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평화 목마른 아이들 눈물 알리려…
[한겨레신문] 2009년 11월 01일(일) 오후 07:07 
 
[한겨레] 팔레스타인에서 초청강연 온 다페르 카시스 박사




지난달 24일 아침 8시, 다페르 카시스(25·사진)는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부근 베이트 사후르에 있는 집을 나섰다. 난생처음으로 한국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요르단 암만에서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까지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의 여정을 가로막는 건, 베짜홀에서 요르단 암만까지 가는 30㎞ 거리였다. 차로 10~20분 걸릴 거리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이 암만까지 가려면 7곳의 이스라엘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검문소와 검문소 사이는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5~10분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2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그는 검문소 7곳을 7시간이나 걸려 이날 오후 3시께 암만에 도착했다. “그나마 행운입니다. 이동 인구가 많은 여름에는 16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물·전기·교육없이 공포스런 일상생활…
이스라엘 식민지적 점령·지배 해소돼야”


카시스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지난달 26일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다음달 4일까지 각 지역 와이엠시에이, 연세대 등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카시스는 팔레스타인에서 자라 네덜란드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지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유럽의 평온한 삶을 포기하고 5달 전 고향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에 점령당해 공교육을 받지 못하는 고향의 아이들한테 ‘자존감’, ‘역사의식’ 등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카시스가 20여년 전 겪었던 공포, 심리적 상처, 물리적 고통을 지금도 똑같이 겪고 있었다. “아이들은 밤이면 가로등 불빛에 책을 비춰 읽습니다. 이스라엘 군인이 전기를 꺼버리기 때문이죠. 물은 한 달에 두 번만 공급됩니다. 저장해뒀다 아껴 써야 하죠.”

그러나 물·전기 부족은 부차적인 문제다. 팔레스타인 지역 곳곳에 이스라엘군이 만들어놓은 700여개의 정착촌과 정착촌 주위로 쳐진 장벽들, 그 주변의 전기 울타리는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다. “아이들이 멋모르고 전기울타리 근처에서 놀다 다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소리를 지르고 폭탄을 터뜨리는 이스라엘 군인들 때문에 아이들은 언제나 공포감에 떱니다.”

카시스 자신도 5살 때 아버지를 연행해가는 이스라엘 군인에 대한 기억에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한밤중에 군인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아버지를 끌고 갔습니다. 아버지는 2년간 감옥살이를 하셨어요. 팔레스타인 아이들 모두 저와 같은 정신적 상처를 겪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종교나 인종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큰 오해입니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해 식민지적 지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카시스는 더 많은 세계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하루빨리 팔레스타인의 점령 상태가 해소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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