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6월 생각해볼문제2배너.jpg


이명박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고교 다양화정책을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자사고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교가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전국에는 외고 31개교, 자사고 46개교, 국제고 7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고교 다양화정책은 다양한 교육 제공과 외국어 및 글로벌 인재 양성 등을 명분으로 시작하였지만 모든 학생들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수평적 다양화가 아닌 수직적 다양화로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교 다양화정책이 실시 된 이후 대입 경쟁만큼이나 고입 경쟁도 치열해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중학교 이전부터 고입을 준비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교육과 심지어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성적 우수학생들이 외면한 일반고는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외고·자사고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그동안 특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4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외고·자사고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들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시도교육감은 5년마다 외고·자사고를 평가해 재지정 할 수 있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낙제점을 받은 학교를 지정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조 교육감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하여 번복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과 협의가 아니라 동의를 받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꾸었다. 사실상 교육청의 외고·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빼앗아간 셈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는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일반고, 특목고, 마이스터고, 자사고 등 복잡화되어 있는 고교체제를 단순화하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또한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여 기회의 평등과 정의로운 결과를 이루고자 하였다. 이 중에서도 특히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움직임이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019~2010년 경기도 지역에 있는 자사고·외고 10곳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학교를 계층화, 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등을 단계적으로 재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다만 도내 외고와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 기간이 20192020년이기 때문에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그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며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과 대책을 마련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이재정 교육감은 “95%가 외고·자사고 폐지에 찬성하고 해당 학교 측인 5%만 반대하고 있다다수가 찬성하니 폐지에 나섰고, 이런 여론이 있으니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아일보가 14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경기·광주·강원·전북 등 8곳 이상의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대부분 자사고 등의 폐지에 대하여 찬성하였다. 반면에 대구·경북·울산은 반대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일에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에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 제안집을 발표하였다. 조 교육감은 ·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서열화된 고등학교 체제를 일반고와 특성화고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교육은 다양성과 자율성, 공공성과 평등성이라는 가치를 조화시켜야 하는데 그간 사이비 다양성이라는 이름하에 분리교육으로 간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외고·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 재지정평가 관련에 대해서는 현행 패러다임 안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외고와 자사고에 대한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과 저희가 과거 패러다임 안에서 진행하는 평가는 다른 차원이라며 개선의 경로와 시간대는 섬세하게 배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고·자사고 폐지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당장 이번 재지정평가 대상 학교들을 모두 지정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사고·외고가 일반고보다 선발에서 위에 서는 것을 제한하는 등 점전적인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자사고·외고 등이 누리는 우수학생 선점 효과를 없애고 일반도과 비슷하게 경쟁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진영 교육감들이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려 이유는 이들 학교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있으며, 고교 서열화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특히,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대학 입시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서울대 합격생의 출신고교를 살펴보면 이를 뒷받침해준다. 외고·국제고·자사고 출신의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2006년에 18.3%에서 2016년에는 44.6%로 크게 증가하였다. 지난 5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소득·재산 기준에 따라 입학금·수업료를 면제받은 고교생 현황을 보면, 2016년 고교생 교육급여 수급자의 학교 유형별 재학자 수는 특목고 및 자사고 5628(3.6%)인데 반하여 일반고 및 자공고(자율형공립고) 94640(61.5%), 특성화고 53650(3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교육급여 수급자가 특목고 및 자사고에 재학 중인 교육급여 수급자의 9.5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특성화고 재학 비율이 높은 이유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모집정원 20% 규모로 사회통합전형을 실시하며 그 중 일부를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뽑지만, 이런 계층의 학생들이 학비 및 생활의 부담 등으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외국어고에 불포자(프랑스어 포기자)’ ‘독포자(독일어 포기자)’가 많아 불어·독어 전공자가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보는 상황이라며 외국어 교육을 잘하겠다는 외국어고의 설립 취지는 무색해진 지 오래고, 입시교육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고교 서열화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불공정한 룰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현행 고교 입시제도는 영재고·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 등이 전기모집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으로 우수한 신입생을 선점하고 있는 형태이며, 일반고가 후기모집으로 신입생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교에 다 떨어지면 일반고에 가는 시스템이라 선발되지 않은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일반고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일반고의 학습 여건이 나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교섭국장은 그동안 대학에서 외고·자사고의 학생부는 높게 평가하고 일반고의 학생부를 낮게 평가하는 상황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평등교육을 지향해온 전교조는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상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이미 찾아볼 수 없다. 명문대 입시를 타깃으로 정교하게 꾸며진 교육과정이나 다름없다”, “자사고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착각이 하나 있다. 자사고의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명문대를 많이 간다고 생각하는 거다. 전혀 아니다. 원래부터 부모의 경제력 덕분에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선점해 입시에 맞춘 교육을 시켜서 나온 결과를 마치 교육적 효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명문대 진학이라는 학부모들의 욕망이 엉켜 초·중학교 때부터 입시학원, 과외 등 자사고 진학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시작된다. 자사고라는 학교 유형 자체가 자연스럽게 일반고를 슬럼화시키고 2부 리그로 전락시켰다. 자사고는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 고교 이전 단계의 교육 생태계를 일찌감치 망치는 시스템이다라고 하였다.


84872732_1.jpg

* 출처: 동아일보. 대학입시 예비고료 전략 vs “교육 획일화 우려 2017. 6. 15. 재인용.


하지만 외고·자사고 폐지가 교육을 획일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학부모·교원 단체들도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일반고의 획일화된 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이들 학교가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다시 일반고로 획일화하려 하고 있다이들 학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함승환 한양대 교수는 학교가 한 가지 형태만 있는 것보다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할 환경이 되어야 한다많은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형태의 교육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눈앞에 과열된 입시 양상이 있으니 이를 없애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원인을 없애는 게 아니라 현상을 가리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연합회는 21일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고·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자사고교장연합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외고·자사고가 입시 기관화됐다는 지적에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고, 광역 단위 자사고는 관리·감독도 엄격하게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업 중심 교육을 하는) 특성화고교를 제외하고는 어느 고교든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그럼에도 일반고 시절과 비교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자사고가 있다는 점은 자사고가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다양한 인재를 키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정한 교육 자치는 학교 자율성이다. 획일화된 교육이 문제라는 의식에서 자율형사립고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2%도 안 되는 자사고의 자율성도 용인이 안 된다니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또한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는 22일 서울에서 모임을 열기로 하였으며, 협의회장인 최진관 부일외고 교장은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부문에 사교육 열기가 남아있는 것이지 외고가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볼 수는 없다협의회 차원에서 (외고 폐지론과 관련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외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방안을 크게 세 가지라고 기사화하였다. 첫째, ·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자사고 지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교육부가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방안이다. 그러면 시도교육감의 판단으로 외고·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교육부 장관이 과학고와 달리 외고·자사고를 특목고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외고·자사고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마지막으로 외고·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폐지하고 추첨제를 도입해 사실상 일반고 전환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특권학교라는 눈총을 받아온 외고·자사고의 폐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앞으로 취임하게 될 교육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그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문제는 반드시 정치적인 논리나 일부 집단의 이득을 위해서 운영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반드시 학생들이 학습권과 행복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경기교육감 ‘외고·자사고 없앨 것’.” 2017. 6. 1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32152025&code=940401

경향신문. “고교 서열화 없애, 일반고 박탈감 없애기.” 2017. 6. 1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52145015&code=940401

동아일보. “대학입시 예비고로 전략” vs “교육 획일화 우려.” 2017. 6. 15.  http://news.donga.com/3/all/20170615/84872736/1

동아일보. “서울도 자사고-외고-국제고 없앤다.” 2017. 6. 15. http://news.donga.com/3/all/20170615/84872262/1

동아일보. “이재정 경기교육감 ‘외고-자사고 폐지, 95%가 찬성… 강행할 것’.” 2017. 6. 16. http://news.donga.com/3/all/20170616/84892125/1

에듀동아. “외고·자사고 폐지되면? ‘지방 공립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자 비상.” 2017. 6. 15. 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170615150255799715

연합뉴스. “‘폐지론’ 직면 외고·자사고 반발 본격화…이번 주가 고비.” 2017. 6. 2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20/0200000000AKR20170620170600004.HTML

한겨레신문. “외고·자사고 폐지에 교육계 ‘반색’.” 2017. 6. 13.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98705.html

한겨레신문. “저소득층, 특목고·자사고보다 특성화고에 10배 많다.” 2017. 5. 7.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93693.html

한국일보. “외고․자사고 폐지, 교육청에 맡기면 혼란.” 2017. 6. 15. http://www.hankookilbo.com/v/5b804af32f164c868252416ffc0316b8

한국일보. “자사고 탓, 일반고 2부 리그로” vs “2% 다양성도 인정 못 하나.” 2017. 6. 22. http://www.hankookilbo.com/v/55a0410b26c14fc7ad99928c3bed14d6


* 글쓴이 장여옥