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민 할머니의 '값진 300만원' 기부>
[연합뉴스] 2009년 01월 31일(토) 오전 09:14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의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살다 숨진 한 할머니가 남은 재산 3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1일 부산 사상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사상구 모라3동주민센터에 고(故) 서옥순(73) 할머니의 장남인 손모(49) 씨가 찾아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써달라며 현금 300만원을 기탁했다.

손 씨는 돈이 든 봉투를 내밀면서 "지난 7월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소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 내가 죽거든 재산을 모두 사회에 돌려줘라'고 말씀해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4년부터 아들과 함께 모라동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해 살던 고인은 2007년 7월께 뇌출혈로 쓰러졌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임대아파트 전세보증금이 전부였던 고인은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서 씨의 딱한 사정을 안 사상구는 공동모금회 복권기금사업과 연계해 어렵사리 300만원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서 씨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지만,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을 이어가다 지난해 7월 숨졌다.

아들 손 씨는 장례를 치른 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전 재산인 300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손 씨는 "일반인에게 300만원은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어머니가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지도록 사회에 환원하기를 원했다"라며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고인이 아들을 통해 기탁한 300만원은 300억원 보다 값진 것"이라며 "서 씨의 선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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