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몰아내야 예수님 오신다?
[주장] 한국 기독교인, 신약의 관점으로 이스라엘 바라봐야
백찬홍 (zsk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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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한 27일(현지 시각),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쓰러진 시신을 붙잡고 울부짖고 있다.
ⓒ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중무장한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팔레스타인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비난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정부의 노골적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묵인하는 있는 사이 미국의 기독교우파 세력을 대표하는 팻 로버트슨 목사도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침공에 대한 세계 각국의 비난이 있겠지만 신은 자신의 백성(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로버트슨 목사의 이 같은 주장은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신봉하는 근본주의자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로버트슨 같은 근본주의자들은 이른바 세대주의적 천년왕국론(이하 세대주의)을 따르고 있다. 세대주의는 혼란과 타락,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성서만이 정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으며 성서 말씀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세대주의자들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의 왕국은 완전히 초자연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의해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신약시대는 이방인의 교회(가톨릭)가 은총을 누리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정치·경제·종교적으로 회복되면 40년 내지 50년 후에 예수 그리스도의 공중재림과 7년 대환란, 천년왕국의 시대가 온다고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몰아내야 예수 재림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세대주의적 종말론은 미국의 침례파·성결파, 조용기 목사의 순복음교회로 널리 알려진 오순절파 교회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현재 기독교 근본주의의 주요신학으로 자리 잡았다. 팻 로버트슨, 제임스 돕슨 그리고 2007년 사망한 제리 폴웰 같은 기독교 우파 지도자 대부분이 세대주의 종말론을 신봉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세대주의 신봉자들은 전통적으로 UN이나 기타기구들은 적그리스도 세력으로 사탄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EU)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머리가 여섯 달린 용으로, UN은 적그리스도인 무서운 '짐승'으로 간주하고 있다. 1995년 발칸지역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미국 텍사스 출신의 마이클 뉴는 UN의 베레모 착용을 거부한 이유로 처벌을 받았지만 자신의 고향에서는 영웅이 되기도 했다. 그의 부친은 뉴를 대신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UN이 예수에 대항하는 세계정부를 조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이클 뉴와 같은 근본주의자들은 UN이나 EU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팔레스타인에 집결해 아마겟돈이라는 인류최후의 전쟁을 벌이는데 이때 계시록의 예언대로 대부분의 유대인은 사망하고 14만4000명만이 남아 기독교로 개종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아마겟돈 전쟁이 끝나면 예수가 재림해 예루살렘에 있는 회교도 성지 알-아크사 사원위에 로마제국이 파괴한 솔로몬 성전이 다시 세워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대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역할이 커질수록 성서의 예언이 실현된다고 보기 때문에 1967년 7일 전쟁 때 이스라엘군이 승리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하자 계시록의 예언이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열광하기도 했다.

 

1998년 미국 텍사스주의 유명목사인 존 하기 목사는 구소련 출신 유대인들이 서안지구에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이것이 미국의 클린턴 정부의 중동정책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자 자신은 성서학자이자 이론가로서 하느님의 법은 미국법이나 국무부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기는 2006년에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독교단체를 만들고 공공연하게 "팔레스타인은 명백히 유대인의 땅"이라면서 유대인들이 완전히 팔레스타인을 장악해야 예수의 재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기와 같은 인물들은 알-아크사 사원에 새로운 성전을 세우려는 이스라엘 내 극우집단과 동맹을 맺고 있는데 제리 폴웰의 경우는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이스라엘 극우 정당인 리쿠트당과 연합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1981년 리쿠트당 출신의 이스라엘 수상 매나헴 베긴은 이라크의 핵시설을 파괴한 후 제리 폴웰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폭탄을 투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독교인들에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 제리 폴웰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극우 유대지도자를 기념하는 자보틴스키상을 받았고 팻 로버트슨도 비슷한 일로 2002년 미국 시온주의 단체(ZOA, Zion of Assiciation)가 주는 우호의 메달을 받았다. 

 

이들 기독교 우파의 지원을 받은 남부 출신정치인들도 입장이 비슷하다. 2002년 5월 MSNBC방송에 출연한 공화당의 유력정치인 딕 아미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살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군대를 동원해 인종청소하려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그 곳을 떠나야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예"라고 대답하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 이스라엘 역사와 영웅들을 삶의 본보기로 받아들여

 

한국의 대부분 기독교인들도 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는 세대주의  천년운동을 신봉하는 근본주의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구원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 이를 잘 대변하는 것이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다.

 

대부흥운동과 1909년 100만인 구령운동의 중심지인 평양은 당시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불렸고 오늘날도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전설처럼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구한말 조선이 당하는 고난을 이스라엘의 역사적 경험과 동일시한 것인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근대 격변기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한국 기독교인들의 일체감은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도 근본주의적 성서교육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역사적 해석이나 합리적 사고 없이 성서를 얼마나 많이 읽느냐로 신앙심을 판별하기 때문에 교인들은 일생동안 성서를 거의 외우다시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스라엘 역사를 대한민국 역사보다 더 많이 알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주일학교 때부터 이스라엘인들 이상으로 모세·다윗·여호수아 등 다른 민족을 철저히 짓밟은 구약성서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자라면서 삶의 모범으로 삼고 신앙심 좋은 부모들은 자식의 이름에 붙여주기도 한다.

 

기독교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편향된 의식은 자연스럽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구약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거룩한 백성의 땅을 빼앗은 족속으로 간주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함께 읽는  성서 시리즈'의 저자인 천안살림교회 최형묵 목사는"한국교회의 이스라엘 중심의 성서해석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슬람 세계를 적대시하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목회자들은 교인들에게 성서를 다른 종교를 배려하고 평화의 관점에서 읽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밝지 않다.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이스라엘의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리쿠트나 샤스당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미국의 오바마 당선자도 기대만큼 역할을 해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을 멸망시켰던 구약성서의 관점이 아니라 평화를 강조한 신약성서의 주인공인 예수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백찬홍 기자는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 연대 운영위원, 제3시대 그리스도 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유영모, 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재단법인 씨알 운영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