년에 대법원에서 패소 판정을 받았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가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서울시와 전라북도 교육감에게 재의를 요청했고 서울시교육청이 각급 학교에게 학생인권조례 기준에 맞춰 학칙을 제개정하라고 지시한 것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고 있는데 불과하며 체벌금지나 복장두발 규제 제한에 대한 부분 등도 초중등교육법의 범위에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교육부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평가가 법적으로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면서도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시행하였는데 2012년에 학생과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두발 및 복장 규정을 단위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학칙 제개정 사항을 시도교육청에 안내하면서 학교규칙 운영매뉴얼을 배포하고 학생자치과신설, ‘학생모니터단 운영’, ‘학생자치법정 활성화를 제안하였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 보편적으로 드러난 논쟁은 대략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이항대립적 문제로 몰고 감으로써 학생인권의 신장이 교사 인권의 추락과 연결된다는 염려와 관련이 있다. 두 번째는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문제나 임신과 출산 이후 계속 등교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서울시나 전라북도 교육청을 고발하고 학칙 제·개정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단위 학교에 넘기면서 각종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은 학생인권의 주요 쟁점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학생들의 자치권을 확대시키기 보다는 학교장의 권한만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물론 학교에서의 청소년 인권 보장은 교육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우선이므로 법리적 논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청소년의 인권을 이념의 문제로 오도시킬 우려가 있으나 대법원의 판시가 말하고 있듯이 학생인권조례가 가진 상징성과 청소년과 같은 젊은이들의 인권이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청소년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와 학생을 특별권력관계로 상정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관계 상정에 따라 학교와 학생의 관계는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서 배제당하고 학생의 권리와 의무는 부령과 행정규칙을 통해 규정됨으로써 학교장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정혜영, 2009). 그러나 특별권력관계가 학생을 전인격적으로 지배하거나 모든 권리를 제한시킬 수 있는 전가의 보도는 될 수 없으며 기본권이 다른 사람의 기본이나 공공의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에 법률에 의거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적 관점이다.


  한편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또 다른 논리는 청소년 인권을 양육관점(nurturance orientation)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비롯된다. 즉 부권주의적(paternalistic)입장에서 미숙하고 능력과 힘이 부족한 청소년의 권리를 성인과 사회가 보호해 주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학교가 학생에 대한 보호 및 교육의 책임과 이를 위해 소속 구성원을 관리하고 행위를 통제할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서 자기결정관점(self-determination orientation),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에게 좋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으로써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와 상황에서 선택과 의사결정을 하고 자율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록 학생 신분과 상황에 따른 권리의 제한이 가해질 수 있으나 청소년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일반인과 같은 기본권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청소년의 권리는 법으로만 보호되는 것이 아니며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임신·출산 청소년의 학습권을 보호한다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나 교권을 실추시킬 것이라는 염려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서도 나타났듯이 학생인권조례는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일반적 사항을 담고 있으므로 오히려 학교에서 청소년 인권 보호 및 교육에 대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은 교사와 학생 간 관계에서 뿐 아니라 학생들 간의 관계에 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독립된 인격체로서 지역사회의 시민으로써 한 국가의 주권자로서 그 권리를 조례로 보호하는 일이 반대까지 할 일인지 궁금하다.


  적어도 건강한 대전을 바라는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하는 것처럼 청소년들 역시 인권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의 목소리가 외롭지 않도록, 학원과 교습소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처럼 YMCA가 청소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전달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적어도 강원도나 대전에서처럼 청소년들의 학교에서의 인권을 백안시 하는 일부의 분위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참고한 자료>

정혜영(2009), 학생의 기본권에 관한 연구-재학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 개별사안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37(3). 255~279.

최윤진(2005), 청소년 자기결정권에 관한 연구, 교육법학연구, 17(2). 189~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