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흔들리면 피는 꽃은 마녀의 전용 게시판인가요?
다들 여기다 글 좀 쓰삼... 이것저것 수다 떨기 좋쟎아요...

제가 며칠 전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보았답니다...
서울 오면 이명화 간사님네 집에서 지내는데 그날 밤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시간이나 보낼 생각으로 본 영화였는데 기대 보다 훨씬 좋았어요...

뭐냐... 그간 "모성애는 신화다.. 특히 잘 나가는 남자들이 만든..."이라고
끈질기게, 밑도끝도 없이, 무작정 주장하던 저에게
뭔가 논리적으로 "모성애는 허구"라고 확신을 주는 영화였다고 할까요...
사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반전은 전혀 없었습니다. 
제게는 모든것이 계획된 것이고 예정된 사건으로 보였다고나 할까요...

아들은 엄마가 만들어준 세계에 갇혀서 반쯤은 바보처럼 반쯤은 정상인처럼 살고 있었고
엄마는 경계선에서 서서 엄마로 부터 독립할 가능성이 없는 아들의 상태를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으니까요..
아들은, 엄마의 세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그 세계의 룰대로 행동했을 뿐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를 본 밤부터 읽게 된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에
이 엄마의 심리가 너무도 잘 묘사되어 있더라구요...
그는 애착과 사랑의 차이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애착은 영혼이나 생명의 유무에 상관없이 느껴지지만
사랑이란 영혼과 생명이 있는 것에 대해 느끼는 것이다(애완동물에게는 애착, 인간에게는 사랑),
사랑은 상대방의 정신적인 성장에 관심을 두는 반면 애착은 그렇지 않다,
사랑의 크기는 책임의식과 지혜와 비례하지만 애착은 상관없다고 말하는데,
스캇 펙의 이론에 따르면 
엄마는 아들에게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절대 사랑하지는 않았던 거죠...

아들이 삶의 고통과 고해를 극복하면서 영혼이 성장하기도록 돕기 보다는
"바보라고 놀리면 꼭 때려줘라", "한대 맞으면 꼭 두대 때려라"는 식으로
눈 앞의 문제를 아주아주 폭력적으로 해결하도록 부추겼거든요.
저는 이게 우리나라 모든 엄마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엄마 될까봐.. 저는 엄마를 안 하기로 작정했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특히 성공한 남자들의 어머니(모성애) 찬양은 매우 볼성사납습니다.
왜냐면.. 어머니의 헌신과 봉사도 그렇거니와 자기 동생들, 누나들의 봉사와 헌신은
그대로 묻혀지기 십상이고 그 사이에 아버지는 뭘 하고 있었는지...
그 성공한 아들이 어머니를 독차지하는 동안
그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지냈을지 궁금할 따름이고
그 모성애를 과연 인류애라고 할 수 있을까... (남을 죽이더라도 너만은 살라는...)
뭐 이런식의 반항심이 생긴다는 거죠..ㅋㅋ
그 어머니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잘난 아들을 만났을 뿐이다..
이런 식의 냉소가 넘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ㅋ

결국.. 저는 이게 사랑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죠..
보편적이지도 않고 호혜적이지도 않고 때로는 폭력도 불사하는 이 감정을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며 신성시 해야 되느냐... 인간으로써 말이죠...
우리 어머니가 알면(제가 이렇게 발칙한 생각을 하는줄 우리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몰라요)
뒤로 넘어가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보편적이고 호혜적이며 자각적인 모성애가 아니라면 "아니올시다" 사양하고 싶습니다. 

자식이 없는 제가.. 이렇게 주장하는게 철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스캇 펙도 말했다시피
자신을 확장(또는 헌신) 함으로써 누군가의 영혼 또는 정신의 성장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그가 상대방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고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상관없이
그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을 확장(또는 헌신)한다고 할 때...
먼저 "자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의 생각과 지향과 마음, 영혼 따위가 있어야 이걸 부정하고
새로운 단계로 가는 변증법적 발전도 가능할 것이며
이것이 있어야 자기를 확장 또는 헌신할 수도 있다는 거죠...

회원들을 사랑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간사나 실무자들이라면야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회원들을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간사라면
자기 훈련에 대해 무엇보다 몰입하고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더처럼 될테니까요...

자기를 성찰하고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상대의 영혼을 성장시킬 수 있는
(앞에서 이미 말했듯이) 보편적이고 호혜적이며 자각적인 사랑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때때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회원들을 포함해서)이 당하게 될 고통이나 어려움이 예상될 때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되고 걱정과 두려움이 느껴지더라도...
제가 그들에 대해 가진 책임의식 만큼, 그들에 대해 가진 지혜만큼 
그들이 자신에게 부과된(?) 그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봐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그들의 고해를 함께 하는 만큼 저 역시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에도 둔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없을 거라는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마더처럼요..

사실 인류의 마더 테레사 수녀님 조차 한번에 한 사람씩 사랑하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지만    
사랑의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고통을 피하거나 고통에 맞서기 보다는 
고통을 포월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오늘... 제가 얼굴도 한번 본적 없는 어떤 회원을 하루종일 생각하면서
결심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글을 쓰는 동안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이 회원에 대한 저의 관심과 사랑의 마음이
어제 오후부터 꼬박 24시간 동안 제 마음을 부글거리게 했던 분노와 복수심을 조용하게 가라앉혔다는
놀라운 사실을 꼭 알려드리고 싶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