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일이 있어 오후에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갑자기 "간사님"하며 정겹게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용민(가명)이입니다.
고교 때 저희 단체에서 밴드 활동했던 아이입니다.
군대 휴가 마치고 귀대한다고 합니다.

차 안에서 노트북 켜고 할 일이 있어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서울고속터미널에서 내려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후배들이 간사님 말 잘 들어요?"
선배 아이들이 꼭 묻는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그렇지, 뭐"
"간사님, 전 관장님보다 간사님이 편해요."
"너 맘대로 부르렴. 간사, 관장, 선생, 부르고 싶은 데로 부르면 된다."

 

밥숟갈 뜨다가 대뜸
"간사님, 밴드하며 간사님 속 많이 썩혔던 것 같아요"
하며 배시시 웃습니다.

 

속으로 몇 마디 전합니다.
"그래 이놈아, 이제 아니 다행이다"
"너 문제 일으켜서 혼도 내고, 화도 내고,
상담 비슷한 것도 여러 번하고, 너 때문에 정말 마음 많이 아팠다."
어디까지나 속마음이었어요.
그냥 웃어 주고 맙니다.

 

귀대한다니 마음도 '짠'했습니다.
식사 마치고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예전의 아이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특히 군대 갈 때 결혼할 때 등 특별할 일이 있을 때 자주 보게 됩니다.
그때마나 저를 보며 미안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과거 청소년이었을 때 그 아이 때문에
제가 마음 아파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면서도
근래에 "제가 너무 잘못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에게 미안하게 하도록 하지 않았나?"라고
저 자신에게 반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내가 "아이들이 나에게 미안하도록 했구나"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보듬어 주고
소통하려 했다고 자위해 보지만,
과거의 저는 변화를 추동한다며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유도했던 일들이 많아 보입니다.

 

오늘도 아이 귀대하는 거 지켜보면서
너 때문에 "속 썩였던 것(?)"을 보여줘서
"미안하다"라고 속마음만을 전했습니다.

 

그 속 썩었던 것도 너 때문이 아닌
결국은 선생이라 칭했던 내가 부족해서인데…….
미안하게 해서 미안하구다.

 

 

 

 

출처: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example&no=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