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전북 부안여자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가 학생 수십 명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 되었으며 결국 교사는 구속되었다. 처음 사건이 불거진 지난달 1일 학부모 20여 명이 부안교육지원청에 박모(51) 체육교사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민원이 제기되었다. 다음날 경찰과 전북도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시작하였다. 이들은 1학년생 1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 중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이 “박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하였다. 학생들은 박 교사가 수업 시간에 다가와 몸을 밀착한 경우도 있었으며, 교무실에서 이루어진 면담시간에도 갑자기 치마를 들쳤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나와 사귀자’는 박 교사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생들의 진술내용을 바탕으로 25건 가량은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일이 알려지자 졸업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들의 과거 성추행 피해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업 중에 허리를 잡고 껴안았다’, ‘스승의 날에 선물을 강요했다’, ‘성적을 조작했다’고 하였다. 부안여고를 졸업한지 5년이 된 졸업생 A씨는 “학생들 볼에 뽀뽀하는 건 예삿일이었다. 무릎에 앉게 한다든가 껴안고 사적으로 연락하는 일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각 학년마다 애인(이라고 칭한 학생)을 둬서 진짜 애인처럼 그 친구가 남자를 만나면 질투하고 싸우기도 했다. 그 애인이랑 트러블이 나면 다른 친구들 시켜서 그 친구를 왕따 시키게 지시도 했다”며 “성추행뿐만 아니라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에 조공을 해야 했다. 선물을 안 바쳤을 때는 수행평가 점수를 깎는다고 협박도 했다. 폭력적인 부분도 굉장히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한데 왜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한 명도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질문에 졸업생 A씨는 “누가 반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체육교사 귀에 다 들어간다”고 하였다. A씨는 “반 안에 스파이가 있다는 얘기”라며 “문제 제기한 친구는 또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저도 담임교사한테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 그 교사가 ‘어쩔 수 없다. 그냥 네가 참아라’ 이런 식으로 답했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졸업생의 주장에 대해 박 교사는 “자세를 교정해 주기 위해 약간 접촉했을 뿐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며, 선물 강요나 생활기록부 조작은 한 일이 없다고 하였다. 이처럼 체육교사의 성추행, 금품 갈취, 폭행 등에 이어서 ‘마약 경험담 발언’과 ‘담배 권유’까지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2년 전 체육 필기시험을 대비한 체육 이론 수업에서 ‘약물의 오남용’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박모 교사는 “간접 마약 체험을 해주겠다. 옥상에 올라가 코카인을 피웠는데, 느낌이 마치 구름 위를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담배 피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티슈를 이용해 공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바람이 나가는 쪽에서 담재를 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졸업생들의 주장에 대한 박 교사의 반론을 듣기 위해 경향신문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고 있었으나 학교측은 재단의 눈치만 보면서 김모 교장은 지난 21일 학생들을 모아놓고 사과를 하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모두 이사장님의 권한”이라며 “교장이 무슨 권한으로 교사의 거취를 말할 수 있나. 결과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학교 측은 지난달 30일 ‘사죄식’을 준비했다가 취재진이 몰려들자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행사에서는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놓고 교장과 박 교사가 무릎을 꿇고 사과할 예정이었다. 학교 측은 “내부적으로 조용히 행사를 치르려 했는데 지나치게 관심을 받게 돼 행사를 취소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보여주기식 행사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사는 사표를 내고 지난달 28일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7일 구속되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영장전당 강동극 판사는 7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안여고 박 교사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7일 내년부터 부안여고 학년 당 학급 수를 7개에서 4개로 줄이는 감축 행정 제재를 내렸다. 정옥희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부안지역의 학생 수 감소에 따라 1~2개 학급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돼왔으나,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3개 학급으로 감축 규모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에 전북교육청은 부안여자상업고에 일반고 학급 2개를 신설하기로 하였다. 부안여고는 같은 학교법인 소속인 부안여중 졸업생 82%가 선택의 여지없이 진학해야 하는 고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부안지역 중학교 여학생의 고교 선택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현재 진행하는 감사 결과에 따라 학교, 교사, 학교법인 등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와 징계를 할 계획이다.
여전히 교단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희롱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건강한 올바른 학교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건들을 접할 때면, 아직도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도 성추행이 한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누구보다도 교사는 자신의 행동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교사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에 학생들은 상처를 받기고 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학생도 선생님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당해서는 안 되며 선생님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어떤 권리가 없다. 앞으로 교육당국은 사립학교뿐만이 아니라 국공립학교를 대상으로 교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성추행 피해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사이에 청소년들은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고 그대로 피해를 감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우리 청소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부모, 교사, 학생, 학교장, 교육당국 모두가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성희롱 의혹 체육교사 마약 체험담까지 수업? 진실공방.” 2017. 6. 2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100&artid=201706261357001
동아일보. “부안여고 성추행 피해자 ‘문제 교사, 학년마다 애인 두고…뽀뽀는 예삿 일’”. 2017. 7. 12. http://news.donga.com/BestClick/3/all/20170712/85315506/2
연합뉴스. “‘여고생 수십명 성추행 체욕교사’ 부안여고 학습 수 감축 징계”. 2017. 7. 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7/07/0200000000AKR20170707084200055.HTML
조선일보, “‘선생님에게 나도 당했다’” 부안여고 성추행 일파만판. 2017. 7. 1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0/2017071000053.html
한겨레신문. “학생 수십명 성추행 혐의 체육교사 구속.” 2017. 7. 7.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19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