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와 하나님의 나라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 조직신학)

들어가는 말

맬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예수가 왜 죽었는가 하는 ‘신학적’ 질문보다 예수가 어떻게 죽었는가 하는 ‘사실묘사’에 편중되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기독교 신앙에서 - 의도했든 안 했든 - 역사적 사실의 중요성을 제기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맬 깁슨이 심혈을 기울여 복구했다는 역사적 사실 가운데 사실과 확실히 다른 하나가 있었다. 다름 아닌 주인공 예수의 얼굴이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그윽하면서도 압도적인 눈빛을 가진” 제임스 캐비즐을 캐스팅되었지만, 그는 이번에도 ‘잘 생긴 백인 미남’이다.

세계적 명성과 1백 20만 부의 부수를 자랑하는 미국의 과학전문지「파퓰러 미케닉스」(Popular Mechanics) 2002년 12월호는 커버스토리로 ‘예수의 얼굴’을 실었다. 종교와 과학의 만남으로 시도된 이 작품은, 영국과 이스라엘에서 법인류학, 고고학, 컴퓨터 최첨단 기술을 전공하는 학자들을 동원하여 서기 1세기경 갈릴리 지역에 살았던, 전형적인 30대 유대인 남성의 얼굴을 복원하였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도 충격적이다. 그을린 갈색 피부에 매부리 코, 짧게 깍은 곱슬머리... 약 1백 52cm의 키에 50kg의 몸무게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 예수의 얼굴은 아예 흑인의 얼굴에 가까웠다. 지난 2천년 동안 수많은 기독교 예술가들이 그림과 조각 등으로 표현한 예수의 얼굴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물론 이번에 과학자들이 복구한 얼굴이 실제 역사적 예수의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대부분의 기독교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수의 얼굴은 사실 서양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시대적 기대감, 나아가 인종적 편견이 개입된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적 예수’의 문제가 일반대중의 관심사로까지 확대된 또 하나의 계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