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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희망을 보다

 

구미청소년YMCA연합회 김보윤

 

 

그날 부모님들의 얼굴은 하늘과 닮아 있었습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잿빛 하늘이었습니다.”

 

 

세월호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얼굴을 그날 광화문에서 보았습니다.

 

유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면서 까지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며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저는 세월호에 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았는데 잊지 않겠다.’는 추모의 댓글과 함께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비난의 글들, 그리고 광화문 천막을 철거하라는 둥의 여러 의견들이 난무하였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단식농성 중인데, 함께 광화문으로 가보자며 권유를 해보았는데 반응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세월호?”, “안 끝났어?”, “정부랑 합의 한 거 아니야?” 라는 무관심한 반응만 되돌아오다 오히려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제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에서 유가족 분들을 만나기전, 왜 이 분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시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듣고 보니 저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 특별법, 조사기간연장... 어렴풋이 들은 기억은 있으나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저분들이 아파하는 진짜 이유를 정확히 알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하였을 때, 유가족 분들은 천막속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어떻게 싸워왔는지, 왜 단식을 통해 사생결단을 하고자 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얘기하고 또 알리고 계셨습니다. 시민들과의 대화가 끝나고 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저는 선뜻 질문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에 대해 그동안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여기에 서서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자칫 유가족 분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한 어머니께서 왜 우리가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와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시던 중 "엄마니까! 부모니까! 이렇게 까지 한다."라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한편, “거리를 지나다가 노란리본과 같이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표식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나 차량을 보면 많은 힘을 얻게 된다.”, 시민들의 관심으로 인해 용기를 가지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청소년Y회원들은 광화문 네거리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라는 피케팅도 했습니다. 장소가 횡단보도여서 그런지, 이미 오랫동안 그 광경을 보고 지나가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처음 해보는 피켓팅이라 주뼛거렸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함께여서 용기 내어 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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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정부 때문에 유가족들과 뜻있는 시민들이 함께 이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동조단식이 끝나갈 때 쯤 우리는 유가족들 분들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전해드리는데 유가족 분들이 한 사람 한 사람 고맙다고 말씀 하시는 걸 듣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위로하지도 도와드리지도 못해 슬프기도 하고, 거대한 권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며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희가 그분들께 할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었습니다.

 

광화문에서 다시 구미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대통령은 본인과 측근의 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고, 대기업은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잘 보이려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갖다 주었다는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우리가 서 있던 그 광화문은 매 주말마다 촛불로 채워지고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구조의 책임이 다시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국민들에게 했던 사과와 약속들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구조가 필요했던 7시간동안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밝힐 수도 없는 대통령을 보면서, 이유 없이 죽어간 아이들이 아닌 최순실의 아이 그 단 한명을 위해 학교와 기업과 공무원이 일했다는 사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때 세월호 참사는 배 한척의 침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침몰이었던 이유가 지금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때 대통령이 관저가 아닌 집무실로 출근해서 시시각각 상황을 챙겼더라면, 그때 해경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구조했더라면, 그때 언론이 지금처럼 진실을 밝히려 노력했다면, 그때 검찰이 지금처럼 대통령이라도 죄를 지었으면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더라면... 어쩌면... 304명의 억울한 죽음도, 농민을 향한 물대포도, 입시비리도, 기업에 대한 특혜도 쉽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청소년, 그것도 학생... 우리의 외침에 과연 누가 응답해줄까?’ 아무리 주장해도 우리는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리게만 보거나, 공부나 하라거나, 잘 모르면서 나서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이런 거짓된 정부와 당당하게 싸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도록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정부에서도 의견이 무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의 제도화를 위해 반드시 우리 청소년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져야 합니다.

 

학교 수업시간에서 기회가 되어 저희 반 친구들에게 광화문가서 세월호 동조단식을 하고 온 얘기를 짧게나마 들려주었는데 친구들도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모습에 희망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유가족 분들도 저희들의 작은 마음이지만 힘을 얻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청소년으로서 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당연하고 선한 행동들을 꾸준히 해 나갈 것입니다.

 

글쓴이 소개

눈이 내려도 동백나무는 꽃을 피웁니다.

이처럼 아무리 많은 시련이 와도

청소년들이 희망을 피우는 사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김보윤 (구미청소년YMCA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