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운동의 문화원형 ‘한’에 관하여1)



생명과 평화운동의 문화원형, ‘한!’


이 경우 문화원형이라고 부르는 ‘한’은 매우 포괄적 개념이어서 그 안에는 ‘아키타입’ 즉 원형(原型), ‘패러다임’ 즉 기준(基準), ‘디스코오스’ 즉 담론(談論)의 세 가지 축(三軸)과 함께 그 문화원형의 정규 학술문화운동으로서의 ‘생명과 평화의 길’과 그 문화원형의 비정규 수련실천운동으로서의 ‘궁궁태극 공부모임’의 두 가지 축(二軸), 그리고 세 번째 그 삼축과 이축 사이의 이중적 교호결합에 의한 하나의 차원변화로서의 새로운 문명론, 오래고 새로운 문화원형인 ‘한’을 ‘한’ 개인 개인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인식결과와 삶의 조건 안에서 제 나름나름으로 다양하게 실천하는 ‘한-살림’(혹은 한살림)이 다 포함된다.


1. 삼축(三軸)


동학정역계 사상사에 토대를 두는 좁은 의미의 원형, 기준, 담론을 간략간략하게 설명한다.


① 원형 : 태극 또는 궁궁(太極 又形 弓弓 ․ 정확히는 ‘吾有靈符 其形 太極 又形 弓弓’이다)


동학 최수운 선생에게 내린 신의 계시 속에서 ‘질병과 혼돈에 빠진 우중 중생을 모두 구원할 원형이 내게 있으니 그 모양이 태극이고, 또한 그 모양이 궁궁이다’라고 한 바로 그 ‘태극 또는 궁궁’은 도대체 무엇인가? 신비한 직관과 수련에 의한 이해와는 별도로 이성적이고 학술적 역사적이면서 문화적인 방향에서 우선 이해해 보기로 한다. 태극은 우선 주역(周易)의 상징이다. 주역은 지나간 선천(先天)시대의 질서정연한 우주론, 우주변화의 체계론이다. 태극은 음양 두 기운(二氣)의 균형과 네 형상(四象)의 춘하추동 시간과 동서남북 공간, 그리고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덕(四德)의 변화와 조화의 원리이자 우주 사위체(四位體) 및 그 중도(中道)의 표현이다. 농본주의적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 위에 세워진 남성, 군자, 제후, 천자, 중국, 하늘 중심의 장자세습제, 봉건제 및 율려(律呂)적인 세계질서의 상징이 바로 태극이다.

여기에 대비해서 궁궁(弓弓)은 후천(後天)시대의 혼돈한 생명생성의 변칙적 비결류인 정감록(鄭鑑錄)의 처방으로서 전쟁, 반란, 기상이변 등 기이한 역동과 세계해체과정의 상징이자 동시에 고대 ․ 상고대의 천지인(天地人) 삼극의 불균형 ․ 무질서한 변화의 원형이다. 19세기 서세동점(西勢東漸)과 동양문명 대붕괴 과정에서 갈 바 모르는 민중의 불안한 삶을 지켜주는 신비한 힘, 풍수지리의 기이한 숨은 땅, 예컨대 계룡산 등 십승지(十勝地)의 형상이다. 역학(易學)측에서 보면 1879년에서 1885년 사이에 공표된 충청도 연산(連山) 김일부(金一夫)의 정역(正易) 가운데 있는 주역 ‘율려’의 전복개념(轉覆槪念)인 ‘여율(呂律)’의 상징일 수도 있으니 대전환과 도시공업 문명기의 지동설(地動說) 등에 연계된 여성, 소인, 백성, 천민, 중국인에 의해 중국 이외의 민족에게 붙여진 이름인 오랑캐, 땅 중심의 자유, 민주, 개혁, 혁명과 여율적 대해체시대의 우주상징이다. 이같이 선천주역과 후천정역, 선천시대의 질서 및 균형의 상징과 후천시대의 혼돈 및 역동의 표상을 이중적으로 교호결합하고


1) 김지하, 출처 : 2004년 11월 12일-14일, 세계생명평화포럼

센터 출판물 "YMCA 생명평화운동 구상'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