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평화, 평화적 혁명!”

-비노바 바베의 평화사상-

이진권 목사(새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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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

한 시대는 다른 시대와 구별되는 중심적 과제를 제기한다. 그런 면에서 평화야말로 새삼스럽게 21세기 초반부에 전 인류에게 주어진 핵심적 화두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20세기 말의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류는 동서냉전체제의 위험한 힘의 균형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시대의 도래를 꿈꾸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류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기대는 21세기가 시작되자마자 처참하게 짓밟혔다. 알카에다 조직에 의한 9.11 테러사건과 이를 빌미로 초강대국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침략 전쟁은, 인류를 또다시 두려움과 증오, 폭력과 전쟁의 악순환 속으로 빠트리고 말았다.

우리 삶의 보다 구체적인 현장인 한반도의 상황 또한 더욱 복잡,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냉전체제의 비극적 결과였던 분단과 전쟁의 아픈 상흔을 극복하고자 하는 통일과 평화를 향한 힘찬 도약이 전개되는가 하면, 분단체제의 현상유지를 바라며, 자국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를 한반도에 관철시키고자 원하는 주변 국가들(미, 일, 중, 소)의 각축전은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와 이에 맞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의 가동 등으로 나타나며,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도 함께 벌어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어느 정도의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한국사회는 그동안 억압적 사회체제 아래서 잠재된 채로 짓눌려 있었던, 여러 종류의 난제들과 갈등요인들이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진통들이 사회적 혼돈과 정체의 부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창조적 비약을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활용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우리 사회와 민족의 미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평화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수행, 그리고 광범위한 실천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미 평화학에서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가장 치명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으로서 전쟁에 대한 대항개념으로서 ‘전쟁 없는 상태로서의 평화’를 넘어서서, 전쟁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제기하는 빈곤,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 등의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는 적극적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주의 무한경쟁체제 아래서 물질적 탐욕과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내면의 평화와 조화로움’에 대한 관심도 더욱 깊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부단운동’(토지헌납운동)으로 대표되는, “사랑과 설득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혁명뿐만 아니라 도덕적 혁명까지 수행했던” 비노바 바베의 평화사상과 실천을 살펴보는 작업은 당면한 평화운동의 사상적 토대를 보다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비폭력적 사회질서를 형성해 가는데, 그리고 우리들 자신이 평화스럽게 살아가는 데에도 풍성한 통찰들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비노바 바베의 평화사상의 형성과정

비노바 바베의 평화사상과 운동의 핵심적 특징은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과 사회구조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되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살았고 활동했던 인도라는 땅과 그 당대의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형성되었다

인도는 유구한 영적, 정신적 역사와 전통을 보유하고 있는 땅이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 해방을 모색하는 다양한 영적 실험들과 사상적 모색들이 이루어 졌으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인류의 거의 모든 종교들이 발생하고 교류되었던, 인류의 영적, 종교적 자궁과도 같은 곳이다.

비노바 바베의 집안은 독실한 힌두교 신앙생활을 하는 가족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몇 시간 동안 ‘푸자’라는 예배를 드리며, 규칙적으로 서약을 하고 단식을 하는 할아버지와,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신에게 찬양과 참회의 기도를 드리며, 가난한 이들에게 신의 자비로움으로 베풀었으며, 금욕적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