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대신 가족과 함께 죽는 것을 선택했다"
[인터뷰]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고발하는 팔레스타인 블로거
아민 조지 포지 (news)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지 13일째, 많은 언론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소식은 많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팔레스타인 블로거 하이탐 사바흐를 인터뷰한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날> 시민기자의 기사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민감한 국제문제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균형잡힌 시각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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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0일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 접경 부근 부대 집결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탱크위에 서 있다.
ⓒ AP=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곳에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가자지구에 사는 것은 더욱 그렇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 그곳 말이다.


현재 진행 중인 가자 사태가 아무리 험해 보인다 할지라도, 전세계에 이미 익숙해진 시나리오를 반영한 것이다. 자신을 '뿌리 뽑힌 팔레스타인 블로거'라고 소개하는 하이탐 사바흐(Haitham Sabbah)는 블로그를 통해 이번 사태 내내 주류 언론과는 다른 정보를 제공해 왔다.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평범한 사람이 전쟁 중인 가자 지구에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들려줬다. 그는 이번 사태가 주류 언론에서 대부분 충분하지 못하게 보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블로깅에 몰두하는 이유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휴전을 지지하지만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다(인터뷰 내용은 온전히 인터뷰이의 견해이며 기자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팔레스타인에 가지 못한 나, 뿌리뽑힌 올리브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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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탐 사바흐의 블로그
ⓒ 하이탐 사바흐
블로그

- 스스로를 '뿌리뽑힌 팔레스타인 블로거'라고 밝히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지만 쿠웨이트에서 태어났다. 3백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유랑 중인 것처럼, 1967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내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고 유랑을 강요했다. 태어난 후 지금까지, 빼앗긴 고향인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기회는 나에게 단 두 번 있었다. 이스라엘이 내게 허용한 마지막 기회는 1986년이었다.

 

올 4월, 마흔이 되는 나는 자녀가 셋이다. 내 간절한 소망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빼앗긴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제 열 살인 내 큰아들이 팔레스타인을 본 것이라고는 텔레비전과 책을 통해서라니 말이 되나.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내가 꼭 거룩한 도시 팔레스타인에서 뿌리 뽑힌 올리브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올리브 나무를 등에 지고 전 세계 수많은 나라를 전전했다. 예컨대, 고등학교를 마치고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머나 먼 인도까지 가야만 했다. 내가 팔레스타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내 나라에 살고 있었더라면, 최소한 내가 어디서 공부할지 선택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대학에서 전기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에도 비슷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몇 년씩 떠돌며 체류가 허가되는 만큼 일했다. 지난 5년간은 바레인에 살면서 일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살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이 내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다."

 

- 얼마나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에 대해 블로깅을 하고 있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후 블로그 거품이 꺼지기 전부터 블로깅을 해오고 있다. 특히 9/11 이후, 미국의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이 미디어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게 되었고 나의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블로깅을 하는 목적은 동서양의 간극을 메우고, 서양인들에게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의 진짜 역사를 알리며, 때때로 언론에까지 퍼져있는 거짓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기존의 보도와는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대국이나 시온주의자인 이스라엘을 비판할 때는 더욱 그렇다. 때때로 내 블로그를 해킹하려는 시도도 있다. 물론 내가 블로그에 써놓은 정보를 왜곡하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흥미롭다. 사실 지금 대부분의 내 친구는 미국인이거나 이스라엘인(물론 유대인)이다. 블로깅을 한 지난 9년 동안 내 블로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가자지구 보도에 객관적인 주류언론 없다"

 

- 블로거의 관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가자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주류 언론이 보도에 있어 객관적인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보도함에 있어 주류언론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첫날 CNN 보도는 이스라엘 편에서 그 원인과 하마스가 가자에서 발사한 포탄에 초점을 맞췄다. 가자 지구에서 3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었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민간인이었다는 점은 외면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스라엘은 주류언론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들이 그곳에 들어가게 되면 전 세계가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 범죄를 보게 될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양면을 모두 보도하는 '알 자지라'만 남았고, 전 세계는 선택의 여지 없이 이스라엘의 '하즈바라'('설명'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외부 세계에 대한 이스라엘의 여론 선전을 의미 – 역자 주)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가자지구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6개월의 휴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 수십 명을 죽였고 수백 명을 다치게 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아이들이었다.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점령해놓고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스라엘은 점령군이며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침략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왜 사람들이 망각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철수한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째서 땅과 바다 그리고 국경 모두를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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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한 후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쓰러진 시신을 붙잡고 울부짖고 있다.
ⓒ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는 화면 외에 가자 지구에 사는 일반 시민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절망이나 패배 혹은 체념 같은 정서가 감지되나?

"사실 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서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부분은 당신이 이미 본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내가 올려놓은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직접 확인해보라. 가자에서 일어난 잔학 행위나 전쟁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신이 보는 텔레비전에서 이스라엘이 열화우라늄탄과 인을 함유한 폭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하던가? 아이·여성·노인 등 100여명이 모여 있는 집을 고의적으로 폭격해 6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장면을 보여주던가? 3곳 이상의 UN 학교에서 아이와 여성을 포함해 50명 이상이 죽은 민간인 학살을 보여주던가? 가자 지구 병원들에 끝없이 넘쳐나는 부상자들을 보여주던가? 마취도 없이 수술받는 사람들을 보여주던가? 한 수술실에서 두 명이 수술받는 장면을 보여주던가? 이슬람 사원과 대학 그리고 의료시설을 폭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던가? 가자지구의 굶주린 사람들을 보여주던가?

 

다른 한편으로는, 이집트와 맞댄 라파 국경 앞에서 가자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이집트 정부의 허락을 기다리며 줄 서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여주던가?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충격일 수도 있겠지만, 가자 주민들은 탈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밖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과 사랑하는 이를 찾아 돌아오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피해 도망가는 것 대신 가족과 함께 죽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가자 주민들은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사실 팔레스타인의 모든 사람들은 하마스를 선출한 날 이미 그랬다. 그들은 모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다.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울고 있지만, 죽음조차도 자유를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막지 못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죽었고 일부는 살아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운명 선택한 팔레스타인인들, 자유 위해 목숨 바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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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시티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당한 한 팔레스타인 소녀를 안고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의료진
ⓒ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 당신이 이야기를 나눠본 일반 시민들은 이번 전쟁이 불필요한 것이라고 느끼나 아니면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사태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저항할 권리를 믿는 것처럼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다가오는 선거를 위해 누군가의 피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로울 것도 없다. 이스라엘은 전에도 그랬고 아마 또 그럴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선거철 아닌가. 가자 사태 첫날부터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크네셋(이스라엘 의회)에서 몇 석을 차지할지 세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유를 위한 그리고 자신의 땅으로의 귀환을 위한 싸움과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든, (하마스의) 포탄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좀 감소시킬 수는 있겠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은 항상 계속될 것이다."

 

- 만약 당신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모두에게 강력한 의견을 전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고 하고 싶나?

"유혈사태를 멈추고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2국가 해결책'(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의미– 역자 주)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2국가 해결책'은 언제나 꿈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엇에 동의하건 간에, 만약 팔레스타인이 모두를 위한 국가가 아니라면 유혈사태는 멈출 수 없다. 우리에게는 정의가 필요하다."

 

- 휴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떻게 해야 양측이 장기간의 휴전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양측 모두가 유엔 평화유지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모든 통행 차단문을 열며, 민족격리장벽을 헐고, 도로의 모든 바리케이드를 치워야만 가능하다. 가자 지구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가자는 빼앗긴 팔레스타인의 일부일 뿐이다. 웨스트뱅크 지역이 조용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끓고 있는 상태라 언제 터질지 모른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뿐 아니라 분쟁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 의지를 보일 때에만 장기적인 휴전에 도달할 수 있다."

 

- 전세계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나?

"위대한 인물인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팔레스타인과 모든 곳에서 보여진 연대를 기억하라. … 또한, 어려움과 가혹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헌신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음도 기억하라. 왜냐고? 평등과 인권을 위한 이유이자 숭고한 이상이며 순결한 추구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시인인 사미흐 알 까심의 말도 인용한다. '사랑시만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사랑을 느끼고 원하고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면 당신은 사랑시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의 삶을, 당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한다.'

[*번역-조명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민 조지 포지(Amin George Forji) 기자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날판에 기고한 것으로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