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본법에 명시된 청소년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이다. 따라서 이 연령에 해당하는 사람은 학교 소속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 대한민국의 청소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청소년이면 당연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학교를 중단하고 있으며, 학교 밖 청소년도 39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연 이들을 위하여 우리는 어떤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정부에서는 2014년 5월 「학교 밖 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5년 5월 동 법률이 시행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을 포괄하여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왜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까? 어떤 이유들이 청소년들을 학교 포기라는 결단을 내리게 했을까?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2015년 7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 ‘2015 학교 밖 청소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남자가 65.4%, 여자 34.6%이었다. 연령은 만16세~18세는 67.5%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만13~15세는 17.5%, 19세 이상은 12.4%, 만9세~12세 2.4%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고등학교시기에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들이 많으며,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학교를 그만 둘 당시의 성적은 대체적으로 하(63.7%)라고 하였으며, 중단학교 지역규모는 88.9%가 중소도시 이상 지역규모에 소재하는 학교였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1) 고등학교 진학 후 학교부적응, 2) 제도권 학교에 대한 불만, 3) 나만의 진로 추구, 4) 비행 또는 비행 후 복교 실패, 5) 질병 또는 복합적인 이유 등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그만 둔 후에 경험하는 어려움은 사람들의 선입견, 편견, 무시(42.9%)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내 적성에 맞는 진로 찾기의 어려움(28.8%), 부모와의 갈등(26.3%)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퇴생 3년차인 이예빈양은 “제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퇴생’이라고 소개를 하면 그때부터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어요. 물론 긍정적인 눈빛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눈빛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더불어 초면에 저에게 ‘왜 자퇴를 하셨어요?’라고 물어보시는 게 제일 불편했어요. 그 답변을 하다 보니 저에겐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자퇴하기까지 과정이 다시 생각났고 그걸 계속 말하는 제 스스로 지치게 되더라고요.” 이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학교 부적응자, 문제아, 실패자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 둔 이유를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본다. 우리의 왜곡된 시선이 청소년들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거나 희망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 둔 이후에도 검정고시 준비(65.7%), 진로상담(53.1%), 대학학교 다님(37.4%), 대학입시 공부(14.3%)등과 같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노력들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과 수요를 고려하여 상담, 학업, 진로,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자립지원 등 학교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학교 밖 청소년 대학 입시 설명회(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입시 및 진학에 대한 관심으로 온라인 사전 신청자와 현장 접수자를 포함해 500여명이 참석하였다.
여성가족부와 꿈드림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세터)는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하반기로 나누어서 ‘2018학년 맞춤형 대학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4월 중순부터 지난 11일까지 청주, 광주, 부산, 서울에서 상반기 설명회가 실시되었으며 8월말경 서울, 대전, 대구, 전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학교밖에 있지만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되었다. 한겨레신문의 기사내용을 인용 및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저는 검정고시 출신인데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생부 기록이 없기 때문에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학별 입시요강 ‘지원 자격’에 ‘검정고시 출신자’라고 기재되어 있다면 검정고시를 치른 학생들도 지원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대학 내신 산출 방법 및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곡고등학교 문희태 교사는 “명지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를 비롯해 경북대 등 지방 국립대 요강을 살펴보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좋은 전형들이 있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학생부위주(교과)전형은 수시에서 1단계 학생부 교과 성적 100%, 2단계 학생부 교과 80%와 면접 20%로 선발한다. 명지대는 학생부교과면접전형을 통해 1단계 학생부 교과 100%, 2단계 학생부 교과 70%와 면접 30%로 선발한다. 이 학교들의 전형 요소 가운데 ‘학생부 교과’라는 항목은 검정고시 점수로 변환이 가능하다. 또한 서원대 일반학생전형·면접전형, 세명대 일반전형, 극동대 기회균형선발 및 특수교육대상자전형을 비롯해 대전대 교과우수자전형, 우송대 일반·독자적기준 전형, 호남대 일반학생·전공우수자 전형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저는 정시 수능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학교밖 청소년이 정시 수능전형을 선택했다면 검정고시 성적을 높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수능에 집중하여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내신 성적이 약한 재학생들이 수능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는 방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을지대 보건과학대학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한 최하은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학종이나 기타 전형은 좁은문이었기 때문에 보건 분야 적성을 파악한 뒤에는 정시에만 신경 썼다”고 하였다. 그는 임상병리사로 진로를 정한 후 정시모집 전형을 살펴보았다. “을지대 임상병리학과는 ‘수학’과 ‘영어’를 필수로 반영했어요. 수학 ‘가형’을 선택하면 10% 가산점이 있었고요. 한국사도 1등급 구간 점수를 받아 5점 가산점을 받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수능에서 밀리는 건 아닙니다. 저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은 과감히 포기하고 정시모집에만 집중했습니다.”
저는 글쓰기에 자신이 있어요. 논술전형도 가능할까요?
학교 밖 청소년 중에서 논리적인 글쓰기에 강점이 있다면 논술전형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서울여대 논술우수자전형, 경북대 논술(AAT)전형, 한국산업기술대 일반전형(논술) 등 논술고사 점수를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환산·반영하는 대학들이다. 문희태 교사는 “검정고시 합격생에게 가장 폭넓게 열려 있는 전형이 바로 논술전형”이라며 “내가 거둔 논술 성적이 곧 내신 점수가 된다. 독서력이 탄탄한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고 하였다. “입시요강을 보면 각 대학 논술전형의 학생부 반영 비율이 최대 40%까지인 학교도 있지만 입학 사정 때 교과성적 실질반영률은 낮아집니다. 실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논술 성적이기 때문이죠.” 또한 검정고시 합격자만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감리교신학대, 장로회신학대, 호원대 등 전국 3개 대학에 모집 인원은 총 16명이다.
대학이나 입시에 관심이 있는 학교 밖 청소년과 학부모는 대입정보 포털 ‘어디가’ 누리집(www.adiga.kr)과 전문대학 포털 누리집(procollege.kr)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진로 탐색이 필요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커리어넷’ 누리집(www.career.go.kr)을 통해서 진로상담, 심리검사, 직업 및 학과 정보 등을 얻은 뒤 입시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2015 학교 밖 청소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 둔 후에 청소년들이 당한 불이익 경험을 살펴보면, 버스승차나 공원입장 시 학생증이 없어 요금을 더 많이 낸 적이 있다(30.0%), 다음으로 도난 등의 사고 발생 시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8.9%), 취업이나 공모전 참여를 제한 받았다가 각각 (7.5%)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와 유사한 사례들이 지난 16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청소년인권토론회 ‘100수다’를 통해서도 거론되었다. 이날 행사는 청소년이 상상한 ‘충남의 내일’이라는 주제로 충남청소년진흥원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쉼터, 아동청소년그룹홈 등 청소년단체 5곳의 청소년과 지도자 등이 참석하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충남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다니고 있는 가람이(17·가명)는 “재학생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공모전이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격을 제한하지 않아도 학교, 학년, 반, 번호를 쓰게 돼 있다”고 말했다. 초·중등·대학생으로 나뉘어 있으면 난감하다고도 했다. ‘하위 영역으로 내라’는 답변을 들으면 좌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천안청소년쉼터 이준호(18·가명)군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고 하였다. 다른 의견으로는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는 학생증에 비해서 청소년증은 혜택이 적은 점도 문제라고 하였다.
정부차원에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통해서 학교 밖 청소년의 발굴 및 지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정책과 함께 무엇보다도 시급한 점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선입견 및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스스로 이겨내고 해결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놓여진다. 특히 학교 밖의 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불안, 초조, 외로움 등 개인이 심리적으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물론 청소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에 대해서 우리가 비난하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합당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우리들의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글쓴이 : 장여옥>
<참고한 자료>
여성가족부(2015). 2015 학교 밖 청소년 실태 조사.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2016). 2016 청소년백서.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대입 전략을 한눈에: ‘학교 밖 청소년 대학입시설명회’ 참가신청 4월 3일부터 온라인접수. 2017. 4. 3.
http://www.gov.kr/portal/ntnadmNews/1039531?srchOrgCd=1383000
오마이뉴스. “학교 뛰쳐나와 향기를 만들기 시작한 청소년.” 2017. 5. 18. http://ojs6.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6702
한겨레신문. 학교밖 청소년들 “우리와 학교안 청소년이 다른가요?” 2017. 5. 17.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95051.html
한겨레신문. “학교밖에 있었지만 대학 진학 꿈이 생겼어요.” 2017. 5. 16.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948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