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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28일 오후 557분경에 서울의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고장난 안전문을 고치다가 사망한 우리의 김군, 세월호에서 수학여행 중에 목숨을 빼앗긴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1997년생이다. 열 아홉이다. 우리가 흔히 꽃다운 나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나이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해 10월에 안전문 유지보수업체 은성피에스디(PSD)현장실습생으로 취직했다.


  김군의 월급은 144만여원이었고 담임교사의 충고대로 대학에 입학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월급을 쪼개 100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었다. 김군의 담임교사는 김군과 그 친구들에게 너희는 졸업을 해도 내 제자고, 나는 너희가 대학 가는 모습을 봐야겠다. 우리나라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대접받고 살 수 있다며 진학을 독려했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김군처럼 현장실습이 종료된 후 연계하여 현장실습처에서 채용되므로 현장실습은 교과활동의 일부이며 취업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졸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졸업장 없이는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사는 청소년들은 취업 이후에도 대학 입학의 희망을 완전히 접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떤 청소년들은 현장실습 중에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2011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한 현장실습생이 과로로 인한 뇌출혈을 일으켜 현재까지 뇌사상태에 있으며 201212월에는 한라건설 해상 크레인 작업선이 전복되어 사망한 12명 중 한 명이 현장실습생이었다. 20141월에는 CJ 제일제당 사내 괴롭힘과 폭행 때문에 현장실습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어떤 현장실습생은 같은 해 2월에 울산 현대자동차 하청업체(금영ETS)에서 야간작업 중 공장지붕 붕괴로 사망했다.


  현장실습을 하던 청소년이 죽음에 이르지 않더라도 현장실습을 나가는 청소년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왜냐하면 특성화고 청소년들의 현장실습 문제는, 그것이 노동이나 고용상태도 아니면서 교육이나 학생 신분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교와 일터의 경계에서 자기가 알아서배울건 배우면서 반드시 채용되어야 한다. 그들은 다시 돌아갈 곳도 없고 다시 채용되기도 어렵다고 느낀다.


  현장실습의 문제가 오래전부터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사건 이후 2012년에서야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및 중소기업청이 합동으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2012.4.17)”을 발표했고 이 대책에 따라 현장실습생도 미성년근로자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받고 취업과 연계되어 사실상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노동관계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인되었다. 특성화고 청소년의 현장실습은 대체로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지며 그 중에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취업 연계형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매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같은 해에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체결이 의무화되기도 했다.


  또한 경기도와 전라북도 교육청은 특성화고 현장실습 법률자문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경기도는 2015년에 경기도 고등학교 현장실습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현장실습생들의 노동과 교육의 안전성에 대해서 학교와 기업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문화하였다.


  한편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58월 기준으로 신규 채용된 청년(1529)중 비정규직 비중이 64%였고 이들의 평균임금은 1511000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20163월 기준). 그런데 20082013년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8명이며 이중 중대한 사고의 40%는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즉 취업하는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 중 64%는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중대한 산업재해를 당할 확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일까. 김군처럼 말이다.


  정말 김군을 고용했던 은성 PSD에서도 원청(서울메트로)에서 퇴직한후 정년을 보장받는 하청회사로 건너와서 나이가 많고 기술이 없는, 따라서 현장에 나갈 수 없는 전적자들(50대와 6036)이 많아서 현장의 험한 일은 비정규직으로 6개월 짜리 계약을 맺은, 김군과 같은 10대와 20(39) 청년들에게 돌아갔다.


  현재 은성PSD에는 김군처럼 6개월 짜리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의 10대 노동자가 십수명 남아있는데 은성PSD와 서울메트로간 계약이 해지되면 근로 계약도 자동 해지되나 그 이전에 치용후 병역 복무로 자리를 비워야 하는 군 미필자들의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군미필자인 이들은 자회사로 고용승계가 어렵다고 한다.


  왜 그는 하필이면 군인가. 왜 그는 곧 2학기가 되면 현장실습으로 어수선해질 특성화고 3학년 교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군인가 말이다. 취업률이나 비용절감 때문에 투표권도 없는 젊은이들을 데려다가 죽을 때 까지혹은 죽을 수도 있는일을 시키는 그 곳은 일터인가 혹은 전쟁터인가. 현장실습 중에, 혹은 김군 처럼 현장실습을 막 벗어난 후에, 아니, 일터에서 죽어간 모든 10대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밀림 같은 사회로 10대들을 밀어 넣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김군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참고한 자료>

MBN 뉴스(2016.06.07),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직접 정비…"김군 고용승계 대상이었다"

매일노동뉴스(2016.06.07), [연속기고-특성화고 현장실습, 이건 교육이 아니다 ⑤] ‘올바른 직업교육’ 관점에서 본 특성화고 현장실습의문제.

매일노동뉴스. [연속기고-특성화고 현장실습, 이건 교육이 아니다 ④] 현장실습생의 잃어버린 꿈. 2016.05.31

매일노동뉴스. [연속기고-특성화고 현장실습, 이건 교육이 아니다 ③] 현장실습과 교사의 역할. 2016.05.24

매일노동뉴스. [연속기고-특성화고 현장실습, 이건 교육이 아니다 ②] 일터 괴롭힘과 현장실습생. 2016.05.17

매일노동뉴스(2016.05.10), [연속기고-특성화고 현장실습, 이건 교육이 아니다 ①] 취업률 경쟁에 내몰린 학교, 비극에 휩싸인 학생들.

매일노동뉴스(2016.01.21.), [특성화고 비극·上] '취업률 노예' 특성화고 실습생…노동실태는 ‘쉬쉬’ 특성화 고등학교 취업률 올리기 급급…기업 협약 깨질까 성폭행, 폭력 행위 은폐 의혹 취업률에 얽매여 기업-학교 ‘갑을관계’ 형성…현실은 공장 ‘땜빵용’.

매일노동뉴스(2016.01.27), [특성화고 비극·下] 실습생 성폭행 은폐…현장점검 ‘나몰라라’ 현장 관리 매뉴얼 ‘유명무실’…감사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부적정’ 교육부, NCS기반 2022년까지 특성화·마이스터고 인원 30%까지 늘릴 것.

환경일보(2015.10.13), 윤태길 의원, 특성화고 학생 현장실습 지원 조례 제정 - 범위 넓혀 고등학교 현장실습으로 조례제명 변경해 접수

경향신문(2013.08.23),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특성화고 현장실습 법률자문단’ 출범.

뉴스1(2015.06.16), 전북교육청 "특성화고 현장실습 법률 지원"…자문위원 7명 위촉

최수정·허영준(2012),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이슈페이퍼2012-9, 한국직업능력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